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시 웨이브의 HBO 컨텐츠로 봤구요. 에피소드 열 개에 분량은 대략 50~60분 정도씩이네요. 스포일러는 없게 적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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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폴라의 청춘스타 총출동 영화 먼저 떠올리신 분들이 많을 듯. ㅋㅋㅋ)



 - 어린 남자애가 유괴되어 잔인하게 살해당합니다. 당연히 사방이 난리가 나는데 범인은 어처구니 없을 정도로 빠르고 신속하게 특정이 돼요. 도처에서 목격자가 튀어나오고 cctv 영상들이 즐비하고 그 모든 것이 한 명을 가리키는 거죠.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자신도 아들 키우는 부모였던 동네 보안관 아저씨는 매우 깊이 분노한 나머지 용의자를 사회적으로 매장을 시키는 방식으로 체포해버리고, 그 동네 검사와 함께 무자비한 법집행을 준비하는데... 음. 용의자에게 완벽한 알리바이가 있네요. 사건이 발생한 시간과 장소에 절대로 있을 수가 없었다는 확고한 알리바이가 있는데, 환장하겠는 건 그 전에 자기들이 수집한 증거도 분명 확고한 증거라는 겁니다. 도대체 이게 뭐꼬!!!! 라며 보안관과 검사는 머리를 감싸쥐고. 그 와중에 보안관 아재가 확신에 차서 질러 버렸던 공개 체포 때문에 사건은 한층 더 배배 꼬여 더욱 더 큰 비극을 10단 연속 콤보로 몰고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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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하루 종일 이러고 다닌 놈을 범인 아니라고 생각하는 게 무리 아니겠습니까.)



 - 스티븐 킹은 참 꾸준한 작가죠. 꾸준하기론 지구에서 손꼽힐 정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일단 계속해서 작품을 내놓는 측면에서 그렇잖아요. 2010년대에 나온 작품들만 봐도 뭐 거의 해마다 하나씩은 내놓는 가운데 1년에 두 편씩 출판한 경우까지 있으니. 당연히(?) 리즈 시절 작품들만큼 큰 임팩트를 남기고 그런 작품은 드물지만, 현재 한국 나이로 75세인 양반이 이렇게 왕성하게 활동하는 건 인정해줘야하지 않겠습니까. 아들보다 더 열심히 사는 것 같기도 하구요. ㅋㅋㅋ


 암튼 이 드라마의 원작인 '아웃사이더'는 2018년에 나온 소설이고, 드라마로 방송된 건 작년의 일이네요. 덧붙여서 지금 킹 본인이 시즌 2를 위한 각본을 쓰는 중이라고 합니다. 이야기 자체는 시즌 1으로 깔끔하게 끝난다는 것도 덤으로 말씀드리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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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종일관 혼자서 마을 똥을 다 씹은 표정의 보안관 아저씨.)



 - 일단 좀 특이한 점을 말씀드리자면. 

 위의 도입부 소개를 보면 아시겠지만 이게 결국 초자연적 존재가 출동하는 호러가 될 거라는 건 분명하지 않겠습니까. 실제로도 그런 이야기인 게 맞는데, 드라마의 기본 방향은 수사물입니다. 시작부터 거의 마지막까지 그래요. 1번 주인공인 보안관 아저씨도, 초반을 넘겨야 등장하는 2번 주인공 사설 탐정님도 모두모두 아주 논리적인 사람들이고 그래서 이 말도 안 되는 사건을 성실한 현장 탐방과 증거 수집, 그리고 그것에 기반한 논리를 바탕으로 풀어 나가요. 


 아니 뭐 그런 이야기 흔하지 않나? 싶겠지만 사실 별로 안 흔하거든요. 비슷한 이야기들은 대체로 이런 식으로 흘러가죠. [ 과학 수사 하다 보니 막힘. 설마 초자연적 존재겠어? 하다가 그 존재를 맞닥뜨림. 그 싱기방기한 모습을 실제로 목격한 후 즉각 그 존재를 인정하고 죽어라 쫓아 다님. 수사는 이쯤에서 끝내고 초자연 액션으로 흘러가다 마무리 ] ...와 같은 패턴이요. 


 근데 이 시리즈의 주인공들은 그러지 않아요. 일단 이들이 그 초자연적 존재를 직접 목격하는 게 어어엄청나게 막판의 일이구요. 자신들이 쫓는 존재가 대략 말도 안 되고 얼토당토 않은 놈이라는 걸 깨달은 후에도 역시 주인공들은 '수사'를 통해 그 존재에게 접근합니다. 그리고 그 접근 과정이 나름 앞뒤가 맞고 설득력 있게 풀려나가서 구경하는 재미가 있어요. 뭐 사실 정상적인 수사관들이라면 절대로 관심 두지 않을 부분들을 캐며 접근하긴 합니다만. 그게 분명히 대략 개연성은 있다는 거.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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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자연적으로 못생긴 빌런 님하...)



 - 그리고 나름 드라마를 강하게 끌고 가는 시리즈입니다. 그 중심에는 잘 빚어내서 적절하게 자리 잡아 놓은 캐릭터들이 있구요.


 위에서 살짝 언급했듯이 주인공을 투 톱으로 두고 이야기를 꾸려가는데요.

 일단 1번 주인공인 보안관님이 중요합니다. 너무나도 분명 확실 굳건한 증거 앞에서 분노심에 휘말려 좀 강수를 뒀다가 그로 인해 숱한 희생자를 만들고 그 죄책감 & 책임감에 콱콱 눌려서 신음하는. 원래는 바르고 정의로운 인물이어서 더 많이 고통스러운 캐릭터로 이야기에 현실적으로 몰입을 시켜 주고요. 또한 평범한 상식인(?)을 대변하는 캐릭터로서 모든 증거들이 초자연적 존재를 가리키는 이 상황 속에서 인지 부조화를 일으키며 번뇌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근데 그렇잖아요. 본인이 스티븐 킹 소설의 주인공이라는 걸 스스로 인지하지 않는 이상에야 그런 걸 덜컥 믿어버리는 게 이상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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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시 세상 똥을 다 씹은 표정으로 이야기를 주파하시는 천재 탐정님. 근데 보다보면 귀엽습니다)



 그리고 대망의 2번 주인공인 사립 탐정님은 노골적인 장르물 단골 괴짜 천재 캐릭터... 라서 몰입 같은 부분은 좀 약하지만 그래도 구경하기 재밌는 캐릭터에요. 보다보면 참 귀여우십니다. ㅋㅋ 그리고 또 실질적으로 수사 진척을 혼자서 거의 다 하드캐리하는 분이어서 전개상 필요한 역할을 다 해주기도 하구요. 결정적으로 '보편적 상식인' 보안관님에 맞서 '뭐 초자연적 존재 그까이 거 있을 수도 있지 뭐'라는 오픈 마인드 캐릭터 역할을 해주세요. 사실상 작가의 대변인이기도 하죠. '인간이 뭘 알면 얼마나 안다고? 아직도 우리가 모르는 게 세상 천지에 널려 있을 걸? 마음 좀 열어 보시지?' 라는 70 평생 장르물 외길 작가님의 사상을 되게 설득력 있게 설파해주거든요. ㅋㅋ


 그래서 이 둘이 대립하고, 가끔은 협조하면서 사건을 겪고, 서서히 서로 마음을 열고... 이런 과정이 중심을 이루고요.

 그 와중에 이제 괴물의 만행으로 유탄을 맞은 사람들의 고통과 그 극복에 대한 드라마가 뒷배경을 튼튼하게 잘 잡아 줍니다. 

 역시 특별할 건 없지만 잘 짜여진 드라마라고 생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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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의자의 가족들. 고통과 역경의 극복 드라마를 맡고 계신 분들입니다.)



 - 호러 요소는 뭐랄까... 솔직히 특별히 무섭진 않습니다. 그냥 적당히 끔찍하고 적당히 긴장되고 적당히 불편한 느낌 정도? 하지만 기본은 충분히 잘 해줘서 허접하단 생각 없이 잘 보게 되구요.

 앞서 말했듯이 애초에 이야기 자체가 그렇게 호러스럽지 않습니다. 계속해서 수사물 분위기로 흘러가고 심지어 막판엔 위험한 야생 동물 포획하러 가는 분위기에요. 세상 사람들 아무도 모르는 위험하고 강력한 존재를 물리치기 위해 모인 선인들... 이라는 모양새만 봐선 '그것'의 최후 결전과 비슷한 느낌입니다만. 이후의 전개는 차라리 '죠스'에 가깝습니다. 


 근데 이 이야기에는 그 톤이 맞아요. 앞서 말했듯이 '그런 게 실제로 있을 수도 있다니깐?' 이라는 게 중요한 이야기라서요. '우리가 그동안 몰랐던 생명체'이지 무슨 영적인 존재도 아니고 천하무적 괴물도 아니거든요. 호러보단 수사물 쪽에 가까운 게 합리적인 선택이었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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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께 똥씹기. 보기와 다르게 잘 어울리는 콤비입니다. 멀더-스컬리의 성별 전환 버전 같은 느낌이 아주 조금 있어요.)



 - 단점이라면...

 일단 원작자 킹 할배의 고질적인 단점 내지는 한계 같은 게 있죠. 이 양반이 '괴생명체'를 소재로 삼을 땐 대부분 클라이맥스가 약합니다. 도입부 확 잡아 끌고 미스테리가 유지되는 동안엔 불길하고 불쾌한 분위기로 흡입력 있게 잘 끌어가는데, 정작 그것의 정체가 밝혀지고 마지막 대결을 하게 되면 그 부분은 좀 싱거워지는 일이 많거든요. 이 작품도 대략 그러합니다. 뭐 앞서 말했듯 '그냥 우리가 존재를 몰랐을 뿐인 생명체'라는 게 이야기의 핵심이니 클라이맥스가 아주 대단할 필요는 없었겠지만, 그래도 싱거운 건 싱거운 거라. ㅋㅋㅋ


 그리고 에피소드 한 개 분량 정도는 덜어내고 압축할 수 있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도 조금 들었습니다. 지금도 막 지루해지거나 페이스가 느려서 별로다... 싶은 구간은 없습니다만. 그래도 뭔가 더 덜어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재밌게 보긴 했지만, 좀 더 타이트했다면 훨씬 몰입해서 볼 수 있었을 것 같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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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도 요즘 많이들 싫어하시는 플래나간 스타일(?)은 아닙니다. ㅋㅋㅋ 사건 확확 벌어지고 이야기 전개도 빠르게 되니까 걱정 마시길.)



 - 대충 결론을 내자면요.

 이걸 갖고 무슨 킹 할배의 리즈 갱신이라든가, 전성기 시절에 맞먹을만한 수작이라든가 하는 식으로 극찬을 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냥 요즘 킹 할배 작품다워요.

 다만 어쨌거나 충분히 매력적인 떡밥으로 출발해서 나름 설득력 있게 흘러가는 이야기이고. 주인공급 캐릭터들의 설정과 묘사도 좋습니다. 이야기의 동력을 위해 깔아 놓은 비극적인 드라마들도 나름 다 성의 있게 묘사 되어서 좋았구요. 새로운 사건으로 시즌 2를 만들어 준다면 아마 그것도 기꺼이 찾아보게 될 것 같네요.

 잘 봤습니다. 비록 직전에 본 드라마가 'SF8'이어서 이게 중립적인 상태의 감상이었는지는 좀 자신이 없습니다만. 암튼 재밌게 봤다구요! ㅋㅋㅋ




 + 배우들도 질이 좋습니다. 그렇게 막 유명하고 인기 많은 건 아닌데 여기저기서 많이 본 듯한 좋은 배우들이 우루루 나와요. 그 중에서 제가 특히 반가웠던 건 21세기 레드넥 캐릭터의 아이콘 마크 맨차카 아저씨였죠. ㅋㅋㅋ 이번에도 역시 비슷한 역할을 맡아서 열연해 주십니다. 게다가 제이슨 베이트먼도 함께 나와주시니 얼른 오자크 마지막 시즌을 뱉어내라고 넷플릭스에게 마구 욕욕욕을 하고 싶은 기분도 들고 좋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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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연 이번엔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

 


 ++ 클라이맥스를 보고 나면 '아이고 주인공 저넘아들 이 사태를 어떻게 수습하냐?'라는 생각이 절로 드는 것인데요. 대충 넘어가는 게 아니라 그걸 또 어떻게 덮을 건지 하나하나 다 상냥하게 보여주고 이야기를 끝내줘서 좋았습니다. 저 이런 거 대충 넘어가는 거 안 좋아하거든요. ㅋㅋ



 +++ 보아하니 시즌 2는 사립 탐정님을 주인공으로 하는 새로운 이야기가 될 것 같더라구요. 애초에 킹의 시리즈 소설에 등장했던 캐릭터 하나를 주인공급으로 키워 활용한 경우라고 하니 100% 그렇겠죠.



 ++++ 여기서 탐정님께서 초자연적 존재를 별다른 번뇌 없이 간단하게 받아들여 버리는 과정이 좀 재밌었어요.


 1. 나에게 전달된 정보들은 모두 정확하고 신뢰도에 문제가 없다.

 2. 그런데 그 정보들을 조합한 결과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3. 그럼 그 '현실적으로 불가능'이라는 개념에 문제가 있는 거지 뭐.


 라는 식으로 그냥 아주 간단하게 믿어 버려요. 물론 현실 세계에서는 '내가 제대로 판단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네'라는 식으로 망해버릴 논리이긴 합니다만. 이 탐정 양반은 극중 설정 자체가 천재이고 본인도 스스로 그 사실을 넘나 잘 알고 있다 보니 되게 자신감 있게 믿어 버리는 거죠. 괴상하지만 설득력 쩔었던...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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