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주목을 못 받은 드라마이니만큼 이야기를 위해 간단히 줄거리를 소개할게요. 어느 프랑스 시골 마을 경찰서에 새로운 서장이 부임합니다. 그리고 그 날 고등학생 여자애 하나가 실종되어요. 서장은 이런 상황에 꽤 익숙한 듯 빠르게 수사를 진행하기 시작하는데 이 마을 터줏대감인 바로 아래 여자 경찰이 지역 사정을 핑계로 은근히 기싸움을 겁니다. 그리고 사건은 단순 실종 사건이 아니었습니다. 이후는 어떻게 흘러갈지 뻔히 보이시죠? 이야기가 그 범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아요.   


정확하게는 그럭저럭 볼만했다고 하는 게 맞는 거 같습니다. 아주 특별한 재미를 느끼지는 못했거든요. 사건 강도도 다른 수사물들에 비해 비교적 약한 편이구요. 비슷한 소장르의 다른 작품들과 비교해 볼 때도 편법도 좀 쓴 편이고요. 완성도로 치자면 딱 비범하지는 않지만 못 만들지도 않은, 장르 팬이라면 그럭저럭 볼 만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노잼일 수 있는 정도의 수준인 것 같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어떻게 끝까지 괜찮게 볼 수 있었는가를 생각해 봤는데요. 일단 전개가 꽤 빠른 편입니다. 60분 분량 6편으로 구성된 드라마인데 늘어지는 구간 없이 사건들이 꽤 촘촘하게 배치된 편이에요. 지루해 질만 하면 뭐가 어쨌든 터져 줬던 거 같습니다. 그리고 초반 설정이 나쁘지 않았던 거 같아요. 도입부를 지나 사건이 확장되면서부터는 해결해야만 하는 본 사건과 시간 제한이 명확히 주어져서 주의가 흩어지지 않았던 것 같네요.


그리고 주인공 캐릭터가 나름 괜찮아요. 잘생기고 유능한 아저씨인데 드라마 전개가 우연 사건 보다는 이 아저씨 수사 진척에 따라서 흘러가는 편이에요. 주인공의 동료들도 K-드라마라면 하나 있을 법한 씬스틸러 캐릭터 없이 충실히 수사에 임하구요. 그래서 차근차근 단서가 모여 가는 느낌이 나쁘지 않습니다. 거기에 감칠맛을 더해주는 신비주의 캐릭터라든가 진상 담당, 고구마 담당, 선한 조력자 담당 등등 캐릭터도 명확하게 설정되어 있구요. 극중 사건은 심각하기는 한데 등장인물들은 대부분 선의를 가지고 움직여 줘서 보는 내내 답답하지도 않았어요.


결과적으론 세련된 무언가는 하나도 없었지만 기본에 충실한 수사물이 아니었나 생각해 봅니다. 감정 연기를 담당하는 캐릭터도 따로 배정되어 있어서 꽤나 큰 감정선이 나오기도 하지만 건조한 연출에 묻어 놔서 부담스럽지도 않구요. 그 흔한 폭력장면도 없다시피하고 야한장면도 없어요. 꼼수라고 할만한게 안나오는 건 아니지만 수사물에 필요한 모든 요소들이 적절하고 빈틈없이 잘 배치되어서 흘러가는 것이 이 드라마의 큰 미덕이 아니었나 생각이 되어요. 이건 좀 아쉬운 점이기도 했는데 프랑스어를 쓰는 사람들이 나오긴 하지만 특별히 지역색이 강하지도 않아서 문화적인 이질감도 거의 없구요. 


그래서 전반적으로는 안전한 마음가짐으로 편안하게 수사물 특유의 긴장감과 우울감을 주워 먹을 수 있는 그런 드라마가 아닌가 합니다. 고만고만한 설정과 연출도 어쩌면 이런 안전함을 위한 장치들이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네요. 이걸 보고 나니 비슷한 작품 추천으로 프랑스 수사물이 또 뜨던데 다른 것도 보고 싶어 졌습니다. 화려하고 세고 세련된 것도 좋지만 이런 건 또 편안한 맛이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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