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그냥

2022.01.28 02:48

어디로갈까 조회 수:548

깊게 들숨하는 게 어려워진 지 1, 2 년은 된 것 같아요. 마음 편히 깊게 쉬면서 살아도 될 삶이련만 감정적으로 쉬어지지가 않네요. 
모르겠습니다. 어제 경기도 외곽으로 나갈 기회가 있었는데 시골에서의 깊은 들숨은 상쾌하더군요. 밤하늘 별들도 서울에서 듣던 거와는 달리 소리의 우주로 다가왔고요. 

여행을 많이 다녔는데, 요즘 인도에 다시 가보고 싶습니다. 호흡의 날숨이 길었던 곳이거든요. 체온유지가 된다는 게 어떤 감각인지 느꼈던 곳인데, 뭐, 위도가 높은 중국이 호흡 들숨이 길었긴 했습니다.
진중한 글 하나 쓰려다가 버거워서 흰소리 함 해봤어요. 오늘 내로 이 글에 덧붙여 놓을 거에요. 나름 저도 이 게시판에 허세를 부리고 있는 사람 중 하나 아니겠습니까.ㅎ
(그나저나 잠을 좀 자야하는데 도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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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려다가 갸우뚱한 생각이라 넘길까 하다 기어코 써보는 글입니다.

예술과 윤리는 서로 다른 타율적인 영역으로 다른 영역에 대해서 서로 우위를 주장하며 자율성을 전제로 다퉈왔죠. 역사적으로 예술은 윤리적 비판의 대상이었고, 예술은 당시의 윤리적 한계를 공격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예술과 윤리는 공통으로 묶이기도 하고 서로 반립하는 영역으로 파악되기도 했고요. 이런 문제는 '예술과 법'이라는 차원에서 지금도 갈등하고 있는 부분입니다.

예술은 사회적 통념 체계인 윤리에서 어긋날 때 법적인 차원에서 공격을 받기도 했습니다.  또한 종교적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했고요. 예술과 종교가 종교 예술이라는 영역에서 서로 관계를 맺고 있다면, 예술과 법의 관계는 그렇지 않습니다. 이완 매큐언의 <청소년법 Children act>이라는 소설을 두고 두 친구가 논쟁하고 있는 걸 보자니 그런 생각이 듭니다. 오늘날엔 법과 문학이라는 대학 강의까지 있는 세상인데, 서로 관련 없는 영역 사이에 관련을 맺어 주는 시도가 유행하는 시대인데, 아직도 저 문제로 싸우고 있구나 싶어요. 흠.

사람들은 기술의 문제와 윤리의 문제를 쉽게 뒤섞는 것 같아요. 예술의 기술적 발달 내지 숙련도에 대한 평가를 망각하고 윤리적 차원을 부각시키면서 자신이 지닌 예술에 대한 이해로 치환하는 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문학이라면 어떻게 해서든 문장 몇 개 엮어서 윤리 차원의 비판을 가할 수 있겠죠.  그림에서도 어떻게 해서든 알레고리적 해석을 만들어 그림의 자율성을 타율적인 윤리 차원으로 끌어내릴 수 있을 겁니다. 그러나 그런 알레고리적 해석이 불가능한 부분이 있는 게 예술 아닌가요.

모든 예술 자체가 문제 지평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 부분을 윤리 차원에서  제거하겠다는 노력들을 접하노라면 먼산을 바라보게 돼요. 
인간적 삶에서 떨어져 나온 순수한 예술의 세계에 발을 들인다고 해서 그 사람에게 "책임의 윤리"가 부재하다고 욕할 수 있는 건가요.  오히려 책임의 윤리를 내세우며 예술적 참여의 차원을 고작해야 선언문 차원으로 끌어내리는 이들에게 비판의 의견을 보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책임의 윤리'를 말하기 위해서는 엄청나게 복잡한 예술작품에 대한 이해를 거쳐야 합니다. 예술가의 윤리적 전언에 해당하는 문장 몇 개를 모아낸다고 예술가의 윤리성이 돋보이지 않는다는 생각입니다. 문제는 예술가가 만들어낸 형상을 이해할 해석학적 도구를 찾아내는 것이다. "책임의 윤리"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형상의 구체적이고 직관적이면서 수수께끼 같은 모습에 주목해야 하는 거고요.  예술작품을 작가의 윤리적 견해가 담긴 몇 개의 문장으로 환원시키지 않으려는 노력은 주기도문에 나오는 "우리를 시험에 빠지지 마옵시고"에 해당하는 비평가와 해석자의 자기 금욕 과정을 필요로 합니다.

저는 사회적 관계를 반영하는 작품이 그렇지 않은 작품보다 우월하다는 주장을 지나치게 인문주의적 humanistisch이라고 생각하는 쪽입니다.
전문가로 예술 비평하는 친구와 논쟁하다가 감정이 복받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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