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테벨룸 Antebellum (2020)

2022.04.03 23:40

DJUNA 조회 수:2332


제라드 부시와 크리스포터 렌즈의 [안테벨룸]은 남북전쟁 당시 남부 시골 사회가 어떻게 굴러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인상적인 롱테이크로 시작합니다. 한가한 백인 지배계급으로 시작해서 목화 농장에서 고통받는 흑인 노예들로 끝나는 이 장면은 이 영화에서 가장 좋은 부분이에요.

그런데 제목의 '안테벨룸'은 무슨 뜻일까? 라틴어입니다. '전쟁전의'라는 뜻인데, 미국 사람들은 주로 남북전쟁 이전을 가리키는 데에 씁니다. 그러니까 'Antebellum South'는 노예제 시절의 남부를 의미하지요. 논리적인 제목처럼 들립니다.

영화는 3부로 나뉩니다. 남부 노예들의 수난사가 처절하게 그려지는 1부가 끝나면 영화는 갑자기 현대로 건너 뜁니다. 앞에서 고통받던 노예 에덴을 연기한 자넬 모네는 이제 명성 높은 페미니스트 사회학자 베로니카 헨리이고 얼마 전에 쓴 새 책을 홍보하기 위해 북투어 중입니다. 그런데 1부에 보았던 얼굴들이 여기저기에서 나타나 불길한 분위기를 풍깁니다.

거의 전적으로 서술트릭에 의존하고 있는 영화입니다. 거짓말을 하지 않고 줄거리 소개를 하는 게 거의 불가능한 영화지요. 앞에서 줄거리 요약을 하면서 전 최대한 거짓말을 피하려 했는데, 그 때문에 문장이 영 엉망입니다. 그렇다고 이게 사람들을 엄청 놀래킬 수 있는 대단한 반전이냐... 글쎄요. 이런 이야기의 반전은 둘 중 하나일 수밖에 없지 않나요? 그리고 영화는 정말 그 중 하나를 선택합니다. 그리고 그 반전은 제가 별로 이해하고 싶지 않은 미국 사람들의 기괴한 오락과 연결되어 있지요.

단편이었다면 더 좋았을 영화입니다. 서술 트릭을 제외하면 스토리에서 남는 게 별로 없지요. 그 때문에 현대 파트인 2부는 좀 내용없이 지루해지는 구석이 있습니다. 앞에서 말했듯 반전을 눈치채기는 어렵지 않고요. 하지만 눈치채기 쉬운 반전도 역할이 있기 마련이고, 아직도 노예제의 과거가 끝나지 않았다는 주제를 살리는 데에 이 트릭은 상당히 효율적입니다. 영화로서 재미있느냐는 또 다른 문제이고. (22/04/03)

★★☆

기타등등
도입부에 나오는 포크너의 문장 "The past is never dead. It's not even past"는 오바마가 연설에서 인용한 뒤로 여기저기에서 자주 쓰이더라고요.


감독: Gerard Bush, Christopher Renz, 배우: Janelle Monáe, Eric Lange, Jena Malone, Jack Huston, Kiersey Clemons, Gabourey Sidibe

IMDb https://www.imdb.com/title/tt10065694/
Naver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aver?code=1967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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