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raight Story, 1999

136F1B10ACB17F1858  왜 희한한 영화냐면요, 모오든 등장 인물이 다 착해서요. 살아온 과거의 시간에 온갖 험한 일들을 겪으며 이미 악다구니를 다 쳤을 수 있을 것이고 지금도 상황만 보자면 주요 인물들은 매우 열악하며 불행하달 수도 있는 처지입니다만 적어도 이 영화 속의 시간에는 부정적인 기운을 뿜는 사람이 안 나와요.(로드킬로 울부짖는 사람이 한 명 있는데 '암만 조심해도 이게 몇 번째야! 내가 사슴을 얼마나 좋아하는데!'라며 소리지르는 정도가 최악이랄까) 시니컬한 농담을 던지는 사람도 안 나와요.

  그런 영화인데 감독은 누구게요. 데이비드 린치입니다. 

  주인공 노인은 다리를 제대로 못쓰는데 최근엔 의사가 경고할 정도로 전반적인 건강 상태가 나쁩니다. 그러던 중 연락을 끊고 살던 형제가 뇌졸중이 왔다고 하고, 노인은 죽기 전에 꼭 만나고 싶습니다. 노안이고 면허가 없어 운전도 못 하며, 노인이 사는 곳도 촌동네인데 형제가 사는 곳은 버스도 안 다니는 두메산골이네요.

  사소한 불화로 오랜 시간 말을 섞지 않은 형제에 대한 미안한 마음에서 그리고 아마도 회한 많은 인생 자체를 잘 매듭짓고자 하는 마음에서 본인 힘으로 형제가 있는 곳까지 가려고 마음먹게 되고, 그리하여 30년 묵은 잔디깎는 기계에 바퀴달린 다용도 상자를 연결해서 6주간 이어지는 초라하기 짝이 없는 대장정에 나섭니다. 

  또 왜 희한한 영화냐면요, 해뜨면 가고 해지면 소시지 구워먹고 상자에 들어가 자고 해뜨면 또 출발해 가는 여정인데 이게 뭐 영화가 되겠나 싶지만 재미있어요. 노인 본인도 재미있어 하는 얼굴이고요. 가면서 보이는 풍경도 구경거리고 우연히 만나는 사람들은 서로 친절을 베풀고(도움을 주는 가족이 등장하는데 특대 사이즈로 친절한 사람들입니다), 처음 만나 마음 속 해묵은 이야기를 나누게 되기도 하니까요. 기계가 고장나거나 비가 오거나 큰 트럭들 옆을 지나는 고비도 있어요. 별거 없는 느려터진 여정의 기록이지만 사실 매우 기이한 이야기잖아요. 잔디깎는 기계로 산 넘고 미시시피 강 건너 두메산골 형제를 찾아 가는 노인의 이야기. 일반적인 미국 영화라면 노숙 중에 튀어나올 그 흔한 부랑자 깡패 나부랭이도 볼 수 없고, 기어가는 노인 뒤에서 차들이 성질을 부리지도 않아요. 이게 데이비드 린치 영화라니요. 

  내가 만든 이전 영화도 미국이지만 미국은 이런 곳이기도 하다, 라는 얘길 하고 싶었을까요? 내가 저런 영화도 만들지만 이런 영화도 잘 만든다, 라는 마음으로? 감독이 이 영화를 만들게 된 속마음이 궁금하더군요.

  시시 스페이섹이 조금 모자라고 말을 더듬는 노인의 딸로 등장합니다. 보는 동안은 못 알아봤어요.

  형제 역할로 저에게는 '파리 텍사스'로 각인 된 해리 딘 스탠튼이 짧게 등장하십니다.  

  실화 기반이라고 합니다. 








증말 이거 타고 갈라고? 동네 친구들의 어이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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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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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시시피 강을 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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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다 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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