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입니다

2022.01.26 12:32

어디로갈까 조회 수:672

이 글은  편지처럼, 누군가에게 말을 거는 사람으로서 쓰는 겁니다.
좀전에 지인 한 분과 같이 아점을 먹었는데, 식사 후 커피 한잔 나누다가 저에 대해 이런 규정을 하시더라고요. "너는 말을 걸 줄 아는 사람"이라고. (음? 세상에 말을 걸 줄 모르는 사람도 있나요? )

아마 저는 언어에 대한 여러 갈래 회의의 이론을 좀 알고 있는 편일 겁니다. 언어가 마법의 세계에 얼굴과 발을 담그는 일인 것을 아는 사람일 거에요.  노트에 일기 한줄을 기록하는 동안에도 이상한 정적이 시작되고 더할 수 없이 생생해지고 '살아온' 생애가 포함하는 균열들이 사라지는 느낌이 선명해지는 타입의 사람입니다. 두 손을 펼쳐 얼굴 하나가 얹힐 자리를 만들면 어디선가 한 얼굴이 다가와 빛나고, 때로 위로받아야 할 내가 문득 위로하는 소리가 흘러나오는 동굴이 되어 있죠. 마음속 어딘가에 바를 정자를 써야 하는데, 게시판에 낙서질을 하노라면
그 획이 그어지는 느낌이 듭니다.

몇 달 동안 밥을 못 먹었어요. 대신 맥주를 마셨고 정신적 허함에 허리를 굽히고 부재하는 어떤 말들에 사무쳤더랬습니다. 돌이켜보니 팔 년 전쯤부터 이런 증상이 시작되었더군요. 
좀전에 보스가 제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더니 이런 말을 했습니다. "너는 스스로 항상 고향처럼 생각되는 한 시절을 열어두고 살지? 그래서 아무도 필요치가 않은 거지?" (최근에 들은 말 중 가장 시적이어서 심쿵했어요. ㅋ)

뭐랄까, 그의 말로부터 터벅터벅 걸어나와 수십 년이 흘러서  어느덧 늙어버린 기분이 듭니다. 그래서 이렇게 쓰고 있어요. 그래요. 저는  말을 걸 줄 아는  사람일 겁니다.  관계를 마법이라고 생각하지만 관계란 '마'도 아니고 '법'도 아닌 무엇이라는 걸 알고 있습니다.
네 이건 편지입니다. 인생의 작은 감회는 "응, 나 왔어."라고 말하는데 있는 거죠. ㅎ 저는 말을 거는 사람입니다. 그 태도를 포기하지 않을려고 굳이 듀게에다 새겨놓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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