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7년작이고 런닝타임은 98분. 장르는 코미디... 이긴 한데 많이 블랙하구요. 스포일러는 안 적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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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he'll 'Follow' You. 나름 센스있네요.)



 - 영화가 시작되면 인스타그램 이미지들이 촤라락 지나갑니다. 나레이션으로 코멘트와 해쉬 태그를 열심히 읽어주겠죠. 결국 행복하게 연애질해서 결혼에 이르게 된 누군가의 이야기인데. 문제는 핸드폰을 들고 그 화면들을 보고 있는 사람은 전혀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는 겁니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눈물로 화장이 번진 얼굴로 결혼식에 쳐들어간 그 양반은 신부에게 '초대해주면 덧나냐?'라는 말을 쏘아 붙이곤 다짜고짜 신부 얼굴에 호신용 스프레이를 뿌려버려요.


 그 양반의 이름은 '잉그리드 소번'입니다. 현실 세계엔 친구가 없고 그나마 함께 살던 엄마도 얼마 전에 일찍 세상을 떠나 버렸구요. 그래서 인스타그램 관계에 집착하다 이 꼴이 난 건데... 다행히도(?) 정신 상태가 온전치 않다는 걸 인정 받아 감옥은 면하고 정신과 입원 치료 후 퇴원을 합니다. 하지만 누가 곁에서 돌봐줄 사람이 없으니 제 버릇 스스로 고칠 리가 있나요. 결국 다시 인스타 세상을 배회하다가 눈이 번쩍 뜨이게 하는 새로운 집착 대상을 찾아내고. 그 대상의 인스타 속 정보로 대략의 사는 동네와 단골집 등을 알아낸 후, 엄마가 남겨준 유산 6만 달러를 몽땅 현금으로 인출하고는 꿈과 희망의 유니콘을 잡으러 LA로 향합니다. 그리하여 '잉그리드 서부로 가다'가 되는 거죠. 이 영화의 원제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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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분이 바로 잉그리드이십니다.)



 - 방금 말했듯이 영화의 원제는 Ingrid goes west 입니다. 영화의 내용을 나타내기도 하고 또 극중에서 잉그리드가 닉세탁을 위해 새로 파는 인스타 계정명이기도 해요. 뭐 '언프리티 소셜 스타'라는 번역제도 나쁘진 않구요. 영화 내용을 잘 반영하면서 '잉그리드 서부로 가다' 보다는 더 직관적으로 와닿기도 하네요. 하지만 뭔가 어감이 너무 블링블링 귀염뽀짝이잖아요? 실제 영화 내용은 굉장히 칙칙하면서 심지어 스릴러 느낌이 날 정도로 다크하고 위험하거든요.


 그러니까 서두부터 분명히 보여주듯이 우리의 주인공 잉그리드는 걍 정상이 아닙니다. 인터넷 상의 관계에 집착해서 현실 세계에서 주저 없이 범죄를 저지르는, 그러면서 그게 범죄라는 인식을 전혀 못하는 그런 상태거든요. LA로 간 후로도 마찬가집니다. 인스타 내용을 기반으로한 스토킹은 그저 시작일 뿐이고, 이후로 벌이는 일들은 그냥 다 범죄에요. 비교적 가벼운 범죄로 시작해서 매우 심각한 범죄까지 발전을 하고 막판엔 또 그만큼 극단적인 뭔가를 저지르죠. 그 사이의 블링 뽀짝한 장면들도 다 '이 상황은 전혀 건전하지 않음'이라는 전제를 깔고 흘러가구요. 여러모로 어두운 영화입니다. 기분 전환용 코미디를 원하시는 분들은 일단 멀리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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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잉그리드의 타겟, 엘리자베스 올슨님. 반짝반짝하시네요.)



 - 이런 이야기면 대략 두 가지 정도 길을 예상해 볼 수 있겠습니다. 하나는 '잉그리드'라는 인물에 대한 캐릭터 탐구이고, 다른 하나는 그냥 중심 소재에 집중하는 현실 풍자죠. 물론 두 가지를 동시에 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이 영화는 명백하게 그냥 현실 풍자물로 갑니다. 그게 다 보고 나니 좀 아쉬워요. 잉그리드를 맡은 오브리 플라자의 연기가 정말 좋아서 차라리 이 캐릭터를 좀 더 깊이 파고 들어가는 게 훨씬 재밌었을 것 같단 생각이 들거든요.


 암튼 실제 결과물은 대략 이런 식입니다. 인스타그램에 중독되어 이미 정신줄을 놓은 캐릭터가 나와서 어떤 대상에게 집착하며 저지르는 인생 뻘짓들을 주루룩 보여주는 거죠. 당연히 '알고보니 그 대상도 별 거 없는 놈이었다'는 식의 전개가 예정되어 있고, 또 이런 주인공 곁에 나타나 관객들에게 희망을 주지만 결국 주인공에게 선택받지 못하는 '건강한 삶의 기회'를 상징하는 인물이 그 주변을 맴돌구요.


 굉장히 효율적인 구성이자 인물 배치라는 건 맞습니다만. 보다보면 너무 정직하게 효율적으로만 구성되어 있는 게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어요. 너무 전형적인 구성이라 현실감이 떨어진달까요. 그리고 동시에 너무 극단적이기도 해요. 세상에 인스타 중독자는 최소 수천만에서 많이 잡으면 수억 정도가 있겠지만, 그 중에 잉그리드만큼 막나가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되겠어요. 교훈을 담고 그걸 직설적으로 발사!!! 하는 이야기지만 아마 감독이 그 메시지를 받아들이길 기대했던 대상들 대부분은 이 영화를 보고서 '휴우, 정말 불쌍한 사람이네! 난 저러지 말아야지'라고 생각하며 오히려 안심하고 말았을 겁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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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스타로 맨날 완벽하고 행복해보이던 부부!! 가 실제로 만나서도 완벽하고 행복한 부부였다!! 라면 차라리 재밌었을 텐데요.)



 - 그러니까 그런 메시지를 먹히게 만들고 싶었다면 잉그리드가 처음부터 그렇게 미친 놈(...)이 아니었어야 했겠죠. 최소한 시작이라도 그냥 평범한 인스타 러버 정도로 끊은 후에 점차 맛이 가든가... 아니면 걍 처음부터 끝까지 평범한 인스타 러버인 상태를 유지하면서 상황이 꼬이게 만들든가. 그래야 좀 보편적인 이야기로 관객들이 받아들이지 않겠습니까. 지금의 영화는 너무 남다른 괴물에 대한 이야기라서 좀 그래요.


 물론 덕택에 이야기가 극단적으로 흘러가니 훨씬 흥미진진해지고 막판의 멜로드라마도 훨씬 강렬해지고... 그러긴 했죠. 그걸 또 좋은 배우들이 적절하게 살려줬구요. 지금 상태로도 충분히 준수하게 잘 뽑은 영화인 건 맞다고 봅니다만. 그래도 계속 아쉽네요. 계속 말하지만 주인공 배우 연기가 워낙 좋아서요. ㅋㅋ 지금 상태보다 훨씬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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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영화에서 굴러들어온 복은 차야 제맛이고 이 영화도 당연히...?)



 - 앞서 말 했듯이 장르는 블랙 코미디입니다만. 보면서 정말로 '웃긴다' 싶은 장면은 별로 없어요. 웃기는 데 씁쓸한 영화가 아니라 걍 씁쓸하고 긴장감 있는 드라마에 코미디 코드가 심어져 있는 정도... 를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웃기는 영화를 보고픈 분들은 다른 걸 고르시는 걸로. 지금의 결과물은 개그 코드가 가미된 21세기 버전 '재능 있는 리플리씨' 같거든요.

 

 배우들 보는 재미는 좋습니다. 원탑을 맡으신 오브리 플라자님, 전 전혀 몰랐던 배우인데 되게 잘 해요. 찌질 궁상스러우면서도 위험한, 감정이 극단으로 널뛰기하는 잉그리드 역을 맡아서 엄청 잘 살려내주시구요. 그 집착의 대상 역할을 맡은 올슨의 연기도 좋습니다. 특별히 재밌는 캐릭터는 아니지만 애초에 '알고 보면 별 거 없는' 캐릭터이니 별 문제는 아니면서 언제나 그렇듯 예쁘시구요. 그 남편 역의 커트 러셀 아드님도 뭐 큰 비중은 아니지만 적절하게 잘 해줘요. 그리고 극중에서 유일하게 실제로 '웃기는' 역을 맡은 오시어 잭슨 주니어란 분도 괜찮았는데, 이 분은 디즈니 플러스의 '오비완 케노비' 시리즈에 캐스팅 되셨군요. 역할은 극비라서 안 알려준다는데... 뭐 암튼 요즘 젊은 배우들 중 스타워즈랑 마블 & DC 프랜차이즈에 안 나온 배우를 찾는 게 더 어렵겠단 생각을 합니다. ㅋㅋ


 ...까지 적고 나서 확인해보니 주인공 오브리 플라자님하도 이미 '리전'에 나오셨군요. 하하. 역시 피할 수 없어! 그리고 '리전'은 봐야겠어!!! (기약할 수 없는 언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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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초만 봐도 백인 쓰레기 남자 캐릭터구나, 싶은 비주얼로 등장해서 기대를 100% 충족시켜주신 분. 이런 캐릭터를 보면 늘 배우의 평소 상태가 궁금해집니다. ㅋㅋ)



 - 결론은 대충 이렇습니다. 

 말끔하게 잘 만든 영화입니다. 보는 동안 지루하지도 않고 다 보고 나서도 재미 없다는 생각은 들지 않아요.

 하지만 지나치게 전형적인 구도에다가 양념도 좀 과해서 그런지 다 보고 나면 정작 그 주제 의식이 많이 얄팍하단 생각이 많이 들구요.

 이것보단 좀 다른 길로 갔음 훨씬 나았을 텐데... 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영화였어요. 

 하지만 전 어차피 엘리자베스 올슨 보려고 본 영화이니 그럭저럭 괜찮았습니다. ㅋㅋㅋ 덕택에 괜찮은 배우도 하나 더 알게 됐구요.




 + 영화를 안 보신 분들은 이해 못하실 얘긴데. 막판에 잉그리드가 핸드폰 충전을 위해 컨센트 기생을 할 때... 너무 짧은 시간에 너무 많이 충전이 되어 버린 게 좀 거슬렸습니다. ㅋㅋㅋㅋ 아무리 고속 충전이라고 해도 그건 아니잖아요.



 ++ 어벤저스 때문에 이름만 익숙하고 얼굴은 (제가) 모르는 배우 한 분이 나오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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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블 드립이 나올 장면이지만, 이 두 분은 오래 전에 '올드 보이' 미쿡판에도 함께 출연하셨죠. 그리고 다들 아시다시피 그 영화엔 타노스와 퓨리 국장도...)


 폼 클레멘티프요. 근데 전 이 분이 엄마가 한국인인 동양계라는 걸 전혀 몰랐어요. 이상하게 제 눈엔 동양계로 전혀 안 보입니다. 그냥 백인 같...



 +++ 위에서 계에속 한 얘길 또 반복하자니 좀 그렇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잉그리드의 캐릭터는 좀 아까워요. 사실 이 양반이 멘탈이 맛이 가서 그렇지 극중에서 벌이는 일들을 보면 엄청난 능력자거든요. 생긴 것도 멀쩡하고 능력치는 저렇게 뛰어난 인간이 어쩌다 사회적 왕따 루저가 되었나 싶죠. 그런 부분을 좀 파보고 활용했으면 재밌는 게 나왔을 것도 같은데. 가만 생각해보면... 그냥 각본가님 편할대로 설정 만들어 붙이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일 뿐 깊은 생각은 없었을 것 같기도 하구요. 그럼 애초부터 어쩔 수 없었던 걸로. ㅋㅋ



 ++++ 결말이 살짝 깹니다. 아니 생각해보면 자연스런 귀결이고 특히 이런 이야기에선 당연한 마무리이기도 한데, 누누이 얘기했듯 이야기 자체가 너무 전형적이다 보니 그 결말도 그냥 의무적으로 만들어진 느낌이어서 별로였어요. 계속 반복하는 얘기지만, 차라리 아예 장르물로 나가서 재미를 극한으로 추구하든가. 아님 좀 더 진지하게 주제를 깊이 있게 파 보든가... 했으면 좋았을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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