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런저런 사정으로 1995년에 한국 개봉한 걸 분명히 기억하지만 1994년산이었군요. 런닝타임은 102분. 역시 스포일러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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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스터만 봐도 머릿 속에 울려퍼지는 캘리포냐 드림. ㅋㅋㅋㅋ)



 - 다들 아시는 이야기지만 습관적인 무쓸모 설명 타임. 

 두 개의 독립적인 이야기에 각각 두 명의 주인공이 나오는 형식이죠. 두 이야기는 야식 파는 식당을 고리로 아주 느슨하게 연결되구요.

 1번 이야기는 실연당한 경찰이자 통조림 성애자 금성무씨와 어둠의 금발-레인코트-선글라스 여성 임청하의 짧은 인연을 그리구요. 2번 이야기는 야식 가게를 배경으로 실연당한 경찰(또?) 양조위씨와 지구 최강 '캘리포냐 드림' 찐팬 왕정문씨가 엮이는 이야기... 라고 뭐 설명할 필요가 있을까요. 어차피 다 아시는데. ㅋㅋㅋ

 이런 스타일의 이야기라면 네 주인공이 엮이는 식의 전개가 나올만도 한데 그런 거 없습니다. 각 이야기의 등장인물들이 다른 이야기에 살짝 스쳐 지나가는 정도로만. 옛날에 어디서 읽었던 바에 따르면 마지막에 네 주인공이 한 공간에 모이는 장면을 찍긴 했는데, 그냥 내다 버렸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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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번 주인공 팀. 이 분들도 분명 센세이션이긴 했지만...)



 - 일단 이 또한 '동사서독'이 낳은 작품이라는 거, 역시 다들 아시겠지만 그냥 언급해 봐요. 결국 '동사서독' 하나 때문에 '동성서취'도 나오고 '중경삼림'도 나왔으며 이 두 편의 흥행이 '동사서독'보다 훨씬 나았으니 결국 왕가위는 '동사서독' 프로젝트에 집착하길 잘 한 거네요. ㅋㅋ 특히나 이 중경삼림 같은 경우엔 한국에선 완전 문화 현상급 반응을 불러 일으키며 이후 왕가위 영화들 흥행에도 도움이 됐구요. 이 영화가 없었다면 이후 왕가위의 커리어가 훨씬 퍽퍽해지지 않았을까, 뭐 그런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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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번 주인공 팀의 인기가 워낙 압도적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 '아비정전'을 보고 이 영화를 이어서 보니 뙇! 하고 먼저 와닿는 건 가볍고, 심지어 종종 활기까지 느껴지는 분위기입니다. 촬영 방식도 헬드핸드를 기본으로 빠르게 움직이는 장면들이 많아졌구요. 아니 뭐 여전히 주인공들은 아비정전 인물들의 변형이긴 해요. 하지만 이번에는 진짜 현실의 공간 속에 진짜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느낌을 확실히 줍니다. 가만 생각해보면 아비정전은 마치 주인공들만 살고 있는 세계 같은 느낌이 있거든요. 그나마 그 주인공들 조차도 유령 톤이고(...)

 암튼 요 중경삼림에는 왕가위식 간지 없이 걍 평범하고 심지어 활기차게 사는 사람들이 모습들이 계속 나와요. 그래서 결국에는 비슷한 주제를 다루고 있을지라도 훨씬 보기가 편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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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게 임청하의 은퇴작이었다는 걸 이제사 알았네요. 근데 은퇴작에서 시작부터 끝까지 얼굴 한 번도 안 보여줌...)



 - 덧붙여서 주인공들도 '아비정전'이나 이후에 완성된 '동사서독'의 주인공들과는 많이 다릅니다. 뭐 놓쳐 버린 사랑 때문에 우울 느릿하게 분위기 잡고 늘어지는 인간들이고 이 또한 비평가들이 '홍콩 반환에 대한 블라블라' 공식에 집어 넣고 싶어지는 캐릭터들인 건 맞는데요. (특히 남자들.)


 그래도 얘들은 그 상처를 덮고 나아가려는 노력을 해요. 본인이 하지 않으면 상대 여자 캐릭터가 멱살 잡고 캐리하더라도 어쨌든 분명히 앞으로 나아갑니다. 그래서 두 이야기의 결말 모두 나름 희망적이고. 특히 양조위-왕정문의 이야기는 대놓고 로맨틱 폭발하는 해피 엔딩 아닙니까!!! 우왕!! 당신도 할 수 있군요 왕가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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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을 쟁취하는 우렁각시... 라는 건 결과론이고 행동을 도통 종 잡을 수 없는 게 그냥 미친 분이라는 느낌. ㅋㅋ)



 - 이야기의 톤이 이렇게 상대적으로 가볍고 밝아지다 보니 같은 '왕가위 스타일'도 좀 다른 느낌을 주는 게 재밌었습니다.

 '아비정전'이 유럽 아트 필름의 왕가위식 해석이라는 느낌, 많이 무겁고 가라앉은 느낌이었다면 이 '중경삼림'의 이야기들은 종종 팬시하게 어여쁜 느낌들을 줍니다. 그게 일단 시각적으로도 미장센이나 작품 속 소도구 같은 것들을 예쁘고 귀여운 것들로 배치한 영향이 크구요. 대사들도 뭔가 간질간질한 느낌으로 로맨틱한 게 뭔가 무라카미 하루키 옛날 단편 대사들 같기도 하구요.


 덧붙여서 금성무, 왕정문의 캐릭터들 힘이 커요. 금성무는 아무리 왕가위식 나레이션을 읊어도 생긴 것부터 넘나 순둥하고 귀여운 느낌이라 울적해지지가 않구요. 이 영화의 왕정문은 그냥 존재 자체가 활력, 발랄함이니까요. 특히 나중에 양조위 집에 숨어들어가 우렁 각시 놀이하는 장면들은 대책 없이 그냥 귀엽고 사랑스러웠죠. 그게 기본적으로 범죄라는 건 일단 눈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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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팬시하게 술잔을 쌓고 팬시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팬시한 얼굴의 금성무씨라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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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팬시한 인형과 팬시한 어항 사이에서 팬시한 연기를 시전 중이신 양조위씨라든가... 를 맘껏 구경하실 수 있습니다.)



 - 그리고... 뭐 까놓고 말해서 지금 이 시국에 이 영화를 보는 제 또래 한국인들이라면 아마 다른 측면으로의 재미를 가장 크게 느낄 겁니다. 

 이후 수년간 이어졌던 한국에서의 인기, 그 영향력을 확인하는 재미가 가장 컸어요. ㅋㅋ 정말 이 영화의 거의 모든 것이 이후 한국의 대중 문화에서 끝도 없이 카피되고 반복되고 현지화되며 이어졌었죠. 스텝프린팅 같은 촬영 기법에서부터 이야기 구조, 영화의 정서, 그리고 뭣보다 두 여자 주인공들의 캐릭터는 정말 민망할 정도로 그대로 카피되어 수많은 영화, 드라마, 광고 속에서 생명을 이어갔구요.


 그 중에서 지금 와서 볼 때 가장 강한 인상을 주는 건 왕정문이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이 캐릭터가 이후 한국의 수많은 영상물들에서 여성 캐릭터의 표현 범위를 넓혀준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정말 수억 개의 변종들이 떠오르더라구요. ㅋㅋ 그만큼 그 시절엔 참 신선한 캐릭터였고, 동시에 지금 봐도 참 매력적인 캐릭터였습니다. 물론 말은 안 되는 환타지 캐릭터지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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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 헤어 스타일, 저 옷까지 모두모두 넘나 익숙한 것...)



 - 대충 정리하자면 이렇게 봤습니다.

 아주 밝고 희망찬 버전의 '아비정전'이었어요. 심지어 영화가 귀엽고 예쁘기까지 해서 팬시한 영화라는 기분까지 드는.

 사실 (이 또한 좀 위험한 발언이지만) 지금 보기엔 정말로 많이 간질간질한 대사나 장면들도 많습니다만. '거장 왕가위님하!!!' 같은 생각 비우고 애초에 가벼운 로맨스라고 생각하고 보면 그것도 충분히 즐길만 했어요. 특히 양조위가 비누와 수건에게 날리는 대사와 나레이션 같은 건. ㅋㅋㅋㅋㅋ

 결과적으로 전 '아비정전'보다 이 영화를 훨씬 즐겼습니다. 역시 전 가벼운 이야기들을 좋아하는 듯.

 혹시 아직도 안 보신 분이 있다면 그냥 한 번 보세요. 달착지근 갬성을 격하게 싫어하지만 않는다면 21세기 관객들도 대부분 재밌게 볼 수 있을 것 같은 그냥 대중적으로 '재밌는' 영화였습니다.





 + '캘리포니아 드림'이 그렇게까지 집요하게 나오고 또 나오고 다시 나온 후에 또 또 계속해서 나왔을 줄이야. ㅋㅋㅋㅋㅋㅋ 정말 심하다 싶을 정도더라구요.



 ++ 최근에 왕가위 영화들의 각종 리마스터, 리덕스 버전들이 올라왔는데. '열혈남아', '아비정전'은 그런 버전이 아니었구요. 요 '중경삼림'은 리마스터링 버전 딱지가 붙어서 그런지 확실히 화질이 좋습니다. 다만 사운드는 여전히 그냥 스테레오네요.



 +++ 계속 왕페이, 왕비가 아니라 왕정문이라고 적은 건 걍 라떼부심으로 이해해주십... (쿨럭;)



 ++++ 갑자기 이 영화에 재도전하고 싶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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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경삼림보단 타락천사에 가까워 보이긴 합니다만)


 몇 년 전에 재생하다가 초반 몇 분만에 꺼버렸는데요. 어차피 어색하고 별로겠지만 그냥 풀지 못한 호기심 같은 걸로 남아 있는 영화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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