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템포

2022.01.09 19:34

Sonny 조회 수:358

하마구치 류스케의 <드라이브 마이 카>를 봤습니다. 스포는 없고... 이번 영화가 제가 보는 하마구치의 두번째 작품인데, <아사코>도 그렇고 보다가 또 졸았습니다. 컨디션이 안좋았던 것도 있지만 그것만으로 변명을 할 순 없을 것 같습니다. 보면서 너무 좋았다... 이런 느낌을 저는 거의 못받았거든요. 물론 이런 감상을 개인의 차이로 놓을 생각은 없습니다. 그저 제가 영화보는 내공이 많이 부족해서 이 영화의 유려함을 잘 인지하지 못하는 탓이려니 합니다. 그래도 각종 평론가들과 씨네필들이 거의 만장일치로 좋아하던 이 작품을 저만 제대로 감상을 못한다 생각하니 괜히 아쉽고 억울한 느낌은 어쩔 수 없군요. 나이들고 다시 보면 또 좋을수도 있겠지요.

쥴리아 뒤크르노나 프랑수아 오죵의 영화들을 보면서 수수께끼들을 푸는 것은 즐겁습니다. 아주 충격적인 사건과 비쥬얼들 그리고 대놓고 연결해보라는 듯이 나오는 상징들... 그러나 그런 잔재주(?) 없이 커다란 사건들 사이에서 흘러가기만 하는 그런 영화들은 제가 아직 온전하게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영화는 시간이라는 개념으로 구성된다고 하던데 전 아직 그 시간의 마법을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어쩌면 제가 영화를 통해 추구하는 것은 강렬한 자극이지 시간의 흐름 위에서 얻는 치유는 아니어서 그럴지도요.

그럼에도 차근차근 흐름의 아름다움을 깨우치는 중입니다. 얼마전 보았던 구로사와 기요시의 <스파이의 아내>를 보고 얼마나 감동을 받았던지... 이 영화에는 대단한 서스펜스도 자잘이 이어지는 숨막히는 사건들도 없지만 커다란 사건들 사이로 인물들이 부드럽게 움직이는 것을 보고 정말 아름답다고 느꼈습니다. 다시 보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영화라는 매체의 덧없음과 신비를 동시에 다루는 영화 속 그 역설을 굳이 떠올리지 않더라도 이 영화 속 인물들의 조화로움과 캐릭터 자체가 만들어내는 그 모든 파국이 어쩜 그리도 부드럽던지... 아마 사건의 사건 꼬리에 꼬리를 무는 배신과 갈등으로 매화마다 감상자를 강제로 벼랑끝으로 내모는 그 미드식 작법에 제가 지쳐서 그런 것일지도요. (별로 보지도 않았건만ㅋㅋ) 아마 그래서 <듄>도 좋았던 것 같습니다. 제가 <듄>에 품은 호감의 상당지분은 한스 짐머의 그 무시무시한 음악에 있는 것 같지만...

에드워드 양의 또다른 작품이 개봉을 하는데 컨디션 관리 정말 잘해서 꼭 풀감상을 해야겠습니다. 그래도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과 <하나 그리고 둘>은 꽤 감동적으로 잘 봤으니...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7692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6228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6345
118640 남자라면 DIY, Culligan us-ez-4 설치기 [6] 칼리토 2013.01.10 4774
118639 친절한 영애씨가 임신하셨답니다 :) [9] 장외인간 2010.07.23 4774
118638 노홍철 음주운전...아직 얘기가 많네요 [10] Favorite 2014.11.10 4773
118637 [연애 바낭] "내가 이 사람을 정말 사랑하고 있구나, 혹은 그랬구나..." 하는 생각이 들 때는? [16] 샤워실의 바보 2013.07.07 4773
118636 홈플러스에서 파는 테스코 시리얼들 중에 맛있는거 있나요? [14] 루아™ 2013.02.05 4773
118635 지디 대마사건 이후 다시 돌아보는 무한도전의 저주들 [10] 파라파라 2011.10.05 4773
118634 눈화장 절대로 번지는 눈 [17] therefore 2011.10.05 4773
118633 이효리 고소하겠다던 에쿠스 차주는 가짜였다네요. [25] 빠삐용 2012.04.25 4773
118632 일면식조차 없는데 목숨을 걸 수 있을거 같은 여인2명.... [23] 디나 2011.04.26 4773
118631 듀게대숲>시댁과의 합가 [18] 아이리스 2011.02.28 4773
118630 테러리스트로서의 김구와 빈라덴의 차이를 도저히 알 수 없군요 [26] 자연의아이들 2010.09.25 4773
118629 여자에게 사랑 진도단위의 유효기간은 딱 일주일이군요. [11] 고양이맨 2013.08.13 4773
118628 아이 300명에 보육교사 60명..서태지 콘서트 놀이방 운영 [19] 애니하우 2014.09.23 4772
118627 무라카미 하루키에 관한 두가지 잡설 [13] turtlebig 2012.10.16 4771
118626 신사의 품격은 참 갈수록 별로네요 [8] mii 2012.07.08 4771
118625 성공한 여친과 평범한 남성의 클리셰 [27] 사과식초 2010.10.27 4771
118624 듀게에서 만나, 결혼합니다 :) [60] 손톱강화제 2015.05.14 4770
118623 [듀나인] 무한도전에서 정형돈 레전드 에피소드? [31] 빠삐용 2012.06.21 4770
118622 부모가 자식 소유권을 주장하는 이유 [23] paired 2012.07.23 4770
118621 길고양이들이 사람한테 와서 친한척 하는건 왜그런건가요? [21] 잠익3 2011.07.15 4770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