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나온 영국 드라마입니다. 에피소드 6개에 편당 45분 정도라 금방 봤네요. 추리물 얘길 하면서 스포일러를 넣으면 나쁜 놈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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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릿박스 오리지널'이라니 이건 또 무슨... OTT 정말 많아도 너무 많지요. ㅠㅜ)



 - 한 추리소설 작가의 작업 모습을 보여주며 시작합니다. '맥파이 살인사건' 이라고 제목을 적어 놓고 숱한 창작의 고통의 시간을 보내죠. 정 아이디어가 막힐 땐 아가사 크리스티를 펴들고 표절도 시도하고요. 그러다 결국 작품을 완성!!!

 장면이 바뀌면 우리 맨빌 여사님이 도서 박람회에 참석을 하네요. 작은 출판사에서 편집자 일을 하고 있고, 이 양반의 일생 가장 큰 히트작이 바로 처음에 보인 그 작가의 '명탐정 아티쿠스 푼트' 시리즈입니다. 이제 신작의 집필이 완료되었다니 아주 방방 뜨는 기분이죠. 그런데...

 일단 그 소설가가 죽습니다. 유서도 있으니 경찰은 자살이라고 보지만 맨빌 여사님은 '유서가 전혀 그답지 않다'라는 이유로 의심을 품고요. 그리고 냉정하게 말해 더 큰 문제는 소설입니다. 완성된 소설 원고를 전해 받아서 다 읽었는데, 범인이 밝혀지는 최종장이 빠졌어요. 귀신이 곡할 노릇이죠. 출판사의 인수 합병 문제로 이 소설은 반드시 출판되어야 하는데...

 결국 우리의 편집자님은 원고의 최종장을 찾아 작가가 죽은 시골 동네로 가서 팔자에 없는 탐정 놀이를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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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 파트의 피해자이자 가장 강렼한 빌런, 우리 소시오패스 베스트셀러 작가님이십니다. 사실 전형적인 캐릭터지만 영국맛이 들어가니 상당히 그럴싸!)



 - 위의 도입부 소개에 귀찮아서(...) 생략한 중요한 부분이 하나 있는데요. 이 드라마는 사실 두 개의 이야기가 동시 진행됩니다... 라고 하면 뭔지 아시겠죠? 원고의 마지막 장을 찾아 헤매며 어쩌다 보니 작가의 죽음까지 파헤치게 되는 편집자 수잔(=맨빌 여사님)의 이야기가 첫 번째구요. 결말이 사라져 버린 그 추리 소설, 1950년대에서 활약하는 명탐정 아티쿠스 푼트의 이야기가 두 번째겠죠.


 그리고 이렇게 두 이야기를 '그냥' 병행 전개하면 좀 이상할 테니 당연히 현실 세계와 소설 속 세계는 접점을 갖습니다. 우리의 작가님께서는 참 전형적인 성격 파탄 예술가이신데, 그래서 자기 주변 사람들을 소설 속에 등장 시켜서 놀리고 조롱하고 구박하는 게 삶의 낙이셨어요. 그런데 우리 작가님을 죽였을 용의자들은 당연히 죄다 작가님의 주변 사람들이니 소설의 내용이 현실 사건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구조가 되죠... 라는 게 핵심이구요.


 덤으로 이 구조를 통해 최대한 재미를 뽑아내려 노력합니다. 어차피 그 놈이 그 놈이니 그냥 한 명의 배우가 현실 & 소설 세계에서 각각의 역할을 맡아 1인 2역들을 해주시고요. 이걸 또 교차 편집을 통해 이어 붙이면서 재밌는 장면들을 많이 만들어 내구요. 심지어 아티쿠스 푼트가 수잔의 환상으로 자꾸만 현실 세계에 왕림해서 도움을 주기도 하는데, 이 두 사람이 또 그럴싸하게 잘 어울리고 보기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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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탐정님 역할 배우분 생김새가 되게 독특하더라구요. 옛날 신문 삽화에서 그대로 튀어나오신 느낌.)



 - 사실 추리물로서의 완성도만 뚝 떼어 놓고 평가하자면 그렇게 훌륭하다... 라고 말할 순 없을 것 같습니다. 사건들이 나쁘진 않지만 그렇다고 특별히 개성 있거나 참신한 구석은 없구요. 추리 과정은 내내 막막함 속을 헤매다가 막판에 너무 쉽게, 한 방에 풀려 버리는 감이 있어요. 특히나 현실 파트의 경우엔 범인을 눈치 채기가 너무 쉽더군요. '쟤 아님?'으로 시작해서 '쟤 맞는 것 같은데?'로 이어지다가 '응, 쟤 맞네'로 끝나요. 


 다만 그게 그렇게 나쁘지도 않습니다. 범인 때려 맞추기가 쉬운 건 사실이지만 그게 나름 페어플레이를 하려다가 그렇게 된 거라 (힌트를 충분히 제공해주거든요) 정상을 참작해줄 구석이 있구요. 또 마지막에 두 탐정이 옛날 추리소설식으로 드라마틱하게 사건의 진상을 밝히는 장면은 요 장르 특유의 전통적인 쾌감이 있어요. 게다가 두 개의 이야기가 계속 교차되며 병행 전개가 되니 각각의 아쉬운 구석들이 은근슬쩍 묻히는 효과도 있구요. 덤으로 그렇게 결말까지 가는 과정에서의 드라마가 적당히 재밌고 적당히 괜찮아서 종합적으로는 썩 괜찮은 걸 본 듯한 기분을 안겨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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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건의 발단을 맡으신 '의뢰인' 커플. 1995년 영국에선 흑백 커플이 이렇게 큰 부담이 없었... 을 것 같진 않은데요.)



 - 그리고 뭣보다 영국 드라마잖아요. ㅋㅋ 영국맛, 영국뽕을 좋아하는 분들에겐 상당히 안 부담스럽게 추천할만한 드라마입니다.

 일단 구성부터가 그래요. 현대와 50년대를 오가는 설정 덕에 두 가지 버전의 영국뽕을 선사하죠. 현대 영국에서 기 세고 똑똑한 전문직 싱글 할매님이 씩씩하게 난관을 헤쳐나가는 걸 구경하는 재미도 있구요. 옛날 영국을 배경으로 대저택, 정원사, 하녀에다가 명탐정 신사까지 총출동하는 구식 추리물을 구경하는 재미도 있구요. 


 또 잘 만든 영국 드라마들이 거의 모두 다 그렇듯 배우들도 좋습니다... 만 뭐 다 됐고 우리 맨빌 여사님께서 언제나 그렇듯 확실하게 먹어주시는 것인데요. '명연기' 같은 건 없습니다. 애초에 그런 게 필요한 이야기가 아니거든요. 그 대신에, 풀파워로 매력 발산을 해주십니다. ㅋㅋㅋ 기본적으로 폼이 나면서 자꾸만 귀엽고 그러면서도 믿음직스러운 캐릭터인데, 딱히 힘을 빡 주거나 그런 거 없이 편하고 자연스럽게 잘 소화해서 보다보면 '원래 저런 사람일 것 같아' 라는 생각이 들면서 팬심이 마구 생기는 기분. 맨빌 여사님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그냥 한 번 보세요. 즐거운 시간 보내실 겁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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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56년생께서 넘나 깜찍하신 것...)



 - 한 가지 아쉬웠던 부분이 있긴 합니다. 이게 출판사 사람들과 추리 소설 작가가 주요 인물로 등장하는 이야기잖아요. 그래서 장르 문학계에 대한 업계 내부자들 수다 같은 것도 조금씩 나오고, 또 추리 소설이라는 장르 자체에 대한 고찰 같은 게 조금씩 나와요. 그리고 그게 짭짤한 재미를 주는데... 정말 조금씩만 나오다가 맙니다. ㅋㅋㅋ

 근데 이게 원작 소설이 있는 드라마거든요. 그래서 드라마를 다 보고 나서 검색을 좀 해 보니 원작에선 이런 부분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꽤 크더라구요. 그래서 일종의 메타 뭐시기적인 재미를 주는 게 포인트였던 소설 같은데, 드라마로 각색되는 과정에서 그런 부분들이 대부분 칼질 당한 것 같아요. 이해는 합니다. 원작에서 그런 부분들은 대부분 등장 인물간의 대화나 주인공의 생각으로 처리된 것 같던데, 드라마에서 주인공들이 범인 안 잡고 계속 그런 잡담이나 하고 있으면 극의 호흡을 적절하게 유지하기 어려웠겠죠.

 그렇게 이해는 하는데, 그래도 아쉽더라구요. 뭐 이미 국내 출간도 되어 있는 원작을 찾아 읽으면 될 일이겠지만 추리 소설을 범인까지 다 알고서 굳이 처음부터 다시 읽고 싶지는 않... (쿨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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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00 페이지가 넘는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ㅋㅋ)



 - 그러니까 종합하자면요.

 본격 추리물의 관점에서 본다면 아쉬움이 적지 않겠으나, 그런 약점을 독특한 소재와 이야기 구성으로 잘 덮어내고 퍼즐 미스테리물의 기본적 재미는 준수하게 전달해주는 드라마였습니다. 일단 요즘에 이런 장르의 드라마가 많지 않으니 이 정도면 충분히 그 리그 안에선 수작... 이든 말든 장르 팬분들이라면 한 번 보시는 게 좋을 작품이었구요.

 영상미나 배우들 연기나 연출이나 뭐 하나 딱히 떨어지는 구석 없이 잘 뽑아낸 웰메이드 드라마이면서 강력한 영국뽕을 장전하고 있으니 영국맛 팬분들도 보실만 할 거에요.

 그리고 뭣보다 힘 빼고 즐겁게 연기하는 맨빌 여사님의 본격 매력 발산 시리즈인 것입니다. 여사님들 팬분들은 꼭 보셔야해요. 그렇긴 한데, 사실 이 드라마에는 위에서 언급 안 한 강력한 단점이 하나 있으니...


 "OTT seezn(시즌)이 지난 2월 영국에서 첫 방송한 드라마 시리즈 ‘맥파이 살인사건’을 1년간 국내 독점 서비스한다."


 ...그러합니다. 4월 1일에 등록됐으니 최소한 내년 4월이 되어야 다른 서비스로 풀리겠죠. 엄... 차마 이거 하나 보시라고 시즌 가입을 권유하진 못 하겠네요. 하하;;




 + 기왕 이런 게 나왔으니 맨빌 여사님 캐릭터가 활약하는 속편을 기대하게 되는 게 인지상정이었습니다만. 역시 검색을 좀 해 보니 아쉽게도 가능성이 없어 보이더라구요. 일단 그런 역할을 할 소설이 나온 게 없구요. 원작자님 차기작은 지금 집필 중인데 역시 다른 이야기인 것 같습니다. 근데 이번엔 작가 본인을 작품 속에 등장 시킬 예정이라니 이런 메타 소설 쓰기에 재미를 들리신 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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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요 탐정&조수 콤비도 꽤 괜찮았지만 어차피 내용상 1회용 캐릭터분들이라 아깝...)



 ++ 짤막한 시리즈이긴 하지만 한국식 나이 67세의 배우가 이런 폼 나는 역으로 주인공을 할 수 있는 환경은 참 좋구나... 싶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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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니까 원작자님하 맨빌님 더 나이 드시기 전에 속편 좀... ㅠㅜ)



 +++ 영국인들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맨유'라고 줄여서 부르는군요.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인데 제가 축구에 관심이 없어서 괜히 친숙함에 웃었습니다. ㅋㅋ 



 ++++ 이 드라마와 전혀 관계 없는 뻘소리입니다만.



 아기다리고기다리던 러시아 인형처럼 시즌2!!! 가 내일!!! 공개됩니다. 하하.

 더도 덜도 말고 시즌 1만큼만 볼만해도 만족하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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