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그냥 보기에 윤석열은 대통령을 그렇게까지 하고 싶어하지 않는 것 같아요. 그야 대통령은 좋은 거죠. 나는 대통령에 도전해 보고 싶지는 않지만, 나라고 해도 여론조사에서 1위를 하면 대통령을 하려고 뛰어나갈걸요. 


 대통령이란 것...정치라는 건 그런 거 같아요. 별로 해보고 싶은 생각도 없고 도전하고 싶지도 않더라도 내가 지지율이 나오면 안 할 수가 없는 거예요. 관심이 없다는 이유로 안 하기엔 도저히 무시할 수 없는 기회니까요.



 2.한데 윤석열은 과연 어떨까요. 그는 이미 다 이겨놓았던 선거를 알 수 없는 선거로 만들어놓는 재주를 부리고 있어요. 정말이지 역대급으로 운이 좋고 역대급으로 상대 후보를 잘 만난 후보잖아요. 어지간한 실수만 안 하면 무조건 이기는 상황이었는데 대체 그는 왜이렇게 패악질을 부리는 걸까.



 3.잘 모르겠지만 느낌으로는, 윤석열은 대통령을 하고 싶기는 하지만 대통령이란 것을 그렇게 금자탑으로 여기지는 않는 것 같아요. 국민들이 시켜주면 하겠지만 자신의 가오를 버려가면서까지 하고 싶지는 않은 것...정도인 것 같단 말이죠.


 이건 그가 정치를 오래 안 해서 그런 것일 수도 있겠죠. 정치판에서 20년 30년 구른 사람들은 하나의 터전에서 오래 구른 만큼 처절함이 있어요. 만약 손학규나 홍준표가 윤석열의 상황이라면 어땠을까요. 낙엽 하나마저도 조심하면서 청와대로 가는 돌다리를 한 걸음 걸을 때마다 두들기며 걸어갔겠죠. 그들에게 이건 내려놓기에는 너무나 아깝고 절박한 기회일 거니까요.


 이준석만 봐도 그렇잖아요. 그는 아무리 추하다는 소리를 들어도 당대표 자리만큼은 끝까지 내려오지 않고 버티고 있어요. 이준석도 이제는 정치판에 들어온 지 거의 10년...하나의 터전에 이렇게 오랫동안 몸을 담아버리면 쿨하게 굴 수가 없는 거거든요. 자신의 인생과 자신의 존재 일부를 떼어서 그 터전에 헌납해버린 상황이니까요.



 4.휴.



 5.흔히들 정치는 마약이라고들 하죠. 요즘 윤석열의 표정을 보아하니 윤석열도 이미 마약의 맛을 흠뻑 본 것 같아요. 하지만 그래도 윤석열은 이번 대선에서 지면 정치판을 훌훌 떠날 수 있을 거예요. 왜냐면 마약을 몇달 정도만 했으니까 끊으려고 하면 끊을 수 있을 거니까요.


 오히려 그 점에서 윤석열은 비교적 행복한 사람이 아닐까 싶어요. 뭐 대통령이 되면 그에겐 좋은 거고, 대통령이 안 되어도 정치판이라는 아편 소굴을 떠날 수 있을 테니까요.



 6.그러나 손학규나 홍준표를 보고 있으면 마치 마약중독자의 말로를 보는 것 같아요. 특히 손학규는 안타까워요. 그는 이제 그가 원하는 만큼의 뽕맛을 볼 수 없을 거거든요. 그에게 뽕맛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해줄 수 있는 건 가장 강한 마약...대통령이라는 마약뿐이예요. 그러나 우리가 사는 유니버스에서는 손학규가 대통령 뽕맛을 볼 가능성은 없어요.


 손학규를 보고 있으면 마지막으로 한번만 뽕맛을 보고 싶다고, 한대만 놔달라고 하는 중독자를 보는 것 같아요. 마약에 중독되어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중독자 말이죠.


 사실 이건 안철수도 홍준표도 그래요. 안철수는 마치 적선하듯이 내어줬던 서울 시장이라도 다시 해보려고 출마하는 모습을 보였고, 홍준표는 이미 끝난 정치인인데 개그 캐릭터 보정으로 무마하며 아직도 정치를 하려하고 있죠. 안철수는 이번 대통령선거가 벌써 세번째 도전이예요. 세번...말이 세번이지 정말 엄청나게 많은 도전이죠.


 유승민도 그렇고요. 그는 몇년동안 아무것도 안 하고 있다가 대통령 선거에 기웃거리곤 하죠. 그것은 마치 로또가 안 될줄 알면서도 동네에 있는 복권 가게를 돌면서 복권을 사모으는 노인을 보는 것 같아요. 하긴 이해해요. 어쩌면...정말 어쩌면 대통령이 될 수도 있는 거니까요. 아예 대통령선거에 안 나오면 확률이 0.01%도 아니고 0%거든요. 


 아마 그들은 0%라는 것...그 사실 자체를 참지 못하고 나오는 건지도 모르죠. 0.01%에 도전이라도 해보는 게 0%인 채로 끝나버리는 것보다는 행복한 것일지도 모르니까요.



 7.그렇기 때문에 아마 저 사람들은 윤석열이 참 이상해 보일 거예요. 자신들이 그토록 바라는 지지율 1위를 가졌으면서도 그걸 금이야 옥이야 감싸안지 못하고 이리저리 휘두르며 생채기를 내는 모습이 말이죠.


 그렇지만 나는 윤석열이 조금은 이해가 가요. 어쨌든 그는 정치인이 아니니까요. '정치인'이라는 건 이 바닥에서 십수년씩 굴러 보고 설움도 맛본 뒤, 표를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정치인이 되는 거니까요. 표를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할 수 있고 표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참을 수 있는 사람 말이죠.



 8.이 세상에 대통령이 되어보고 싶어하지 않는 사람은 없어요. 하지만 대통령이 되어보고 싶어하는 사람인 것과 진짜 정치인으로 거듭나는 건 하늘과 땅 차이 정도의 간극이 있죠. 


 'ㅋㅋㅋ 누가 시켜만 주면 나도 대통령 한다'정도의 생각은 나도 하거든요. 내가 보기에 윤석열은 그 정도의 인식에서 이제 조금씩 정치라는 마약을 맛보는 단계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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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정치인으로 거듭나는 것이 과연 행복일까요? 마약을 너무 오래 해서 완전히 중독자가 되어버린 사람들은 더이상 쾌락을 위해 마약을 하는 게 아니래요. 마약 말기 중독자들은 쾌락을 느끼려고 마약을 하는 게 아니라 그저 금단 증상을 겪지 않기 위해, 정상적인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마약을 필요로 하게 된다는군요.


 인기나 권력 또한 그런 것 아닐까요. 처음 맛볼 때는 고맙기도 하고 뽕맛도 느껴지지만 그것이 너무 오래 되어버리면 그 상태가 정상적이고 일상적인 상태가 되어버리니까요. 그렇게 되어버리면 그저 금단 증상을 겪지 않기 위해 권력과 지지율이 필요하게 되어버리는 거 아닐까...싶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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