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1.07 23:38
- 아시다시피 '작년' 영화입니다. 무심코 올해라고 쓸 뻔 했네요. ㅋㅋ 런닝타임은 2시간 5분. 스포일러 없게 적겠습니다.
(포스터가 참 예쁘네요. 하늘도 예쁘고 배우들이랑 말도 잘 나왔고. 근데 이런 분위기 영화 맞던가요? ㅋㅋ)
- 때는 1925년입니다. 웨스턴이라고 해도 완전 끝물 시즌인 거죠. 하지만 그렇게 20세기처럼 보이진 않아요. 영화의 배경이 시작부터 끝까지 거의 목장과 시골 풍경을 벗어나지 않거든요.
컴버배치와 플레먼스 형제는 함께 목장을 하고 있구요. 이 중 컴버배치 아저씨 캐릭터가 문제입니다. 마초스럽지 못한 남자놈들은 다 나의 교정 펀치를 맞아랏!!! 수준의 사상을 갖고 젠틀한 성향의 자기 동생은 물론 난생 처음 보는 젊은이들까지 '마초가 되어라 마초가 되어라!!!'라고 막 갈구고 다니는 진상 캐릭터에요. 다만 그런 자신의 행동을 감당(?)할 수 있을만큼의 강력한 마초력과 카리스마, 그리고 일솜씨를 갖고 있네요.
그러다 우리 얌생이 동생놈이 다 큰 아들래미 딸린 과부 던스트에게 홀딱 반해 벼락 결혼을 해버리면서 문제가 생깁니다. 우리 상남자 컴버배치님께선 던스트가 자기 동생을 돈셔틀로 생각하고 결혼한 거라고 확신하고선 던스트를 계속해서 괴롭히구요. 멘탈이 무너진 던스트는 술독에 빠져 망가져가고. 그걸 지켜보던 아들래미는...
(서부극 맞는데 왜! 뭐? 왜!!?)
- 가끔은 정확한 장르를 알게 되면 그 자체가 스포일러가 되는 영화들이 있습니다. 장르 자체를 숨기고 그걸 반전 내지는 재미 요소로 활용하는 영화들이죠. 이 영화는 뭐 대단한 반전이나 장르적 재미를 추구하는 영화는 아니긴 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시 최대한 정보 없이 보시는 게 가장 좋을 영화에요. 그러니까 언젠간 보실 분이라면 이 글도 읽지 않으시는 게 좋습니다. 라고 미리 경고 드리구요.
(시대의 마지막 서부남자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 처음엔 평범한 서부극처럼 시작을 하죠. 소떼를 모는 상남자 카우보이들!! 컴버배치 캐릭터의 진상질이 시작되어도 뭐 좀 수정주의 서부극 비슷한 거겠네. 저 지나친 마초성을 비판하려는 건가봐... 라는 정도 생각이 들 뿐 여전히 서부극입니다만.
동생이 결혼을 하고 나서부턴 그게 또 애매해집니다. 갑자기 서부극이라기보단 그냥 그 시절을 다룬 사극 드라마 비슷해지거든요. 시집 가서 시댁 식구 잘못 만나 개고생하는 처자의 어두컴컴하고 비극적인 이야기. 게다가 여기서부터 살짝... 장르가 스릴러의 냄새를 풍기기 시작합니다. 스릴러에 심리극이에요.
그러다가 다시 초점이 컴버배치로 돌아오면 이젠 또 잠시동안 슬픈 드라마가 돼요. 영화를 안 보신 분들도 관련 글들 좀 읽어보셨으면 이미 다 알고 계실, 그리고 사실 아무 정보 없이 그냥 영화를 봐도 20~30분이면 다 눈치채실 컴버배치의 그 비밀 때문이죠. 그리고 거기서부터 갑자기 기대도 안 했던 인간 관계 하나가 이상할 정도로 잘 풀리며 뭐지 이건 갑자기 힐링물인가... 하다가.
"아ㅋㅋㅋㅋ. 역시 그럴 리가 없지. ㅋㅋㅋㅋㅋ" 로 끝납니다.
(신세대 섬세 감성남의 이야기이기도 하구요.)
- 스포일러 위험이 있어서 구체적으로 언급은 못하겠는데, 이 영화는 되게 정직합니다. 일단 우리의 컴버배치에겐 비밀이 있고, 또 마지막에 나름 반전 비스무리한 극적인 전개가 하나 있거든요. 근데 정말로 시작부터 클라이막스에 이르기까지 그 '비밀'과 그 '극적인 전개'의 밑밥을 단계별로 하나씩 하나씩 확실하게 밟아가요. 관객들을 속이거나 깜짝 놀래킬 생각 따윈 애시당초 없구요. 그저 막판에 벌어지는 그 격한 전개를 관객들에게 확실히 납득 시키려는 거죠. 시종일관 집중해가며 착실하게 스토리를 따라간 분들이라면 막판 전개에 놀라거나 할 일은 없었을 겁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이야기는 생각보다 꽤 제대로 된 추리물의 형태를 갖추고 있습니다. 그게 뭐 꼭 마지막에 '우왕! 상상도 못했다능!' 이러면서 깜짝 놀라야만 추리물이 아니잖아요? 오히려 분명한 떡밥들을 하나씩 던져주다 보니 보는 입장에서 그걸 하나씩 꼭꼭 씹어 먹으며 곧 닥쳐올 결말을 예측하는 재미가 쏠쏠한 느낌이 있더군요. 그리고 그 떡밥들이 앞서 적은 그 미묘한 장르 변화 속에서 주어지다 보니 뭔가 좀 신선한 느낌이 드는 것도 있어요. 서부극 속 떡밥과 여성 사극 속 떡밥과 슬픈 인간 드라마 속 떡밥이 마지막에 추리/범죄물 형식으로 맞춰지며 짠! 하고 끝이 나는 거죠. 그래서 그냥 장르물 기준으로 생각하면 특별히 놀랍거나 훌륭할 것 없어 보이는 막판의 사건이 좀 더 강렬한 느낌을 주게 됩니다.
(팔자 기구한 여인네가 각종 위협 상황에서 살아남다 멘탈 다 나가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 한국 대다수의 관객들에겐 대표작 '피아노', 가장 좋아하는 영화 '피아노', 최고 히트작 '피아노'... 등등으로 유명한 제인 캠피언 감독. (이 드립은 제 얘깁니다. 본 게 저것 밖에 없어요.) 그 양반이 서부극을 만들었다니, 그것도 주인공이 상남자 마초 카우보이라니... 보기도 전부터 의심을 하게될 수 밖에 없잖아요. 게다가 그 상남자 마초 카우보이를 연기하는 게 베네딕트 컴버배치란 말입니다. 정통적이고 평범한 서부극이 될 일은 없겠다. 다들 그런 확신을 갖고 보게 되는 영화죠.
그리고 정말로 컴버배치가 큰 일을 합니다. 사실상 주인공 포지션을 맡고서 복잡 다단한 캐릭터를 제대로 풀어서 보여주더군요. 전형적 서부극 속 상남자로부터 폭력적이고 (특히 여성과 여성성을 혐오하는) 간사한 악당, 그리고 시대의 희생자까지. 매력적이었다가 혐오스럽고 공포스러웠다가 또 연민의 대상이었다가... 를 런닝타임 내내 오가는데 그게 참 하나로 잘 달라 붙습니다. 그리고 그 좋은 연기가 감독과 영화의 의도를 벗어나지 않아요. 이게 무슨 얘기냐면... 마지막에 이 캐릭터가 당하는 험한 꼴을 보고도 딱히 불쌍히 여길 맘은 들지 않는다는 거죠. 자칫하면 관객들의 과몰입으로 결말의 감흥을 의도와 다른 방향으로 끌고 갈 위험이 충분한 캐릭터였는데, 정말 딱 적절한 정도로 정확하게 표현해낸 것 같아요. 좋은 배우 맞네요.
아니 뭐 키어스틴 던스트, 제시 플레먼스의 연기들도 다 좋고 아들 배우의 연기도 좋았어요. 다 잘했는데, 그래도 영화 자체가 컴버배치 캐릭터를 중심으로 굴러가는 영화인 게 사실이니까요. 다 보고 나면 뭔가 머릿속에 잔상이 남는 느낌이 드는, 참 좋은 연기였네요.
(상극의 두 남자가 운명적 끌림으로 인해 서로에게 변화를 일으키는... 이야기는 절대 아닙니다. ㅋㅋㅋ)
- 근데 그래서 무슨 얘길 하는 영화냐면...
그냥 옛날 스타일의 그 마초성. 그리고 그걸 기반으로 이뤄진 문화와 사회적 분위기. 이런 것들 다 엿먹으라는 거죠. 그런 것들의 위험성을 보여주고, 그게 불러오는 비극을 보여주고, 그게 피해자들에게 끼치는 소름 끼치는 영향력을 보여주고... 하다가 막판엔 비판을 넘어 아주 그냥 싸늘하고 야멸차게 조롱을 해버리며 마무리합니다.
정말로 많이 야멸차요. ㅋㅋㅋ 그래도 나름 입체적으로 꾸며 놓은 게 컴버배치의 캐릭터인데. 정말 일말의 간지나 낭만적 감흥도 허락하지 않고 지인짜 깔끔하게 정리해버리는 걸 보니 이 감독님의 의도는 참으로 궁서체로 진지했구나... 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정말 결말 부분에선 좀 당황했을 정도였습니다만. 크레딧 후에 다시 생각을 해 보면 감독은 정말 '난 이런 놈팽이가 멋지고 납득 가게 보이는 게 정말 싫어!!!' 라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그렇게 공들인 주인공 캐릭터를 그렇게 하찮게 처리해버린 거겠죠.
(계속 인물과 캐릭터 이야기만 하고 있습니다만. 어쨌거나 서부극답게 그림도 예쁩니다. 1925년 몬태나인 척하는 21세기 뉴질랜드!)
- 뭐 아는 것도 없는 주제에 뭔가 감상을 풀어보려고 하니 뇌에 과부하가 강력하게 와서 이쯤에서 급종료합니다.
솔직히 극초반에, 이야기의 흐름과 정체를 이해하기 전까진 딱히 재밌진 않았습니다. 연기도 좋고 연출도 좋고 다 좋은데 제가 원래 웨스턴도 안 좋아하고 진지한 드라마도 안 좋아하다보니. ㅋㅋㅋ 하지만 이야기가 슬슬 정체를 드러내기 시작하는 시점부턴 집중도 잘 됐고. 클라이막스 근방까지 가선 참 재밌게 잘 만들었네... 이러고 봤어요. 단호박 결말 후의 감흥도 상당했구요.
막 되게 재밌는 영화다!! 라고는 솔직히 말 못하겠습니다만. 전형성을 상당히 잘 피해가면서 효과적으로 짜여진 이야기. 주조연 배우들의 좋은 연기. 그리고 정확하게 계산된 감독의 좋은 연출까지. 아주 잘 만든 영화임은 분명합니다.
취향 걱정은 살짝 미뤄두시고 그냥 한 번 시도는 해 보세요. 어차피 넷플릭스 영화 아닙니까. 재미 없으면 바로 꺼버리시면 됩니다. ㅋㅋㅋ
+ 토마신 맥킨지가 나오죠. 이 분도 좀 기대하면서 봤는데, 그 하찮은 캐릭터와 분량에 적잖이 당황했습니다. ㅋㅋㅋ
그래도 이 분은 존재를 인식이라도 했죠. 폴 다노는 영화 다 보고 검색한 후에야 그 놈이 이 분이라는 걸 알았습니다. 안면 인식 장애가 찾아오는 중인가... ㅠㅜ
라고 적었는데 안면 인식 장애가 맞나봅니다. 폴 다노 안 나오셨어요. 혼동을 드려 죄송합니다!!! ㅠㅜ
++ 제목 번역이 음... 뭐 이게 시편 구절이고 일반인들에게 그리 유명한 구절도 아니다 보니 성경에 적힌 그대로 갖다 쓰기도 좀 애매하긴 했겠습니다만. 아무리 그래도 '파워 오브 도그' 이건 좀 괴상합니다. 의미 있는 제목을 무의미하게 만들기도 하구요.
+++ 초반에 컴버배치의 진상질에 빡친 아들래미가 집 밖으로 뛰쳐나가 분노의... 훌라후프를 하는 장면은 참 웃겼습니다. ㅋㅋㅋㅋ 코미디에 딱히 신경 쓰고 만든 영환 아닌데. 그 장면은 참 웃겼어요. 캐릭터에 잘 어울리기도 하구요.
++++ 근데... 그 젠틀하고 가정적인 사랑꾼 흉내를 내던 남편 놈은 마누라가 그 꼴이 되도록 곁에서 뭐 했답니까?
어찌보면 막판 비극에는 이 양반의 잘못 지분이 아주 많이 크다고도 볼 수 있겠습니다. 니가 더 나빴어요 이 양반아.
2022.01.07 23:51
2022.01.07 23:57
심지어 1960년대여도 배경을 잘 잡으면 '렛 힘 고' 같은 웨스턴이 나오고 그러니까요. 미국의 도시와 시골 격차는 참으로 역사가 오래된 것 같습니다. 하하.
2022.01.08 00:48
여기저기 리뷰 찾아서 읽다가 '상영시간 내내 팽팽히 당기며 엮어가던 밧줄을 한방에 탁 끊어버리고 끝내는 영화' 뭐 이런 비스무리한 표현을 봤는데 딱인 것 같아요. 말씀하신대로 주인공 캐릭터의 정체성이라던가 그런 요소들은 처음부터 계속 복선을 깔아주니까 반전이랄 것도 없는데 마지막에 그런 전개로 가서 그렇게 단호박으로 끝내버릴 줄은 전혀 예상을 못해서 좋은 의미로 뒤통수 한대 얻어맞은 느낌이었습니다. 영화 좀 많이 본다는 매니아들은 어지간히 의외의 전개라도 그렇게까지 놀랄 일은 잘 없는데 이 작품에서 그걸 느꼈네요. 그리고 순간 오프닝 대사가 다시 스쳐지나가면서 아! 하는 반응도 나오고 ㅋㅋ
적지않은 상영시간에 지루한 것 같으면서도 계속 묘하게 조금씩 긴장감과 서스펜스를 불러일으키죠. 총으로 대결하는 서부영화는 아니지만 영화 중간에 키어스틴 던스트가 피아노 연습할 때 프레임 밖에서 압박하는 컴버배치와의 듀얼..까지는 아니고 그냥 일방적인 공격도 기억에 남구요 ㅋ 가스라이팅도 요즘 영화 등에서 자주 다루는 소재인데 여기서는 진짜 사람 하나 말려죽일 셈인가 싶은 수준으로 나왔죠. 그 저녁식사 씬에서 어찌나 안쓰럽던지 차마 못보겠더라구요.
전하고자 하는 확실한 메시지가 있고 말씀대로 그걸 각본, 연출 뭐 하나 빠짐없이 촘촘하게 엮어서 다 보여주고 미련없이 끝내버리는 작년 한해 제일 '잘만든' 영화중 하나가 아닌가 싶습니다. 이런 스타일의 작품치고 재미가 없는 것도 아니고 출연진들 연기도 대단하구요. 현재 오스카 레이스에서 작품, 감독, 남우주연상은 제일 선두라고 하더라구요. 코디 스밋-맥피랑 키어스틴 던스트도 노미네이션은 거의 확정적인 분위기구요. 던스트는 아역시절부터 연기신동이다, 잘한다 소리 그렇게 들었어도 상복은 커녕 이런 메이저에선 후보조차 없었는데 탄탄히 쌓아올린 커리어에서 꽤나 경축할 일이 되겠습니다. 제시 플레먼스는 혼자 소외될 것 같아서 좀 안습하네요. 상대적으로 캐릭터가 제일 묻히는 편이기도 해서..
+토마신 맥켄지는 같은 뉴질랜드 출신인 명감독의 작품에 작은 역할이라도 이름을 올려보고싶다 뭐 이런 마음가짐과 존경심으로 출연한게 아닌가 싶어요. 최근 할리우드에서 손꼽히는 유망주 여배우가 됐지만 인터뷰에서 뉴질랜드 영화계를 발전시키고 싶다 이런 남다른 포부를 보이기도 하더군요.
+++ 훌라후프씬 저도 풉! 했습니다 ㅋ
++++사람이 아무리 착하고 다정해도 상황에 따라 눈치없고 무감각하면 배우자를 얼마나 힘들게 할 수 있는가 뭐 이런 걸 너무 잘 보여주는 캐릭터였던 것 같고 제시 플레먼스는 언제나처럼 믿음직스럽게 잘 소화해준 것 같습니다. 던스트랑 둘이 참 묘한 커플이라고 생각했는데 파고 시즌 2에서도 그렇고 보면 볼수록 의외로 잘 어울려요.
2022.01.08 01:22
네 결말 진짜 단호박. '뭐 그딴 놈 얘기 더 보여줄 것 있냐?'라는 듯이 툭 잘라서 끝내 버리는데 정말 당황이 밀려오더라구요. 뭐지. 내가 영화를 잘못 보고 있었나? 이런 생각까지. ㅋㅋㅋㅋ
말씀하신 식사 장면은 참 대단했죠. 8살 때 닐과 이라이저에게 이지메 당하는 캔디를 보던 시절의 그 고통을 다시 느꼈습니다(?)
제시 플레먼스는 뭐... 제가 이 배우를 처음으로 접한 게 무려 '블랙미러'의 그 빌런 역할이었거든요. 그땐 그냥 참 리얼하게 찐따 같은(...) 배우 잘 골랐네. 이러고 말았는데 알고 보니 각광 받는 연기파셨... 죄송합니다 배우님. ㅠㅜ 그리고 듣고 보니 제가 '파고'를 시즌 1만 보고 멈추고 있었네요. 그것도 봐야...
토마신 맥킨지는 그렇게 생각하면 말이 되는 것 같기도 하네요. 사실 이미 어지간히 뜨고 인정 받는 중인데 굳이 그렇게 하찮은 역으로 캐스팅하고, 캐스팅 될 이유가 별로 없으니까요.
2022.01.08 02:15
2022.01.08 08:46
하하하. 안 나왔습니다! ...죄송합니다... ㅠㅜ
구글 정보 오류와 제 안면인식 장애가 빚어낸 민폐였네요. ㅋㅋㅋ 구글 영화 정보에 폴 다노가 있고, 전 그걸 보고 영화 속 하찮은 캐릭터를 떠올리며 '아, 그게 폴 다노였어!?'라고 혼자 놀라며 글을 적었어요. 방금 확인하고 민망함에 몸부림치다 '구글은 그걸 왜 틀렸다니!!!'하고 좀 더 찾아보니, 동생 역할로 제시 플로먼스 전에 폴 다노에게 섭외가 들어갔었나봐요. 하하.
죄송합니다. ㅠㅜ
2022.01.08 12:52
만약 폴 다노가 동생 역을 맡았으면 오이씨랑 훨씬 더 형제같았을텐데 ㅎㅎㅎ 제시 플레먼스는 너무 동떨어지게 생겨서 별로 형제스럽지가 않았거든요. 외모도 그렇고 소심하고 남성적 매력이 부족한 캐릭터는 폴 다노 전문이니 잘 연기했을 거예요
2022.01.08 07:53
필이 무식한 상마초처럼 행동하지만 실은 예일 고전 전공에 악기연주에도 조예가 깊은 캐릭터인것도 재밌었지요. 첫 내레이션과 깔끔하게 떨어지면서 이 영화의 진주인공/진마초는 피터임을 알리는 결말도 전 썩 마음에 들었습니다.
2022.01.08 08:49
그 연주도 처음엔 걍 할 줄만 아는 정도... 인 것 같다가 나중에 갑자기 엄청 화려해지는 게 웃겼어요. 심혈을 기울여 갈구는구나... ㅋㅋㅋ 맞아요. 결말 보고 나서 '뭐야!?' 하는 순간 첫 나레이션이 팍 떠오르더라구요. 이렇게 친절한 영화였다니.
2022.01.08 07:54
2022.01.08 08:58
스릴러로 아트하는 영화. 좀 그런 느낌이었어요. ㅋㅋ 기본적으로 장르를 헷갈리게 만들다 보니 결말이 어떻게 날지 짐작이 안 돼서 더 집중하게되는 효과도 있었던 것 같구요. 근데 또 결말을 보고 나면 '아, 그거랑 그거랑 그거가 다 떡밥이었구나'하고 바로 떠오르며 납득 가는 것도 재밌었네요.
키어스틴 던스트가 어느새 한국식 나이로 41세더라구요. 하하. 저도 오랜만에 봐서 그 동안 실제로 나이도 많이 먹었고, 극중 캐릭터상 화장기 없는 얼굴로 많이 나와서 더 들어 보였던 것 같기도 하구요.
2022.01.08 09:30
2022.01.08 12:40
'킹 리처드'라고 하시니 사극인 줄 알고 윌 스미스가 왕 연기라도 했나? 했네요. ㅋㅋㅋ 훈훈한 인간 승리 드라마 비슷한 작품일 것 같은데. 옛날 오스카 취향이긴 하겠네요.
2022.01.08 10:47
2022.01.08 12:45
네 그냥 별 의미 없는 듯 흘러가던 그 아버지 대사 같은 부분까지도 결국 다 결말을 이루는 벽돌이었다는 거. 그런 부분이 되게 조밀하게 잘 짜여져 있더라구요. ㅋㅋ 알고보니 본격 스릴러 & 추리극이었던. 브롱코 헨리가 결국 마지막까지 실체(?)를 안 드러내는 것도 좀 재밌었어요. 알고 보면 그 역시 필의 기억과는 매우 다른 사람이고 다른 관계였을지도.
2022.01.08 13:01
아역...이라기보단 현상수배된 예전 여자친구를 찾아서 무작정 영국에서 건너온 십대 소년인데 소설책에서 읽은 서부에 대한 환상으로 충만한 어리버리 순진한 캐릭터죠. 슬로우 웨스트도 독특하고 괜찮은 서부극 영화이니 보고싶은 분들은 꼭 보세요
2022.01.08 12:52
2022.01.08 13:01
2022.01.08 14:24
로이배티님 드디어 보셨군요. 참 섬세하게 잘 만든 영화죠.
아래는 스포일러 포함이니 안 본 분들은 보지 마세요.
원작 소설의 'so that night the boy watched while Phil finished it off, scorning his fresh-wounded hand. '이 간단한 한 마디를 둘의 라스트 나이트 씬으로 표현했다니 대단하지요. 소설에서 피터 아빠는 아들이 단순히 쎄씨한 것만이 아닌 다른 면으로 '스트롱'한 걸 알기에 죽기전에 '다른 사람들 말에 신경쓰지 말고', 'Be kind'하라고 합니다. '친절하라'는 것을 '니가 사랑하는 사람, 너를 필요로 하는 사람을 위해 길에 놓인 장애물을 치워주는 것'이라고 해석해줬고요. 피터의 가정사가 소설에서 엄청 긴데 감독이 오프닝의 독백 몇 마디로 처리한 거 정말 대단합니다.
누가 진정한 도그파워인가? 로즈한테는 필이 도그파워겠지만, 필한테는 결국엔 피터가 도그파워였죠. 피터는 한 마디로 머리 좋은, 교육 받은, 지적인 싸이코패스입니다. '아빠가 엄마를 지키라고 했다. 그런데 엄마가 저 인간 때문에 힘들다, 고로 나는 저 자를 치워버린다....' 피도 눈물도 없는, 공감력 일도 없는, 어두운 골짜기에 몸을 숨기고 아가리를 쫙 벌리고 있는 흉포한 절대적 도그.
보통사람이라면 시집살이 시킨다고 '시큰아버지'를 죽이지는 않죠. 물론 계부지만. 좀 못된 사람이라 해도 그저 '미인계'로 저 인간 구워삶아 내 말 잘 듣게 만들어야지 이 정도인데, 피터는 싸이코패스라 그저 간단히 킬. 닭을 잡고 토끼를 해부하고 필을 죽이고. 피터한테는 닭, 토끼, 소, 필 다 같은 것들에 불과하죠.
불쌍한 필,
컴버배치 캐릭터 참 비극적이죠. 평생을 억압과 기만 속에 살아 온. 야외 전라 목욕씬 밴조 음악이 '해방'이었나요? 기억이 잘 안나요. 남성성을 강요하는 세상이라는 가장 강력한 도그파워의 피해자이지요. 물론 가해자이기도 하고요. 마지막 순간, 거기 서서 멍하니 있는 그 모습이 참.
2022.01.09 12:40
전 안 읽었지만 원작 소설 읽고 보신 분들 소감을 보니 원작을 뜯어 고치진 않으면서 원작을 읽고 보면 좀 다르게 보이고 더 잘 이해되는 요소들을 많이 넣어둔 것 같더라구요. 예를 들면 아들래미의 성격이라든가... 하하. 그냥 영화만 봐도 충분히 힌트가 주어지긴 하지만 그렇게 구체적으로 드러나진 않으니까요.
그러고보면 영화는 소설보단 좀 더 필 캐릭터에 집중하는 이야기였을 것 같기도 하네요. 영화에선 피터의 캐릭터를 일부러 좀 감추면서 필이 상징하는 남성성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전념한 게 아닌가... 싶지만 역시 소설을 안 읽어서;;;
암튼 말씀대로 섬세하게, 치밀하게 잘 만든 영화였어요. 재밌게 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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