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신학기 맞고 매일 퇴근하면 피곤해서 뻗어버리는 며칠을 보내느라 드라마, 영화 글이 좀 뜸했습니다만. 그 와중에도 꾸준히 뭔가 보고는 있었습니다. ㅋㅋ

다만 며칠간 선택들이 좀 다채롭게 망하다 보니 뭘 적어 올리기가 힘들었는데. 그래서 오늘은 망한 선택 특집입니다. 



1.

우리 죄를 사하여 주옵소서. (2022, 단편,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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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치 치하의 시골 마을이 배경입니다. 근데 주인공은 유태인이 아니에요. 다만 장애인입니다. '나치가 박해하고 살해한 건 유태인만이 아니었다!'는 걸 보여주는 이야기죠. 집시, 유태인에 이어 장애인들도 학살했다는 건데 뭐 우생학 같은 거 만들던 사람들이니 그리 신기한 일은 아니지만, 저같은 역사 무식자들에겐 나름 신선한 이야기이긴 하죠. 그래서 이 영화는 학교 선생님하는 엄마를 둔 장애 학생이 나치에게 위협을 당하는 상황을 그리고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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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애를 제외하면 유겐트 멤버로 잘 자랄 듯한 비주얼의 소년이라는 게 포인트라면 포인트.)


 장점을 말하자면 때깔이 좋습니다. 20분도 안 되는 단편 영화에 돈을 그리 많이 주진 않았을 것 같은데 꽤 그럴싸한 때깔과 분위기로 사극을 만들었어요. 심지어 장갑차도 잠깐 등장하구요. ㅋㅋ 다만... 이야기가 너무 없습니다. 나쁜 게 아니라, 없어요. 마지막에 뜨는 나치에 의한 장애인 학살에 관한 자막 몇 줄을 보여주기 위한 밑밥 영상이랄까. 의미 있는 이야기를 하는 작품이고 때깔도, 기술적 완성도도 좋지만 이야기가 홀로 서지 못하는 가운데 별다른 특징도 매력도 찾기 힘들다면 존재 가치가 너무 낮아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2. 이랙스 (2022, 단편,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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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치, 키치, 80년대!!)


 - 80년대풍 어린이용 호러 영화입니다. 엄마 없는 조카를 너무 사랑하지만 좀 책임감이 없는 고모가 조카의 생일 파티에 늦으면서 대충 아무 거나 선물로 집어 온 그림 시집(?)에서 괴물이 튀어나오고, 단 둘이 집에 갇혀서는 그 괴물들에 맞선다... 이런 이야기인데요.

 음. 여러모로 장점을 찾기 힘든 영화였습니다. ㅋㅋㅋ 그러니까 그냥 80년대풍 어린이 호러 영화가 아니라 몹시몹시 싱거운 80년대풍 어린이 호러 'TV' 영화 퀄이랄까요. 배우들 연기도 별로고 이야기도 별로고 특수 효과도 별로고 무섭지도 않고... 또 이 장르엔 필수인 유머도 엄청 약하구요. 걍 모든 면에서 별로이고 약해요. 15분이 생각보다 긴 시간이라는 걸 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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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냥 딱 봐도 때깔부터가...)



3. 하트샷 (2022, 단편,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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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단편 영화의 희망! 구세주!!!)


 - 포스터 이미지처럼 귀염뽀짝 러블리한 십대 동성애 커플의 수줍은 사랑 이야기로 시작합니다만. 런닝타임이 절반쯤 지나면 갑자기 다른 장르로 점프해서 우다다다 달리며 끝나 버리는 영화입니다. 그 장르가 뭔지도 모르는 편이 낫겠지만 어차피 넷플릭스 썸네일이 대략 알려주고 있어서, 간단히 말하자면 액션이에요.

 근데 그 액션이 쌩뚱맞게도 상당히 제대로입니다. 그리고 그 장르 전환을 잘 처리해놨어요. 중반에 뙇! 하고 액션이 터지면 그때부터 끝날 때까지 우다다 달리다가 팟! 하고 끝나 버리는데 속도감도 좋고 액션 연출도 준수해서 '오 재밌다!' 하다가 감흥이 약해지기 전에 마무리. 효율적으로 잘 짜 놓은 거죠.


 다만 이야기 측면에서 본다면... 그러니까 이런 단편 영화들에서 흔히 보이는 '존재하지 않는 장편 영화의 도입부' 형식입니다. 그래서 이야기의 완결성 따윈 없구요. 뒷이야기까지 다 만들어진 장편을 보고 싶다... 는 생각이 들지만 과연 그런 장편이 나오면 그것도 재밌게 볼 수 있을까? 라는 생각도 들고 하는 그런 영화였네요. ㅋㅋ 근데 뭐 20분도 안 되니까요. 짧게 시간 때우기로 보긴 좋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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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편 액션 히어로 데뷔의 꿈은 이루어질 것인가!!)



4. 멈출 수 없어 (2020, 시리즈, 에피소드 10개 중에 셋만 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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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멕시코라는 원산지를 잘 살린 듯한 느낌의 포스터가 맘에 들었습니다... 만.)



 - 멕시코의 젊은 여성들 사는 모습들이 나옵니다. 패션지에서 에디터 승진을 노리는 갑부집 딸래미, 의사 아빠 대를 이어서 의사로 성공한다는 인생의 목표를 강요 당하는 엘리트 의대생, 시를 쓰고 문학을 사랑하는 페미니스트이지만 자존감이 심하게 떨어지는 히키코모리 처자, 그리고 이 셋의 갑작스런 여행길에 얼떨결에 합류하는 밑바닥 인생 거친 여자애. 요렇게 넷이 뭉쳐서 여행을 다니며 좌충우돌, 요상한 사건들에 엮이며 개고생하고, 그러면서 우정을 쌓고 연대하고 뭐 그런 이야기에요.


 그런데 뭐랄까... 보고 있으면 옛날 옛적 한국 드라마 하나가 떠오릅니다. '퀸'이라고요. 기억하실 분이 있을지 모르겠는... 아니, 많으시겠죠. 캐스팅이 화려했거든요. 이미숙, 이나영, 김원희에 윤해영이 나왔었구요. 세기말 대한민국에 솔솔 불었던 페미니즘 바람에 맞춰 나온 드라마였는데. 당시로서 보기 힘들었던 여성주의 그 자체를 주제로 한 드라마라는 매우 바람직한 측면이 있었지만, 그 시절 기준으로도 너무 도식적인 캐릭터들과 좀 유치한 연출과 전개 때문에 별 재미는 없었던 드라마로 기억에 남아 있어요. 제겐요. ㅋㅋ


 근데 그거랑 비슷합니다. 각 캐릭터들이 대표하는 것들이 넘나 명확하고. 이들에게 주어지는 고난이 의미하는 바도 넘나 명확하고. 그런 가운데 뭔가 과도하게 '나는 젊고 참신하며 팡팡 튀지!'라는 식의 연출이 어우러져서 21세기 때깔 속에 세기말식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 같다는 느낌. 참 건전하고 바람직한 건 좋고 배우들도 매력적인데 이야기가 너무 뻔하고 얕아서 보기 좀 민망하달까... 그래서 3화까지 보다가 접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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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 말고 다른 분들은 재밌게 보실지도 몰라요!!)



5. 인투 더 다크 시즌 2 (2019~2021. 시리즈. 에피소드 3까지 보다 접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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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루 오리지널! 을 어떻게 봤냐면, 올레티비 vod로 봤습니다.)



 - 블룸하우스가 만든 호러 앤솔로지 시리즈입니다. 좀 특이한 점이라면, 편당 런닝타임이 80분, 90분 이래요. 멀쩡한 호러 영화 하나의 런닝타임을 차지하고들 있고, 그러니까 그냥 저예산 티비 호러 영화 앤솔로지인 것이죠. 제가 이걸 발견하고 얼마나 기뻤겠습니까. ㅋㅋㅋ 그런데...


 구립니다. ㅠㅜ 앤솔로지니까 끝까지 안 보고 이렇게 단정지으면 안 되는 건 아는데, 구려요. 

 사실 블룸하우스 제품(?)들이 그렇습니다. 호러 전문 제작사답게 저예산 B급 작품들을 와장창창 생산해내고 있고 당연히 그 중 성공하는 건 소수구요. 저예산 호러 특성상 뭐 하나 성공하면 그 영화 이미지가 워낙 강하게 남아서 타율이 높아 보이지만 사실 그 밑엔 수많은 망작, 범작들이 깔려 있는 거죠. 그리고 그런 블룸하우스의 실체(?)를 보여주는 게 바로 이 시리즈... 는 아니고 이 시리즈의 제가 본 에피소드 셋이었네요. ㅋㅋ


 정말 먼저 본 에피소드 1과 2는 언급하는 시간이 아까울 정도로 구렸고. 세 번째 에피소드는 그나마 그럭저럭 범작 근처는 가는 느낌이었지만 별 것도 아닌 걸로 계속 스스로 '어때 나 참신하지! 통통 튀지!!' 이러는 게 거슬려서 별로였구요. 결국 에피소드 4는 시도할 엄두가 안 나서 접었네요.

 차라리 '영화 한 편 풀버전 런닝타임'을 포기하고 환상특급 식으로 50분 이내, 30분 정도 뭐 이런 식으로 만들었다면 훨씬 나았을 것 같기도 하구요. 뭐 암튼 아쉽습니다.

 


6. 은 없습니다. 여기까지. 끄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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