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2.05 23:33
1.
아시다시피 청소년 백신 접종 중이죠.
접종을 희망하는 - 그리고 맞고 있는 학생들 숫자는 아주 살짝 과반 정도 됩니다. 전체 통계 말고 제가 일하는 학교 분위기는 그래요.
어차피 학교는 걍 안내 셔틀일 뿐 백신 접종을 홍보하지도, 권장하지도 않는지라 가정통신문 좀 보낸 후론 애들이랑 백신 얘긴 안 합니다만.
그 와중에 아주 열렬히 백신을 맞고 있는 집단이 있는데... 3학년 학생들입니다.
이 녀석들 재밌는 게, 다들 그렇게 수요일에 맞으려고 합니다.
왜냐면 수요일에 맞으면 그 날과 그 다음 날까지는 출석인정 결석, 그리고 세 번째 날은 백신접종 확인서로 질병 결석 처리가 가능하거든요.
고로 수-목-금-토-일 5일 연휴 완성!!! 자체 단기 방학!!! 이렇게 되는 거죠. 나도 하고 싶다
저학년들도 이걸 모를 건 아닌데, 아무래도 졸업 코앞인 학생들의 사고 방식이 좀 다른 거겠죠.
물론 이걸 막을 이유도 없고 잔소리할 이유도 없으니 그냥 둡니다만. 그래서 수목금만 되면 3학년은 한 반에 1/3에서 절반 가까운 학생들이 없어요.
우리 전원 등교 왜 하고 있니? 라는 생각이 절로...
그리고 물론 다른 학년도 이렇게 특정 요일에 몰리지만 않을 뿐 절반 정도 학생들이 백신을 맞고 2차도 맞고 있으니 결석은 꾸준히 나옵니다. 한 반에 대략 30명 중 3~4명씩이 계속 결석을 하고. 그 와중에 평소대로 그냥 체험학습, 그냥 감기, 그냥 기타등등의 사유로 빠지는 애들이 생기니 교실에 빈자리가 많지요. 수업을 해도 교실 분위기가 늘 좀 거시기하네요.
...대신 출석한 학생들은 급식 먹을 때 반찬을 좀 더 풍성하게 받을 수 있다는 미묘한 장점이 있기도. ㅋㅋㅋㅋㅋ
2.
학생 중 확진자 및 밀접접촉자 발생이 확연히 늘었습니다.
매일매일 가족 확진 내지는 밀접접촉으로 인해서 등교 중지 중인 애들이 거의 반마다 한 명씩 있어요.
역시 통계 같은 건 없지만 역시 제 경험과 체감상 위드 코로나 이전 대비 화아아아아아악실하게 쑥 늘었네요.
올해 상반기에만 해도 직장 동료들끼리 '도대체 어디에 사는 어떤 사람들이 그렇게 열심히 코로나에 걸리는 거야? 여긴 이렇게 조용한데' 같은 소릴 종종 하고 그랬는데. 이젠 그런 말은 아무도 안 합니다. 그 '어디에 사는 어떤 사람들'이 이제 우리 주변에 늘상 보이니까요. 네, 이것이 '위드' 코로나니까.
뭐 주변을 보면 어떤 분들은 '요즘 같으면 코로나 핑계로 학교 가기 싫은 애는 걍 마구 빠져도 되는 거 아냐?' 같은 걱정을 하시던데.
네. 그래도 됩니다. 시국이 이런 시국이니 학교 못 가겠다는 애가 아무리 의심스러운 애(이전부터도 갖은 핑계로 학교 빠지던)라고 해도 '그래도 그냥 나와야지?'라고 권유나 설득을 할 수가 없어요. 그래서 불러냈다가 확진되면 대멸망이니까요. '오늘 제가 좀...' 하면 그냥 프리패스죠. 하지만 그럴 경우 보건소 가서 검사를 받아와야 하므로 학생들이 그렇게 남용하진 못합니다. ㅋㅋ
한 학생 녀석이 컨디션 안 좋은 걸 말 없이 등교 후 검사 받았다가 확진 나오니까 본인이 욕 먹기 싫었는지 담임 교사가 나오라고 그랬다고 역학조사관에게 뻥을 쳐서 일을 키운 적도 있었어요. 다행히 담임이 학생과 주고 받은 카톡 내용도 있고 해서 모함 오해는 금방 풀렸습니다만. 처음부터 교사들은 다 학생 뻥이겠네... 라고 생각했어요. 애초에 그런 위험을 감수하고 안 오겠다는 학생을 불러낼 이유가 전혀 없으니까요.
3.
전원 등교 덕에 학교 자체 방역에 교사 갈아 넣을 구석이 더 많아져서 교사 일과 자체는 엄청 빡세졌지만,
사실 또 수업만 생각하면 전원 등교가 훨씬 나아요. 줌 수업 정말 별로거든요. ㅋㅋ 게다가 지금처럼 온갖 시험이 다 끝나버린 시점에서 줌 수업은 난이도와 피로도, 허망도(...)가 3배 파워업할 거라 더더욱 하기 싫구요.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 시국에 전원 등교를 무조건적인 가치로 여기는 교육부의 입장은 뭐랄까...
아주 순하게 표현해서, 그냥 아무 생각이 없는 거죠.
지금 교육부 장관님은 아마 건국 이래 최고로 운 좋은 장관일 겁니다.
그간 쭉 지켜봤는데, 이분은 그냥 학부모들 여론따라 움직이는 거 말곤 아무 생각이 없어요. 취임 때부터 논란이었던 '전문성'은 둘째치고 그냥 아무 생각이 없어 보입니다. 무색 무취 무존재감.
근데 웃기는 건, 보통 교육부 장관은 이런저런 정책 만들고 강행하다가 욕 먹는 게 누적돼서 중간에 교체되고 그랬는데. 이 분은 코로나 시국 덕에 하는 일이 등교 일정 발표 밖에 없어지니 오히려 교체될 일이 없어져 버린 것 같더라구요. 이제 네 달만 더 버티면 건국 이래 최장수 장관 기록을 세우게 된다는데요. 음... 역시 인생은 운빨이 최고구나. 뭐 그런 생각을 합니다.
4.
암튼 시국이 되게 그래요.
어차피 하는 전원 등교이고, 또 지금 학생들 코로나 땜에 학교 생활 하면서 뭐 기억에 남을만한 활동 같은 것도 해 본 게 없어서 시험 끝난 후에 애들이랑 다 같이 뭐라도 좀 해보려고 이것저것 계획을 해놨는데. 확진자 최고 기록을 계속 갈아치우는 시국 덕에 뭘 할 수가 없네요. 게다가 지금 상태가 이러니 내년이라고 크게 달라질 게 없을 것 같아서 더더욱 난감... 곧 내년 1년 계획 세워야할 시즌인데 뭘 어떻게 계획을 해야할지 감도 안 오구요.
어쨌든 뭐. 일단 눈 앞에 있는 일들이나 해결하면서 버티다 보면 어떻게든 되겠죠.
아니어도 현장 말단인 제가 뭘 어쩌겠습니까. ㅋㅋㅋ
그저 이런 마인드로! 그냥 막!!!! 어떻게든!!!!!
덤: 근데 학생 방역에 그렇게 목숨 거는 학교 관리자님들이나 교육부, 교육청 관계자님들이 교사들은 너무 신경을 안 쓰세요.
어린 자식이 밀접접촉으로 자가격리 된 분들이 종종 생기는데, 학교에 민폐 끼치지 말고 그냥 출근하라는 경우가 다반사라. ㅋㅋ 당연히 보호자도 자가격리 아닌가? 싶었는데 그건 권고 사항이고 의무가 아니니까 그냥 나와도 됨. 나와. 이런 식이더라구요.
원래 교사라는 집단이 대체로 말 잘 듣고 민폐 두려워하는 편이라 다행히도 지금까지는 제 직장에서 교사가 어디서 확진되어 와서 옮기는 경우는 없었습니다만. 그래도 종종 너무한단 생각이 들어서 '교사는 코로나도 피해가는 거니? 그런 거니?' 같은 농담 주고 받고 그래요. 하하.
2021.12.06 00:36
2021.12.06 10:38
이제 이것도 2년차가 끝나가는 중이니까요. 적응 완료! ㅋㅋ 코로나 덕(?)에 줄어든 업무도 없지 않구요.
위드 코로나와 전면 등교가 겹쳐 시전되면서 일이 더 많아지긴 했는데... 그래도 귀찮던 게 아주 많이 귀찮아졌다 정도라 견딜만 해요.
다만 학생들과 어울려서 뭘 하는 일이 줄어들다 보니 직장 생활이 전보다 재미가 없네요...;
2021.12.06 07:23
2021.12.06 10:39
원래 교사는 만능입니다!!? ㅋㅋㅋ 맞죠. 다른 분야도 다 그렇듯이 교사도 그럴 뿐이지요. 다른 업종 분들보다 더 힘들 거란 생각은 안 드네요.
2021.12.06 07:43
2021.12.06 10:41
맞아요 그런 경우도 있고 아닌 경우도 있고... 그게 관리자 판단에 많이 좌우되더라구요.
사실 그냥 출근하라는 것 자체는 이해 할 수 있는데, 평소에 바아아아아아아앙여어어어어어어어어억!!!!! 모드였던 사람들이 이러니 웃퍼서 한 번 투덜거려 봤어요.
2021.12.06 08:29
요즘 아이 학교에 확진자 나와서 검사 받고 음성 기다리는 분들이 회사에도 늘어나고 있더군요. 특히 초등학교 학부모님들..
성인은 백신접종률이 80% 넘어서 음성 뜨면 격리 안하긴 하는데.. 그래도 불안하고 불편하죠.
5~11세는 언제 맞을 수 있을지...
2021.12.06 10:45
지금 12세도 안정성 확인 안 된 상태인 걸로 알고 있는데 (물론 틀릴 수 있습니다 ㅋㅋ) 5~11까지는 아직 멀었겠죠.
정말 도처에 밀접접촉과 자가격리의 물결이에요. 이러다 한 1년 지나면 일본처럼 자의 반 타의 반의 자연 면역 시스템 완성될지도(...)
2021.12.06 09:11
대다수가 백신을 맞은 반면, 노령자층과 미성년층에 미접종률이 높기 때문에 확진 총량 중 그 쪽으로 비중이 훨씬 늘어났더군요. 질병관리청 정례브리핑에서도 연일 아동/청소년 확진자 증가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11월 4주차 주간 평가에서는 현18세 미만 확진자가 역대 최고(845명)라고 하는군요. 아시다시피 스쳐도 검사를 해야하기 떄문에 빈자리가 더 크게 보일 것이구요. 백신 접종이 그런 생각지도 못한(?) 인센티브를 주고 있다는게 약간 괜찮아 보이기도 합니다. 방역 패스가 2월부터 12세 이상에 적용된다고 하니, 더 많이 맞지 않을지. 겨울방학에 맞으면 억울(?)하니까 뒤로 갈수록 더 몰리지 않을지 싶네요.
줌의 피로도는 지인들로부터 들었을 때 예상 이상이더군요. 줌으로 진행하려던 사적 모임들이 다 파괴되서 이해가 갑니다. 말씀하셨다시피 그런 것 치고는 연수나 그런 부분에서 오프 모임을 너무 선호하는 편이 아닌가 싶게 들릴떄도 있습니다. 최전선에서 일하시느라 정말 고생하십니다. 전쟁으로 치면 참호전 1라인인데, 의료 쪽과 달리 그 정도까지의 격려는 없는 것 같기도 하고 씁쓸합니다. (이 전쟁 중 보급을 위해 사람들 일 시키려면 아이들을 봐줘야하고 긴급 돌봄 등으로 좁은 공간 다수 모여있는 아이들을 관리하는... 직종...)
2021.12.06 10:50
아 그런 면이 있었군요. 백신 때문에... ㅋㅋ 그래도 사실 학교만한 밀집 시설이 없는데 아직도 이 정도로 버티는 걸 보면 대한민국 학생들 말 잘 듣는 건 월드 클래스가 아닌가 싶어요. 제 직장을 보면 확진자가 등교하는 상황은 드물지 않게 벌어지는데 교내 전파는 아직 한 건도 없었거든요.
줌은 정말... 아니 뭐 다른 프로그램을 안 써봐서 모릅니다만 아마도 그냥 원격으로 실시간으로 뭘 한다는 게 참 제약이 너무 많아요. 이런저런 수단으로 극복 가능하다고들 하지만 걍 교실에서 라이브로 소통하면서 진행하는 거랑은 차원이 달라서. ㅠㅜ
의료 쪽과 비교될 정도는 정말로 저언혀 아니구요. ㅋㅋㅋ 그냥 평소보다 쉬는 시간이 줄어들고 (학생들 하교 전까진 숨 돌릴 시간이 정말 없긴 해요. 수업 간 쉬는 시간에도 복도 돌며 지도해야 하니) 자잘한 서류 업무들이 늘어난 정도죠. 매달 모아서 결재 받는 출결 확인 서류가 있는데 지난 달에 평상시 한 학기 분량에 육박하는 서류가 만들어졌어요. 아마 다음달은 더할 듯요. 담당자님 애도를...
2021.12.06 11:41
의료 쪽은 특수하지만 밀집도로 볼 때 학교의 교사들도 부담감이 클 것 같습니다. 없던 업무로 몸도 힘들고 심리적으로도 힘드시겠고.
시험 후 방학 전은 안 그래도 수업이 어려운데 빈 자리 숭숭 있는 교실은 너무 어설플 듯합니다. 이게 언제까지 갈지...초유의 상황이네요.
2021.12.06 11:58
'내가 코로나에 걸려서 옮길지도 몰라' 라는 쪽으로 신경을 많이 쓰시는 분들은 정말로 부담 크게 느끼시더라구요. 전 평소에 아무 생각이 없어서 (아니 물론 방역 수칙 다 지키며 삽니다만 ㅋㅋ) 그런지 심적 부담은 별로 없는 편이에요. 애들이 밖에서 옮아 오는 건 어차피 막을 수 없는 거고. 내가 할 일은 학교에서 '할 수 있는 것'을 해서 그런 상황이 생겼을 때 최대한 전파를 막는 거고. 난 열심히 했으니 그래도 전파가 생긴다면 어쩔 수 없는 거고... 라는 식으로 속편하게 삽니다. ㅋㅋ
오히려 등교는 하면서 연일 대량 결석 상황인 교실 상태가 더 부담스러워요. 수업은 당연히 해야 하는데 제대로 이루어지지가 않는 느낌이니. 오늘 수업 들은 애가 내일 빠지고 어제 수업 들은 애가 오늘 안 나오고 이렇게 로테이션이 계속되니까 뭘 열심히 해봐도 효율이 영 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