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나온 시리즈라네요. 에피소드 7개에 대략 한 시간 정도씩 됩니다. 장르는 드라마/스릴러이고 스포일러는 피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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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어는 주인공 이름이었습니다. ㅋㅋ 굳이 뜻으로 해석해보면 그것도 어울려요. '이스트타운의 암탕나귀'도 어울리고 '이스트타운의 악몽'도 괜찮구요.)



 - 고작 7개 에피소드 중 첫 에피소드 하나를 통째로 동네 사람들 소개로 채우는 패기 넘치는 스타트를 보여주는 드라마인 것인데요. 

 '이스트타운'은 간단히 말해서 그 숱한 미국 영화, 드라마들에 단골로 나오는 '청춘들은 벗어나고 싶어 난리이고 어른들은 반쯤 자포자기한 채로 억지로 자부심 가지며 살아가는 갑갑한 미국 시골 마을' 124,843번쯤 되는 곳입니다. 네. 동네 소개는 이걸로 끝내구요.


 주인공 '메어'는 이 마을의 형사입니다. 상당히 능력 있고 사명감도 넘치는 경찰이지만 1년 전에 벌어진 주민 실종 사건을 해결하지 못해서 이미지도 구기고 본인도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며 사는 중이죠. 그리고 도입부의 캐릭터 소개 파트를 조금씩 보다보면 이 양반이 정말 심각한 수준으로 망가지고 위태로운 인간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인생이 그냥 아주 총체적 난국인데요. 그 난국이 어찌나 버라이어티한지 이 분의 전모를 파악하려면 에피소드 하나로는 모자라서 에피소드 2까지는 그냥 다 봐야 합니다. 그러고도 이후 에피소들에서 뭐가 하나씩 툭툭 추가로 튀어나오죠. ㅋㅋㅋ 그래서 이 글에선 구체적인 소개는 생략.


 암튼 시작은 심플합니다. 한 시간 내내 줄줄이 소개되는 등장인물들 중 하나가 에피소드가 끝날 때 죽어요. 살해당하구요. 그럼 이제 한 시간 동안 소개받은 모두가 용의자가 되고, 그 중 한 명이 범인인 거죠. 도대체 누가, 어떤 이유로 이런 일을 저질렀나. 그것을 우리의 막장 인생 형사님께서 파헤칠 것이고, 그 과정에서 주변 사람들 인생에 조금의 도움과 엄청난 데미지를 줄 것이고, 그 과정 내내 주인공도 무한 고통에 시달리게 되겠죠. 그런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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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측부터 엄마, 손자, 메어 본인 그리고 바로 뒷집 사는 전남편. 이 짤에 빠진 딸래미 포함 한 명도 빠짐 없이 모두가 내내 고통 받습니다.)



 - 이야기 측면에선 특이할 게 없습니다. 그러니까 고통 받고 수난 받는 주인공의 진지한 드라마와 범죄 수사 스릴러라는 두 가지 장르를 결합해서 흘러가는 이야기구요. 주인공의 드라마도, 범죄 사건 쪽도 역시 특이할 건 없어요. 오히려 참신, 특별과는 거리가 먼 전형적인 이야기들 쪽에 가깝습니다.


 다만 그 와중에 좀 특이한 점이라면 글 제목에도 적어 놓았듯이 이 마을이 참 좁은 곳이고, 또 우리의 주인공이 완전 마당발이어서 동네 사람들과 다 친구 아님 친척 아님 친구의 친구식으로 다 알고 지낸다는 겁니다. 그리고 앞서 말했듯이 첫 화부터 이런 관계들을 자세히 보여주고 시작을 하다보니 용의선상에 누가 올라가든 상황이 복잡해지고 또 가볍지 않은 드라마가 생기죠. 그래서 사건이 어디로 흘러가든 비극이 될 수밖에 없는데 이 드라마는 작정한 듯이 거의 모든 집안들을 한 번씩 다 용의선상에 올리면서 훑어가요. 결국 매 에피소드마다 가정이 하나씩 박살나고, 이 드라마는 그 모습들을 아주 진지한 톤으로 차근차근 다 보여줍니다. 주인공 이름 참 잘 지었죠. 이스트타운의 '악몽'!!!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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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로 못 털어 놓을 것이 없는, 서로 죽고 못 사는 베프님도 고통받습니다.)



 - 수사물로서는 뭐랄까... 우리 악몽님께서는 분명 유능하고 성실한 형사이고 썩 괜찮은 탐정 맞습니다만. 그렇다고해서 뭐 논리적으로 추리해서 범인을 맞힐 수 있게 하고 그런 드라마는 아닙니다. 초반엔 없었던 정보가 사건 전개에 따라 계속해서 추가되고, 애초부터 범인은 처음엔 절대 추론('찍어 맞추기' 말구요)할 수 없게 숨겨뒀거든요. 그러니까 주인공은 성실하게 수사하고, 그와 별개로 범인은 상황 전개따라 그냥 주인공에게 밝혀지고... 이런 평범한 수사극입니다만.


 시청자들을 낚아서 몰고 가는 방식이 좀 재밌었어요. 처음에도 말 했듯이 시작 부분에선 주요 등장인물 대부분이 용의자입니다. 그리고 그 모두가 '나 범인이다!!!'라고 외치는 듯한 떡밥을 한 두개씩 전시해요. 그래서 그 중 한 명이 막 진범 맞는 것처럼 긴장감을 조성하고 사건이 터지고 이러다가, 범인은 아니었던 걸로 밝혀지면서 용의선상에서 제거. 그럼 이제 다음 용의자가... 요 패턴을 반복하며 하나씩 하나씩 (시청자들에게) 혐의를 벗습니다. 당연히 이 순서는 처음부터 가장 수상한 놈부터 출발해서 별로 의심 안 가던 놈들을 거쳐 마지막엔 상당히 놀라운 놈으로 가죠. 드라마가 자체적으로 소거법을 쓰는 것인데요. 그냥 이런 구성 자체가 재밌었어요. 의심 떡밥들도 하나 같이 꽤 강력하게 구성되어 있어서 '이야기 성격상 얘가 진범일 리가 없는데?'라는 인물들까지도 한 번씩은 살짝 의심하게 만드는 부분도 훌륭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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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사를 지원하기 위해 파견된 젊은 훈남 수사관님도 고통 받습니다.)



 - 그런데 솔직히. 음. 몇 가지 아쉬운 점들이 있습니다.

 일단 앞서 말했듯이 등장인물들 사연이 너무 막장이고 너무 드라마틱해요. 애초에 용의자란 놈들이 죄다 메어 주변 사람들로만 한정되는 것도 자연스럽지 않구요. (아무리 스몰빌이어도 그렇지!!) 아닌 척하면서 은근슬쩍 '무능 경찰' 클리셰들을 중요한 장면마다 살포시 얹어 넣는 것도 좀 거슬렸구요. 이야기 전개에도 무리수가 적지 않게 눈에 띕니다. 중간에 메어가 저지르는 대형 뻘짓이나, 갑작스러워서 충격을 주는 모 캐릭터의 퇴장 장면이나 등등...


 그리고 결정적으로 제게 문제였던 건. 제가 이런 이야기를 별로 안 좋아합니다. 왜 주인공 하나 갱생시켜 주자고 우주가 힘을 모아 달려드는 이야기들 있잖아요. 걍 우주가 힘을 모아주는 것까진 괜찮은데, 그 와중에 비중도 크고 호감도 가던 캐릭터를 희생시켜 버린다거나 그러면 저는 몹시 화가 나거든요. ㅋㅋ 근데 이 드라마가 딱 그 패턴으로 가더라구요. 그래서 보다 중간에 잠시 짜게 식어서 힘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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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드로지너스!(ㅋㅋㅋ)라는 밴드 리더로 활동하는 멋지고 매력적인 딸래미도 굉장히 고통 받구요)



 -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끝까지 재밌게 본 건, 제 생각엔 배우들 힘이 한 80%는 먹어주지 않았나 싶습니다.

 일단 케이트 윈슬렛, 대단합니다. 너무 잘 해서 설명을 길게 못 하겠어요. 그냥 대단합니다. 사실 이게 엄청난 비호감에다가 굉장히 비현실 캐릭터인데 그게 되게 말이 되는 캐릭터인 듯 아주 자연스럽게 풀어서 보여주고요. 또 당연히 매력적이죠. 현실에서 마주치면 바로 도망쳐야할 사람이지만 암튼 매력적입니다. ㅋㅋ


 그리고 그 외에도 뭐 다 쟁쟁해요. 다들 참 잘 하지만 제 기억에 남는 건 우선 주인공 엄마 역으로 나오는 진 스마트씨. 바로 전에 본 '왓치맨'에서의 당당 시크한 모습과는 거의 정반대의 평범, 소심한 시골 할매 연기를 보여주는데 그 연기 자체도 착착 붙고 주인공과 호흡도 끝내주고요. 주인공 절친 '로리' 역할을 맡은 줄리앤 니콜슨도 되게 좋은데, 분명 근래에 어디서 봤는데... 하고 찾아봤더니 '아이, 토냐'였나 보네요. 그 영화도 전 좋게 봤구요. '아메리칸 호러 스토리'와는 다르게 멀쩡 멀끔하고 귀여운 캐릭터로 나온 에반 피터스도 좋았구요. 블링블링 귀엽고 사랑스러우신 딸 역할 배우는 어디서 봤나 했더니 스파이더맨의 오타쿠 여친이었네요. 거기서도 예쁘지만 이 드라마에서 훨씬 매력적으로 나오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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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쩌다 이렇게 폭삭 삭으셨나 싶지만 그래서 참 연기까지 리얼해보였던 가이 피어스님도 고통 받지요)



 - 마지막으로... 주인공의 캐릭터가 좀 재밌었어요. 뭐랄까, 이건 그냥 대놓고 '남자용 캐릭터'거든요. 과거의 트라우마로 인생 말아 먹고 가정 파탄 냈지만 악의는 없었던 사나이! 그래서 폐인 생활하다가 직장에서도 위기에 처하지만 그래도 능력 하난 쩌는 사나이!! 안하무인에 자기만 알고 뻑하면 남에게 상처주지만 그래도 어쨌든 악의는 없고 본인 사연도 있으니 그래도 매력적인 사나이!!! 가는 곳마다, 마주치는 이성들마다 결국엔 빠져들고 마는 마성의 사나... (쿨럭;)


 뭐 대략 그런 캐릭터이고 그래서 보면 케이트 윈슬렛의 연기도 좀 거칠고 남성적인 면 같은 게 있습니다. 살짝 어기적스런 느낌의 걸음걸이라든가. 자기에게 끌리는 남자들을 대하는 태도라든가. 그러니까 일부러 이런 캐릭터를 만들어 놓고 여성에게 맡겨서 역할 반전 같은 걸 노린 듯 한데. 뭐가 됐든 그걸 케이트 윈슬렛이 팍팍 잘 살려주니 그냥 멋지고 흥미롭고 재밌었습니다. 다시 한 번, 절대 현실에서 엮이고 싶진 않습니다만.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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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끔은 존 웨인의 카우보이 캐릭터를 구경하는 듯한 기분도 듭니다. 대략 0.01초 정도로 빠르게 스쳐가지만 뭔가 비슷한 느낌이 있어요. ㅋㅋ)



 - 그래서 결론은...

 음. 솔직히 막 그렇게 엄청난 퀄리티다. 이런 생각까진 안 들었어요. 제 취향엔 멜로드라마가 살짝 과잉이기도 했고. 아닌 척하면서 은근슬쩍 대충 흘러가는 수사 흐름도 좀 아쉬웠구요.

 하지만 캐릭터를 잘 잡았고 그걸 또 좋은 배우들이 완벽하게 살려주니 멜로드라마도 나름 근사해지고. 또 수사 자체는 좀 허술할지라도 그걸 관객들 쥐락 펴락하며 풀어내는 솜씨는 아주 훌륭했습니다. 결론적으로 재밌게 봤어요. 사실 한 번에 쭉 달려 버렸... (내 잠. ㅠㅜ)

 확인해보니 '헌트' 만든 감독님이 연출했나 보네요. 서로 성격이 많이 다른데 능력이 좋으신 듯 하고. 케이트 윈슬렛은 새삼스레 참 좋은 배우였구요.

 뭐 그러합니다.


 



 + 근데... 케이트 윈슬렛이 손주에 목숨 거는 '할머니' 역할이라니, 장난합니까? ㅋㅋㅋㅋ 아니 이건 뭐 세월이 야속하네 이런 차원이 아니잖아요. 저랑 나이도 비슷하신 양반이 할머니 역이라니 너무 당황해서 '무슨 사정이 있는 거겠지?' 하면서 봤는데 결국 그냥 본인도 애를 빨리 낳고 자식도 애를 빨리 낳은 것... 정도의 이유더라구요. 생각해보니 저도 만약에 스물 갓넘어서 아빠가 됐고 그렇게 만든 자식놈이 또 스물 갓 넘어서 애를 만들었다면 현재 할아버지가 가능한 나이였다는 것. 오오 이런 충격적인 깨달음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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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니 결국 진 스마트님은 할매 역할도 아니고 증조 할매 역할로 나와서 고통 받았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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