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2.04 12:16
Fargo, 2014
오랜 기대가 제대로 충족되었습니다.
저는 코엔 감독들의 영화는 다 믿고 보며 '인사이드 르윈' 무척 좋아하고 가장 최근엔 '카우보이의 노래'도 정말 좋았어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시간가는 줄 모르고 재밌게 봤지만 좋아한다고 말하긴 어려운데 영화 '파고'는 범죄를 다룬 영화 중 손꼽는 좋아하는 영화입니다. 부른 배로 느릿느릿 뚝심 있게 수사해 가던 프랜시스 맥도먼드의 연기는 두 말이 필요없는, 저에게는 영화사에 남는 캐릭터였습니다. 그럭저럭 이 감독들의 소극적인 팬이라 할 수 있어서 이 시리즈도 오래 궁금했어요.
영화와는 다루는 사건 자체는 다른데 궁지에 몰려 불행한 나날을 살던 소심한 사람이 가장 나쁜 해결 방향으로 튕겨 나가 이런저런 흉악한 이들과 얽히는 기조는 비슷합니다. 그 반대 방향엔 일상을 선량한 의지로 지탱하려는 소시민들이 있고요. 그리고 이 소시민들이 미국의 힘! 이라고 말하는 것이죠. 가족을 아끼고 이웃을 믿어보려고 애쓰며 자기 일에 정성을 다하는 이들. 말이 쉽지 너무나 미국적이고 어렵잖아요?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드라마 초반엔 어설펐던 사람도 점점 성장합니다. 성장하지 못 하는 캐릭터는 처참한 최후를 맞기도 하고요. 심지어 위 포스터에 빨간 패딩 입고 계신 분(왓슨, 여기서 왜 이러고 있나요)도 범죄의 세계에 발을 들이 민 다음엔 자신감을 회복하며 나름 성장하십니다. 긍정적으로든 부정적으로든 재난 그 자체, 악 그 자체인 방문자로 인해서 다들 성장하는 것이죠.
배우들이 다들 너무너무 잘 합니다. 포스터에 멀리 찍힌 우리의 주인공은 프랜시스 맥도먼드의 역할인데 일상 속의 영웅이 이런 모습이겠지 싶네요. 엘리슨 톨먼이라는 배우인데 저는 처음 봅니다.
두 말이 필요없고 웨이브 이용하면서 안 보시면 본인 손해!
저는 '왓치맨' 이후에 이 시리즈를 보니 이제 제대로 찾아왔구나 싶더군요. '왓치맨'이 전 회차를 꿰뚫어 이야기를 잇는 솜씨는 훌륭하고 주제 의식과 주제를 드러내기 위한 인물 배치와 사용 다 좋은데 재미를 못 느끼고 끝냈습니다. 아마도 히어로물에 문외한인데다가 '왓치맨' 자체에 대해서도 아는 바가 하나도 없어서 깔고 가는 애정이 없어 그런 이유도 있을 것 같고 드라마 자체가 제게는 좀 산만하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완성도는 훌륭한데 재미를 느끼는 건 개인마다 다를 수...'라는 다른 회원분들의 말씀이 맞았나 봅니다.
'파고'에 대해 후기를 더 잘 써주실 분들이 있지 않을까 싶고요, 저는 시즌2 보러 갑니다.
2021.12.04 13:29
2021.12.04 15:26
시즌 2의 1을 보니 79년이고 아빠 경찰 나오시네요. 시즌 1에서 아빠가 79년 언급을 두어 번 하더니만 제작진이 다 계획이 있었나 봅니다.ㅎ
2021.12.04 13:45
파고를 베이스로 약간 코엔 월드같은 느낌이 드는 시리즈지요. 여기저기 코엔영화에서 따온 것들을 발견하는 재미도 있는 시리즈였습니다. 말씀대로 주연배우들은 뭐 두말하면 잔소리고 자잘한 조연들까지 훌륭한 배우들로 꽉 차있어서 대단히 보기 즐거웠던 드라마였어요. 밥 오덴커크, 글렌 하워튼, 조이킹, 애덤골드버그, 키 앤 필이라든지 어디선가 코엔영화에서 봤었던 캐릭터들을 잘 맞는 배우들이 연기했었지요. (4시즌은 이 점이 참 아쉬웠어요.)'
앨리슨 톨먼!! 너무 좋아요!! 저도 파고에서보고 진짜 홀딱 반했습니다. 진짜 멋진 수사관 캐릭터였어요. 굿 걸스(넷플릭스에 있습니다!)에서 빌런으로 나왔을때는 반갑기도했지만 좀 감질나게 나와서 아쉬웠는데 와이우먼킬 시즌2(왓챠에있습니다!)에서는 아주 물만난듯이 대활약하시더군요.
2021.12.04 15:37
코엔 영화를 10회나 되는 시리즈로 길게 보는 것 같아서 좋아요. 2, 3시즌 남아서 흐뭇합니다. 이게 바로 안 본 눈이라는 거죠. 흐흐흐.
앨리슨 톨먼은 '와이 우먼 킬'도 재밌다던데 거기서 또 봐야겠네요.
2021.12.05 21:22
이분들 이 곳을 듀나의 파고 보는 게시판으로 만들어 버리실 기세... ㅋㅋㅋ 글 잘 읽었습니다. 애초에 볼 드라마였지만 더더욱 봐야겠다... 고 결심해보지만 언제나 그렇듯 일단 엉뚱한 걸 먼저 보게되지 않을까 싶네요. 사실 이미 눈이 가는 드라마 하나가 있어서요.
2021.12.05 21:42
시즌 2 한 회 남았어요. 이거 저거 범죄 드라마에서 흔히 보던 설정 많이 나오고 자주 보던 캐릭터들도 많이 등장하네요. 이야기 범위가 넓어지다 보니 시즌 1보다 살짝 밀도는 떨어지지만 1에 비해 그런 거고 재미는 역시 보장입니다.
영화 원작의 본질을 살리면서 자기만의 개성적인 이야기를 훌륭하게 해냈죠. 시즌 2는 스토리가 직접적으로 연결되진 않지만 1의 과거 이야기이도 해서 약간 연결성도 있고 여전히 영화랑 비슷한 설정도 있는데 시즌 3부터는 계속 비슷한 컨셉으로 가는 건 역시 무리였던지 분위기가 많이 바뀌더라구요. 그래서 아직 시즌 3, 4는 손이 안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