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온지 얼마 안 된 넷플릭스 오리지널이구요. 에피소드 8개인데 편당 25분 정도 밖에 안 해서 사실상 영화 두 편 볼 분량 정도. 장르는 뭐라 말하기 난감하지만 일단 스릴러인 건 맞구요. 스포일러 없도록 적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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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포스터 이미지의 허접함은 의도된 것일까요 아닐까요. 그 또한 미스테리.)



 - '안나'라는 여인의 일상으로 시작합니다. 다다다다 뭘 자르고 다져서 요리를 하고 있구요. 딸을 목청껏 부르며 얼른 학교 가자 그러구요. 학교 앞에서 옆집 여자를 마주치고 대화를 하는데... 그러고 나서야 우리의 주인공이 잠옷 바람이라는 걸 보여주죠. 잠시 후 알게 됩니다만 이 양반은 정신이 온전하지 않아요. 정신과에서 처방 받은 약을 복용하며 버티고 있는데 의사가 절대로 안 된다며 '심각한 환각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자세하게 설명까지 해 준 술을, 그냥 물 대용으로 하루 종일 들이키고 있거든요.

 암튼 그 와중에 맞은 편 집에 아빠와 어린 딸, 둘로 구성된 가족이 이사를 오구요. 남편과 헤어진 후 고독에 몸부림치며 살던 우리의 주인공은 딱 봐도 훈훈한 비주얼의 앞집 아저씨에게 마음이 가겠죠. 그리고 당연히 둘은 잘 될 기미를 보이고, 그렇게 잘 될 것처럼 보이는 순간부터 그 아저씨에겐 뭔가 수상한 구석이 마구 튀어나오기 시작하겠습니다.



 - 제목이 웃기죠. 라노벨 제목인가 싶을 정도로 쓸 데 없이 긴 문장 형태의 제목인데... 놀랍게도 나름 원제를 충실하게 번역한 케이스라는 게 반전입니다. 원제가 'The Woman in the House Across the Street from the Girl in the Window'에요. 너무 길어서 해외에서도 각자 맘대로 줄여서 칭하는 모양이네요.

 시트콤에나 주로 쓰이는 25분짜리 짧은 에피소드 구성이라는 점도 특이하구요. 덕택에 한 시즌을 다 봐도 200분 정도. 보통 영화 두 편 볼 시간이면 다 보고도 좀 남죠. 그래서 하루만에 다 봤습니다. 사실 이 괴상한 제목과 짧은 시간에 낚여서 봤어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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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 값을 하느라고 정말 끊임 없이, 계속해서, 반복적으로 창 밖을 봅니다.)



 - 핵심 컨셉을 말하자면 정신 이상자 버전의 '이창'을 의도한 이야기라고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초반에 주인공이 맞은 편 그 훈남 아저씨네 집 창으로 살인으로 의심되는 현장을 목격하거든요. 그리고 주인공의 상태가 이렇다 보니 아무도 안 믿어주죠. 그래서 혼자서 탐정 놀이를 하며 진실을 밝히려다가 각양각색의 위기를 맞게 되고... 그런 얘깁니다. 더불어서 주인공의 불안정한 정신 상태를 마구 활용해서 환상 장면을 와장창 집어 넣어 보는 사람 헷갈리게 하구요. 근데...



 - 이 드라마의 특징을 한 마디로 말 하자면, '엉망진창'이라는 겁니다. 

 예를 들어 위에서 말한 환상 장면들은 너무 격하게 자주 나오고 나올 때마다 과하게 드라마틱해서 괴상하고 싱겁게 웃겨요. 반전에 집착하다 보니 계속해서 별로 중요하지도 않고 인상적이지도 않은 국면 전환이 튀어나와서 캐릭터들을 다 개연성 말아 먹는 비현실적 인간들로 만들구요. 당연히 주인공에게도 전혀 감정 이입이 안 되는데, 드라마는 계속해서 이 주인공의 아픔을 되게 진지하게 궁서체로 강조합니다. 이 역시 강조가 지나쳐서 슬쩍 헛웃음이 나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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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집에 이사온 훈남 아저씨. 약간 '너의 모든 것' 주인공의 보급형 느낌도 있구요.)



 - 근데 이 정도면 그냥 평범하게 못 만든 드라마 같잖아요? 아닙니다. 평범하게 못 만들었다기엔 나름 튀는 괴상함 못만듦이 풍성한 작품이에요.

 예를 들어 이런 장면이 있습니다. 주인공이 위기에 빠져서 도움을 청하기 위해 전화를 합니다. 근데 전화를 받는 상대는 FBI의 범죄 심리 전문가로서 주인공이 전화를 걸었을 때 아마도 사이코 살인마일 인물과 면담 중이에요. 근데 면담하던 그 자리에 그대로 앉아서 전화로 계속 대화를 합니다. 그동안 그 살인마로 추정되는 사람은 앞에서 멍하니 앉아 있어요. 그대로 장면이 한참을 이어지구요. 그래서 전화 받는 사람이 보일 때마다 마주 앉아 있는 그 양반이 계속 보이는데, 당연히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그럼 도대체 왜 굳이 상황을 그렇게... ㅋㅋㅋㅋ


 진짜 걸작(?)인 건 주인공의 트라우마 설정이에요. 스포일러는 아니지만 그래도 혹시나 보실 분들의 재미를 위해 설명하진 않겠구요. 암튼 그 트라우마가 정말정말 슬프고 비극적이어야 하는데, 상황이 너무 황당하게 말도 안 되면서 쓸 데 없이 격하게 자극적이어서 정말 1도 진지하게 받아들일 수가 없어요. 오히려 이건 분명히 노린 개그여야 하는데 개그라기엔 또 너무 끔찍... 그래서 '도대체 어쩌라는 거지?'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이게 이 드라마의 전반적인 기조입니다. 끊임 없이 '이럴 땐 어떤 표정을 지어야할지 모르겠어' 라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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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론 웃으면 된다고 생각하시겠죠.)



 - 이 드라마의 멍청함과 모자람에 대해선 몇 문단을 더 떠들어도 부족할 정도지만 얼른 '더 와이어'를 다 봐야 하기 때문에 걍 평소보다 빨리 정리하겠습니다.

 괴작 마니아분들에게만 추천합니다. 정상적인 작품을 원하는 분들께는 '부디 피하시라'는 한 마디만 드리면 충분하겠구요.

 끊임 없이 '이건 의도한 개그인가 못 만들어서 웃기는 건가'를 고민하다보면 어느새 네 시간이 다 지나고 엔딩 크레딧이 뜨는 드라마에요.

 혹시라도 관심이 가신다면 '나는 정말 이런 드라마를 원하는 것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해 보시고 결정하시는 게 좋을 겁니다. ㅋㅋㅋㅋ




 + 제가 예전에 미국 영화에 자주 나오는 '캐서롤'이란 요리에 대해 몇 자 적었다가 친절한 유저분들의 설명을 들었던 적이 있는데요. 이 드라마는 그야말로 '캐서롤 스릴러'라고 불러줘도 될만한 캐서롤 성애 드라마 되겠습니다. 첫 장면부터 주인공이 캐서롤을 요리하는 장면이고 이 양반은 어딜 가든 캐서롤을 한 판 해서 커다란 캐서롤 그릇에 들고 다녀요. 이것도 제 미스테리 중 하나입니다. 주인공의 이 캐서롤 집착증은 의도한 유머인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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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말로 이 양반은 캐서롤과 와인 밖에 먹지 않습니다. 혼자 있을 때도 캐서롤, 누구 선물할 때도 캐서롤. ㅠㅜ)



 ++ 이런 얘기까지 적으면 추천하는 것처럼 보일까봐, 그래서 보시고 저 욕하실까봐 적을까 말까 망설였습니다만.

 이 드라마의 클라이막스는 나름 꽤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물건이었습니다. 진상이 밝혀지고 진범과 난투극을 벌이는 장면인데... 진상 그 자체는 물론이고 이어지는 난투극까지 정말 넘나 어이가 없어서 당연히 환상일 거라 생각하고 봤어요. 근데 진짜였어... 어흑. ㅠㅜ



 +++ 근데 이 글을 적다 보니 이런 생각도 드네요. 사실 이 드라마의 말도 안 되는 시나리오는 '할리퀸 로맨스'를 흉내낸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요. 제가 이 장르의 책을 많이 읽어본 건 아니지만, 그냥 전형적으로 알려져들 있는 할리퀸 로맨스의 조건에 여러가지로 부합합니다. 평범한 여성이 주인공이고, 이런저런 종류의 훈남들과 엮이고, 갸들이랑 야한 장면들 나오고. 캐릭터들은 다 얄팍하고 스토리는 뭔가 대리만족스런 방향으로 흘러가구요. 뭐... 아님 말구요. ㅋ



 ++++ 마지막에 꽤 큰 인물께서 카메오로 등장하십니다. 좀 쌩뚱맞아서 이 시리즈 제작이랑 무슨 관계라도 있나? 싶었는데 딱히 그런 건 아니었던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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