- 1986년작 원조 극장판 그 영화입니다. 장르는 환타지 액션 쯤 되려나요. 런닝타임은 1시간 56분. 스포일러는 걱정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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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핏 보면 '뉴로맨서' 같은 류의 사이버 펑크 영화 포스터 느낌이...)



 - 불사신들이 있어요. 수천년 전부터 그냥 랜덤으로 지구에 태어납니다. 얘들은 멀쩡하게 생겨서는 어느 순간인가부터 나이를 안 먹어요. 근데 이게 또 랜덤이라 어떤 놈은 노인, 어떤 놈은 젊은이인채로 그냥 나이를 먹고요. 작가님 참 날로 드신 물에 빠져 숨을 못 쉬어도, 기관총탄으로 몸에 구멍이 숭숭 나도 금방 멀쩡하게 살아나는 이 녀석들을 죽이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목을 깨끗하게 베어내면 끝. 그리고 딱히 그 외의 초능력 같은 건 없네요.


 그리고 여기에 또 작가님 편할 대로, 이야기 만들기 편할 대로의 설정이 하나 붙습니다. 얘들이 그냥 이렇게 살아가다가 어느 순간이 오면 서로 싸워야 해요. 자기들끼린 서로 알아보는 무슨 레이더라도 있는 것인지, 서로서로 만나서 결투를 벌이고 진 놈의 무언가(?)를 이긴 놈이 흡수하는 식으로 배틀을 계속하다가, 결국 마지막 한 녀석이 남아야 싸움이 끝납니다. 그리고 그 마지막 한 녀석은 뭔지 모를 비밀의 '상'을 받게 된다네요. 그리고 이 불사신들 중 가장 인성 쓰레기인 녀석이 하필 싸움도 잘 해서 이 놈 저 놈 닥치는대로 죽이며 점점 주인공을 압박해온다... 뭐 이런 스토리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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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단 주인공은 나닷!!!)


 - 80년대 전설의 영화, 전설의 시리즈 중 하나죠. 아주 많은 사람들에게 추억의 영화이고 동시에 그렇게 추억의 영화인데 전 못 봐서 잡지 스틸샷과 포스터, 그리고 티비에서 해주던 거 부모님 때문에 5분 밖에 못 보고 쫓겨난 추억으로만 남아 있던 영화였습니다. 근데 그게 넷플릭스에도 없고 올레티비에도 없어서 볼 길이 없다!!! 이러고 있던 걸 엊그제 웨이브에 등장했길래 신이 나서 본 것인데요. 보고 나서 검색을 해보니 진작에 네이버 시리즈 온에도, 왓챠에도 있었나 보네요? 허허. 보고 싶단 생각을 그렇게 하면서도 왜 찾아볼 생각은 안 했는지. 자신의 게으름에 깊이 감명을 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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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램버트 증후군!!!! 뭐야 그게 암튼 국내 개봉 제목은 '최후의 하이랜더'였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 이 작품을 아예 모르는 분들을 위해 짧게 설명을 하자면. 영국 영화입니다. 개봉 당시엔 딱히 히트하지 못했지만 입소문으로 인기를 끌어서 비디오 테잎이나 방영권 같은 게 엄청 잘 팔렸나봐요. 그래서 티비 시리즈도 나오고 속편도, 속편의 속편도 나오고 뭐 그랬습니다만 이런 시리즈가 언제나 그렇듯 '1편 빼곤 다 나가리' 같은 평이 지배적이구요. OST로도 꽤 유명합니다. 퀸이 음악을 맡아서 'Who wants to live forever'나 'It's a kind of magic' 같은 곡들을 남겼죠.


 그리고 오래오래 컬트적 인기를 유지하며 버텨 오다가, 급기야는 리메이크인지 리부트인지가 결정되어 지금 준비 중인가 봅니다. 헨리 카빌이 '수퍼맨'과 '위쳐'에 이어 다시 한 번 더 좀처럼 잘 안 죽는 환타지 액션 히어로에 도전하게될 것 같다고.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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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얘는 빌런이긴 하지만 헨리 카빌이면 이런 것도 꽤 어울릴 것 같은 느낌?)



 - 어쨌든 영화를 재생하고 처음 10분 동안 느낀 첫 인상은 '역시 허접해 ㅋㅋㅋ' 와 '근데 생각보다 괜찮네?' 였습니다.


 제가 35년이나 묵은 추억의 영화를 큰 기대감 없이 관대한 맘으로 본 건 사실입니다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생각보다 괜찮은 구석들이 꽤 많아요. 그 중 가장 인상적인 걸 말하자면 '때깔'입니다. 때깔이 꽤 좋아요. 일단 그림을 꽤 예쁘게 잘 잡구요. 소품이나 의상 같은 부분들도 촌스럽단 느낌이 별로 안 듭니다. 아마 아예 사극 장면이 분량의 절반인 게 크겠고, 또 현대 배경 장면에선 등장 인물들이 죄다 유니폼 아니면 정장만 입고 다녀서 그런 것 같기도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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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작 전, 끝난 후의 폼은 좋은데 칼질 시작하면 웃음이 터져 나옵니다.)



 반면에 '허접하다!'란 느낌이 드는 건 뭐냐면... 매우 크리티컬하게도 액션씬입니다. ㅋㅋ 위에서 말 했듯이 그림은 예쁘게 잘 잡기 때문에 액션씬 역시 그림 자체는 예쁜데요. 문제는 칼싸움을 시전하는 배우들의 실력입니다. 딱 봐도 걍 촬영 전날 몇 시간 동안 합 맞춰보고 진행하는 아마추어들의 칼질이라 보고 있노라면 웃음을 참기 힘들 정도. 시작부터 끝까지 검투 액션만으로 이어지는 영화이니 이게 참... 그렇습니다. 하하.


 당연히(?) 스토리에도 문제가 많죠. 일단 영화가 들려주려는 얘기들이 너무 많은데 그게 대부분 서론 내지는 배경 설정에 대한 거라서 문제입니다. 현재의 뉴욕과 과거의 스코틀랜드를 오가며 과거에는 주인공의 배경 드라마, 현재에는 액션이 벌어지는 식으로 전개가 되거든요. 근데 보다 보면 현재의 비중이 많이 짧고 임팩트도 크지 않아서 뭔가 사족 대잔치를 보는 느낌이 들다가... 후반쯤 가면 또 과거 파트가 오히려 재밌는 느낌이 들어서 실제 클라이맥스가 싱거워지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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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차 대전의 전장을 달리고 계신 하이랜더님. 저러다 포탄 맞아서 목 떨어져나가면 죽을 텐데 너무 당당하심...)



 - 그래도 전반적으로는 재밌게 봤어요.


 일단 '수천년을 살아온 불사신들의 한 판 결투!!'라는 기본 설정이 유치하지만 나름 심플하면서 매력적이구요. 또 그런 '불사신의 삶'에 대해서 이런 떡밥 저런 떡밥 풀어 놓으며 나름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부분들이 (2021년에 보기엔 다 클리셰지만) 추억 돋게 귀엽구요. 크리스토퍼 램버트도 연기는 좀 구려도 생김새가 워낙 역할에 어울려서 폼이 괜찮구요. 붕붕~ 하고 휘두르면 칼날이 닿는 곳마다 불꽃이 팡팡 터지는 80년대식 오버 연출도 지금 보면 정겹고 좋습니다. 그리고 뭣보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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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숀 코넬리가 있습니다.

 허접한 각본을 씹어 먹는 스타의 아우라라는 게 뭔지 제대로 보여주세요. 정말 이 분 나오는 장면들만 영화 급이 한 단계 올라가는 느낌. 주인공 캐릭터 못지 않게 바보 같은 대사들과 바보 같은 상황들의 연속이지만 이 양반이 나와 있으면 알 수 없는 개연성과 설득력이 생기는 기분입니다. ㅋㅋ 레전드 반열 대스타는 뭔가 다르구나... 라는 생각이 진심으로 샘솟더라구요. 반대로 가끔은 이런 양반이 왜 이 영화에서 이러고 계시지? 라는 생각이 들긴 합니다만.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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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거시 80년대의 현란한 특수 효과이다!!!)



 - 정리하자면.

 '그 시절에 왜 열성팬들 많았는지 알겠다'는 생각이 드는 영화였습니다.

 의외로 영상미 같은 게 당시 기준 출중한 편이구요. 잘 캐스팅된 배우 두 명이 비주얼로, 존재감으로 허술한 곳 많은 이야기를 잘 끌어 주고요.

 검투 장면이 수준이 좀 떨어진다는 거. 스토리가 듬성듬성 대충 흘러가고 템포도 많이 루즈하다는 거... 등등 단점도 많지만,

 뭐 그런 영화 있잖아요. 보면서 '아 이건 요렇게 저렇게 고쳐서 리메이크하면 되게 괜찮겠는데?'라는 생각이 드는, 매력적이지만 좀 모자란 영화.

 그런 영화를 보는 재미가 있어서 좋았습니다. 물론 가장 중요한 건 제 일생 숙제 중 하나를 이제 해치웠다는 기쁨이었겠지만요. ㅋㅋㅋ

 어쨌든 재밌게 봤구요. 곧 윤곽을 드러낼 리메이크인지 리부트인지를 기대해보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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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플래시 댄스 아님. 뭐 나름 영상 예쁘게 잘 뽑아낸 편입니다. 시대를 고려하면요.)




 + 이제사 생각해보니 이 이야기의 불사신들은 죄다 남자네요. 여자 불사신은 나오지도 않고 언급조차 되지 않습니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을 거라고 봐요. 그냥 불사신 검사들끼리 싸움 붙이고 싶이고 싶어 급조한 설정이고 굳이 여검사를 등장 시킬 생각까진 하지 않았던 거겠죠. 설정이 저엉말로 대충 개판이거든요. 예를 들어 왜 불사신들이 굳이 칼싸움만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아무 설명이 없습니다. 어차피 목만 자르면 되는 거라면 M60으로도 충분히 가능한데요. 굳이 마무리는 칼로 해야 한다면 역시 기관총 다다다 난사해서 쓰러뜨린 후 칼로 마무리만 해도 되구요. 뭐 그저 작가님이 중세 칼싸움에 로망이 있으셨던 거겠죠.



 ++ '불사신'을 떡밥으로 이런저런 얘길 하다 보니 당연히 불사신의 연애도 나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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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 디테일 없이 걍 원형적인 스토리로 전개되는 과거 파트는 그럭저럭 괜찮았던 반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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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 파트의 연애는 진짜... 나! 남자 주인공!! 너! 여자 주인공!! 우리 사랑하자!!! 응!!!!!! 이런 느낌이라 매우 웃겼습니다. ㅋㅋㅋㅋ



 +++ 대스타는 괜히 대스타가 아니라는 걸 느끼게 해주신 숀 코넬리 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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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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