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3년 영화였네요. 넷플릭스 버전은 2시간 14분이구요. 스포일러... 랄 게 있겠습니까 이 영화에? 듀게에 10대, 20대 초반 유저분이 계신 게 아니라면야...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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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스터부터 아주 그냥 노리고 만든 크.리.스.마.스.영.화. 되겠습니다. ㅋㅋ)



 - 다들 아시다시피 크리스마스를 배경으로 하는 다양한 커플들의 '사랑'을 그린 이야기죠. 뭐 스토리 소개 같은 건 당연한 듯이 생략합니다. 평소의 영화 소감글과 좀 다른 그냥 잡담 글이에요 말 그대로.


 이 영화를 마지막으로 '제대로' 본 게 언제인지는 비교적 또렷하게 기억합니다. 개봉 당시 극장이었고 크리스마스 시즌이었으니 2003년에 신촌에 있었던 극장에서 봤죠. 대학 친구 후배들과 너댓명이 남녀 혼성으로 우루루 몰려가서 봤구요. 모두 다 솔로였습니다(...) 일단 뜬금 없이 엮여서 떠오르는 기억은 영화가 끝난 후에 파스쿠찌에 가서 마셨던 따뜻한 라떼가 굉장히 맛이 없었다는 거. 생각난 김에 검색을 해 보니 지금도 신촌에 파스쿠찌가 있긴 있는데 예전에 제가 갔던 매장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땐 신촌역 앞 대로변에 있었던 걸로 기억하거든요. 뭐 신촌에서 한 자리에 18년간 버티는 가게란 게 거의 없다 보니 당연하다면 당연하겠습니다만. 혹시 제 기억이 잘못된 것이어도 뭐... 그게 무슨 상관이겠습니까.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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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봉 직후와 이듬해에 싸이월드를 지배했던 이 전설의 짤.)



 - 근데 당시에 전 이 영화가 그렇게 만족스럽지 않았어요. 뭐랄까... 재미는 있었는데 제가 예상했던 거랑 뭔가 결이 많이 다른 영화였거든요. 정확히 말하자면 기대와 결이 다른 에피소드들이 많은 영화였다고 해야겠죠. 그 많은 커플들 중 대충 기대에 부응하는 커플들도 당연히 많았지만 그렇지 않은 커플들도 있었어서.


 한 번 꼽아보자면...

 일단 그 전설의 스케치북 고백 이야기는 예상치 못한 불륜 요소(...)에도 불구하고 뭐 '크리스마스 연애'물로선 기대에 맞는 이야기였다고 봐야겠구요.

 제가 가장 좋아했던 이야기인 리암 니슨 부자 스토리야 뭐 더할 나위 없는 크리스마스 연애물이었죠.

 빌 나이히의 한물 간 락스타 이야기는 연애 요소는 1도 없는 할배들 우정 이야기였지만 그래도 기대에는 어울렸구요. 또 제일 감동적이었죠.

 콜린 퍼스의 외국어 학습 에피소드는 엄... 이야기 자체는 기대에 맞는데 뭔가 디테일이 이상했어요. 보고 나와서 다들 '뭐야 그럼 몸매에 반해서 그 집착을 한 거야?' 같은 드립을 치며 웃었던 걸로.

 로라 린니 이야기는 분명 좋은 이야기였고 심금을 울렸지만 결말이 많이 튀었죠. 그래서 아아니 이게 뭐꼬!!! 라는 느낌이었고.

 알란 릭맨과 엠마 톰슨 이야기 역시 엠마 톰슨의 절절한 연기와 조니 미첼의 Both Sides Now가 인상적이었지만 역시 '이게 뭐꼬'.

 휴 그랜트의 수상님 에피소드는 뭐 기승전영국뽕의 결말이 좀 당황스러웠지만 그 시절 로맨틱 코미디 다운 전개로 영화엔 어울렸다고 생각하구요.

 '영국 악센트가 미국에서 먹어준대!!!' 에피소드는 워낙 존재감도 분량도 적긴 하지만 그래도 귀엽게 웃겼던 것 같아요.

 그리고 다들 아시다시피 마틴 프리먼의 베드씬 대역 배우 에피소드는 그 당시엔 한국에 존재하지 않았죠.


 그러니까 제 입장에선 여덟개 이야기 중에 두 개는 그 다크함 때문에 당황스러웠고, 하나는 그냥 제 취향이 아니었고... 뭐 이랬던 거군요.

 그래도 절반 넘게 좋게 봐 놓고도 소감이 거시기했던 건 아무래도 그 두 이야기의 다크함이 너무 그럴싸했기 때문인 것 같아요. 하필 배우들도 너무 잘 하는 분들이었고 이야기도 필요 이상으로 리얼해서 다른 이야기들의 무념무상 달콤함을 상당히 씹어 먹어 버렸던.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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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크함의 절정을... 은 됐고 릭맨옹 그립습니다.)



 - 암튼 그래서 이후로 제대로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습니다. 그냥 마지막 학예회 장면만 유튜브로 보고 보고 또 보고 그랬어요. '유~~~~~ 앤 유! 앤 유! 앤 유우우~' 장면의 웃김을 좋아하거든요. 그리고 가끔 생각나면 마지막 공항씬도 편집본으로 찾아서 돌려 보고 그랬네요. 달리는 소년의 해맑은 모습과 매우 크리스마스스럽게 감동적인 OST가 근사하게 잘 어울리는 장면이라고 생각해요. 5년 뒤에 막 찾아내서 다 죽여버리는 살인 기계가 되실 리암 니슨 아저씨의 사람 좋은 아빠 연기도 좋았구요. 그렇게 좋아하는 장면만 반복 감상하다 보니 영화에 대한 기억과 인상도 많이 흐릿해진 상태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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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얼굴 그대로 자라서 수염만 달고 '퀸스 갬빗'에 나온 듯한 토마스 생스터군.)



 - 이걸 굳이 다시 볼 생각을 하게 된 건 일단 뭐 당연히 넷플릭스에 있어서 = 공짜니까. 겠습니다만. 아름답지 못한 사연이 조금 있습니다.

 그러니까 뭐랄까. 크리스마스에 신경을 쓰고 산지 참 오래됐어요. 설레고 신나고 기대되지 않는다... 는 차원을 넘어서 그냥 아무 생각이 없어진지 오래됐습니다. 아마도 자식들 키우기 시작하면서부터 진행된 일인 것 같은데. 이제 첫째가 일주일 뒤면 나이가 두 자릿수가 되는 판국이니 벌써 한 세월인 거죠. 

 뭐 그렇게 크리스마스에 신경 안 쓰게된 것... 에 대해 아쉽다거나 슬프다거나 이런 기분조차 안 들게된지도 오래입니다만. ㅋㅋㅋ 그냥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옛날엔 안 그랬는데. 그래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이 영화와, 이 영화를 보러 갔던 기억이 떠오른 거죠.


 그리고 한 가지 이유가 더 있는데요. 그게 어제 수업 중에 어느 반 애들이 크리스마스에 할 일이 없다. 티비에서도 맨날 똑같은 영화만 한다. 뭐 재밌는 거 없겠냐. 이런 얘길 하길래 '그럼 이시국에 어디 헤매지 말고 집에서 넷플릭스나 봐?' 이런 식으로 대꾸하다가 이 영화가 생각나서 슬쩍 추천을 해버렸거든요. 그러고 아무 생각 없이 있다가, 퇴근해서 넷플릭스를 켰다가, 퍼뜩 이 생각이 든 겁니다. 아 설마 이거 무삭제판 아냐? 하고 확인해보니... 아악 마틴 프리먼 너 왜 나오는데!!! ㅠㅜ 왜 때문에 무삭제 버전인 건데??? 아시아권 관객들 갬성 무시하는 나쁜 넷플릭스!!!!!


 그나마 다행인 건 어쨌거나 등급은 15세로 되어 있다는 겁니다만. 늙다리 선생의 영화 추천 따위 살포시 씹고 다들 각자 다른 재밌는 거 보면서 즐거운 시간 보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엉엉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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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나오냐고... ㅠㅜ)



 - 그리고 내친 김에 저도 다시 봤어요.

 근데 이게 보게 된 사연 때문인지... 계속 신경 쓰이는 장면들이 튀어나오네요. 아니 이건 뭐 스케치북 커플이랑 리암 니슨 부자 에피소드 빼면 다들 남사스런 장면이 한 두 번씩은 다 들어가 있어요. 아아악. 아아아아악. 고통에 몸부림치는 시간이었습니다. 예전에 극장에서 볼 땐 뭐 그냥 성인들끼리 가서 본 거였으니 전혀 신경 안 쓰였는데. 이제와서 보니 이거 굉장히 성인 취향 로맨스물이었네요. 허허허허허허허. 18년만에 처음 보는 마틴 프리먼 에피소드는 이야기 자체는 괜찮지만 첫 장면 임팩트가 좀 강하구요. 으음.......;;


 암튼 이 얘긴 그만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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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인 취향 (브)로맨스)


 

 - 다시 본 소감은 예전과 비슷했습니다.

 전체적으로 재밌게, 재치있게 잘 만든 영화였구요. 크리스마스 시즌에 보기 딱 좋은 영화라는 사실도 변함 없고. 역시 뭐 잊었던 크리스마스 뽕이 다시 차오르는 기적적인 체험 같은 건 없었습니다만, 괜찮았어요. 하나하나 열거하기도 귀찮은 스타 배우들의 젊은 시절 구경하는 재미도 있었고. 알란 릭맨 아저씨 보면서 감상에 젖기도 했고. 지금 와서 가장 잘 나가는 게 한국에선 통삭제 당했던 마틴 프리먼이네... 하고 웃기도 했구요.


 첫 관람 때 이후로 사람이 특별히 철들거나 특별히 변한 게 없어서 그런지 에피소드들 소감도 비슷했습니다. 특히 콜린 퍼스 아저씨 에피소드는 정말, 영화 클라이맥스를 장식하는 고백 장면은 여전히 참 귀엽고 분위기 있습니다만. '저럴 정도로 사랑하나?'라는 생각이 다시 봐도 여전히 드는 걸로 봐서 그 과정의 설득력은 제겐 별로였던 걸로. ㅋㅋ

 그리고 역시 다크한 에피소드들의 포스가 너무 강해요. 뭐 어떻게 보면 지나치게 달착지근한 분위기로만 달리는 걸 중화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고 할 수도 있겠지만 중화를 넘어 그 반대편의 느낌으로 전체적 인상을 몰고 가버리더라구요. 뭐 그냥 제겐 그랬다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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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까지만 해도 참 발랄 깜찍하고 좋았죠.)



 - 암튼 이제 얼마 안 있음 20주년을 찍을 영화인데. 이후로 이것보다 인기 많은 크리스마스 영화가 나온 게 없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그 명성과 존재 가치를 입증하는 작품이라 하겠습니다. 하지만 다시는 학생들 앞에선 이 영화에 대해선 입도 뻥끗 안 하겠다는 결심을... ㅋㅋㅋㅋ 뭐 집에서 엄마 아빠랑 '오징어 게임'도 보고 '지옥'도 봤다고 당당하게 얘기하는 놈들이 대부분이라 별 걱정은 안 합니다만. 그래도 민망하네요. ㅠㅜ



 - 그래서 결론은



 메리 크리스마스입니다 여러분.

 개판 난리난 정치 뉴스 같은 건 잠깐 잊고 그냥 크리스마스를 즐기... 시라고 말씀드려고 했는데 왜 또 공휴일이 토요일인 것이고. ㅋㅋㅋㅋ


 아무튼! 메리크리스마스!!!!!!!




 + 위 영상 올린 김에 덤으로 오리지널도 한 번.



 영화가 18년이나 묵었다고 투덜거렸지만, 이 노래는 나온지 27년입니다 여러분. 으하하하하(...)

 머가수님께서 이 곡으로 벌어들인 저작권료가 2017년 기준 750억 정도 된다는군요. 세상 떠나시기 전에 1000억 찍을 듯?

 자식들에게 음악을 가르쳐서 평생 동안 캐롤만 작곡하라고 시켜볼까 하는 생각을 잠시 해봤습니다. 한 곡 얻어 걸릴 때까지!!!



 ++ 그러고보면 휴 그랜트는 당시에 그냥 로맨스물 스타... 정도가 아니라 '영국산 로맨스 그 자체'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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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그 시기에 딱 워킹타이틀의 로맨틱 코미디 전성기가 맞물려 지구를 호령하셨구요. 역시 성공은 본인 능력 + 때가 맞아야 하는 법.



 +++ 이 많은 배우들 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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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빌리 밥 손튼은 왜 안 끼워주나요!)


 미국 배우는 로라 린니 한 명 뿐이네요. 미국 영화가 아니니 당연하겠습니다만. 그럼 왜 얘만 미국인이지? 했는데 18년만에 검색으로 궁금증을 풀었네요.

 감독이 '로라 린니 같은 배우를 쓰고 싶은데 왜 없는 거야!!!' 라고 짜증부리는 걸 보고 누가 옆에서 '그럼 갸를 그냥 캐스팅 하면 되잖음?'이라고 한 마디 했다고.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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