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6년작입니다. 장르는 스릴러. 런닝타임은 85분이고 스포일러는 없을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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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지옥의 묵시록' 생각이 나는 거죠.)



 - 대조적인 성격과 상황의 두 여성을 보여주며 시작합니다.

 첫 번째는 베스. 흔한 말로 '참한 여자' 캐릭터에요. 좀 무신경하지만 괜찮은 남자 친구도 있고. 커리어도 궤도에 오르는 중이라 꽤 좋아 보이는 집에 살기도 하고. 하지만 타인들에게 자기 주관을 뚜렷하게 내세우지 못하고 끌려다니는 갑갑한 면도 있고 그렇습니다.

 두 번째는 애나. 대체로 21세기적 여성상입니다. 능력 있고 자기 주장 확실하지만 그 부작용(?)으로 커리어는 영 지지부진하구요. 남자 친구랑도 자존심 때문에 다투다가 파장이 났고. 이런 상황 덕에 경제적으로 큰 압박을 받으며 멘탈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중이죠.


 그리고 이 둘이 친구입니다. 배우 지망생 생활을 하며 알게 된 사이인 듯 한데 어쩌다(아마도 베스가 갑자기 잘 나가면서 바빠져서 그런 듯) 몇 달간 연락도 안 하고 지냈다가, 그동안 함께 못 지낸 거 벌충하자며 단 둘이 삼박 사일 여행을 떠나요. 하지만 여행의 출발부터 이미 둘은 심각한 불협화음을 드러내구요. 게다가 장르가 스릴러이다 보니 아무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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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인공 1번 베스. 영화를 다 보고 나서 이 표정을 보니 나름 복잡미묘한 캐릭터 컨셉이 잘 표현되어 있었구나... 하고 살짝 감탄합니다.)



 - 보는 사람에 따라 재미에 대한 평가가 심하게 갈릴 영화입니다.

 런닝타임이 85분밖에 안 되는 영화인데, 그 중 60분이 그냥 이 둘의 신경전이에요. ㅋㅋ 정말 거의 아무 사건도 벌어지지 않습니다. 적어도 스릴러스러운 사건은요.

 그리고 그 후에 드디어 큰 사건이 하나 벌어지긴 하는데, 안 보여줍니다(...) 대충 뭔 일이 일어난 건 맞는데 그걸 그냥 안 보여줘 버려요. 그리고 그걸 미스테리 삼아 갑작스레 상당히 혼란스런 전개가 펼쳐지죠. 대략 A 아니면 B일 텐데, 그 중 아마도 A일 거라 생각하지만 정확히 뭔진 알 수 없는 상황이 죽 이어지다가 'A맞지롱!' 하고 그냥 끝나요. 특히 이 결말 부분엔 아무런 액션도 스릴도 없어서 더더욱 당황.

 그러니 좀 자극적이고 센 영화를 원하는 분들은 아마도 좀 아쉬워들 하실 것이고, 그냥 이런 소소하게 사람 애간장 태우는 거 좋아하는 분들은 그럭저럭 재밌게 보실만도 한 그런 영화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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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인공 2번 애나. 한 가지 고백하자면 글을 다 적을 때까지 내내 '안나'라고 적었다가 수정했습니다. 망할 놈의 세상. 왜 안나 카레니나도 애나 카레리나로 고쳐보등가!!!)



 - 일단 전 그 '소소하게 애간장 태우기'가 상당히 괜찮았습니다. 

 시작부터 폭발까지 차곡차곡 블럭을 쌓아 올려가는 단계들이 세심하게 잘 짜여져 있고 배우들 연기도, 연출도 좋아서 '일상 공포류'의 느낌으로 충분히 즐길만 했어요.


 게다가 두 주인공의 캐릭터가 되게 디테일하면서 나름 입체적인 느낌으로 잘 잡혀 있거든요. 이야기 시작만 보면 차분하고 좀 소극적이지만 선량한 주인공이, 가뜩이나 불 같은 성격에 인생 스트레스로 멘탈 다 나간 친구의 불꽃 질투에 휘말려 개고생하게 되는 이야기처럼 보입니다만, 그게 그렇게 뻔하게 안 가거든요.

 처음엔 정말로 그렇게 나가는데, 그러다 30분쯤 지나면 슬슬 베스의 잘못이나 결함들이 눈에 띄기 시작해요. 스포일러를 피하기 위해 자세한 언급은 안 하겠지만 암튼 둘의 관계가 그렇게 심플하게 일방의 귀책 사유로 망가진 관계가 아니라는 겁니다. 그래서 보다보면 대체 누가 빌런인지 헷갈리고, 누가 진짜로 위험한 인간인지도 헷갈리구요. 그래서 어느 쪽이 일을 저지를지 분명하지 않은 가운데 스멀스멀 긴장감이 올라가니 꽤 집중을 하면서 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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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놓고 돌아이 vs 알고보면 삐뚤빼뚤. 과연 승자는 누가될 것인가!!!)



 - 그리고 '사건' 후의 남은 20여분 동안의 전개도 사실 나쁘지 않아요.

 그 사건 후에 정말 거의 아무런 사건 없이 조용히 흘러가다 영화가 끝나버린다는 게 문제인데요.

 일단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라는 궁금증을 강력하게 유발하는 가운데 계속해서 '대체 지금 뭐하는 건데? 왜 저러는 건데??'라는 생각이 들 수 밖에 없는 상황들이 이어지니 최소한 집중력은 끝까지 유지가 되거든요. 정말로 아무 사건도 벌어지지 않는데 말이죠. ㅋㅋㅋ 그리고 드디어 대망의 엔딩 장면에서 상황이 설명되면 바로 감독의 의도가 확 들어오기 때문에 별다른 클라이막스 없는 좀 탈력스런 마무리도 그렇게 크게 아쉽게 느껴지진 않았습니다. (다르게 말해, 조금은 아쉬웠습니다.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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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때부터 이미 근육 튼튼녀 이미지가 있었던 맥킨지 데이비스. 하지만 샌 주니페로에선 전혀 안 그랬...)



 - 결국 여성들에 대한 영화입니다. 다른 사람들, 특히 남성들의 시선에 얽매여 살아가는 여성들에 대한 이야기이고. 스타가 되고 싶어하는 무명 배우들이라는 주인공들의 설정은 이런 특징을 극대화하기 위한 선택인 거죠. 세상에 배우만큼 사람들 시선에 목숨 거는 직업이 또 어딨겠어요. 특히나 이성의 시선에 말입니다.

 그리고 처음엔 서로에 대한 안티 테제처럼 보이는 두 주인공은 사실 그런 관계가 아니에요. 늘 타협하고 적응하며 사는 캐릭터인 베스는 물론이거니와, 나름 의식적으로 굴복하지 않고 싸우려 하는 캐릭터인 애나도 역시 결국엔 똑같이 '남자들의 시선'에 구속되어 사는 처지라는 게 영화의 결론이거든요. 애초에 애나가 분노하는 이유도 베스가 타협적 인간이라서가 아니라 자기보다 성공적으로 적응해서 잘 살고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사건'이 터지는 거라고 생각하면 그 다음에 벌어지는 난감한 상황들도 다 이해가 되구요. 감독의 의도도 다 파악이 되고 납득이 됩니다.


 다만 좀 그런 건 있어요.

 그러니까 되게 노골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려 하는 영화거든요. 그리고 그 메시지 전달을 위해 일부러 장르적 재미는 다소 죽여가며 마지막 20분을 그렇게 구성한 건데.

 그렇다보니 다이렉트로 메시지를 던져대는 이야기를 안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결말 부분이 그렇게 맘에 들진 않을 겁니다. 저는 뭐... 그래도 그걸 미스테리 형식으로 잘 포장해놨네? 라는 생각이 들어서 괜찮다고 생각하긴 했습니다만. 그래도 확실히 결말부는 '재미'가 있진 않았어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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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국 이 둘이서 지지고 볶는 이야기이고, 둘의 캐릭터가 다 괜찮고 배우들 연기도 좋아서 영화가 허접하단 생각은 안 듭니다.)



 - 배우들 연기가 참 좋습니다. 

 2016년이면 매킨지 데이비스가 그 전설의 블랙미러 '샌 주니페로' 에피소드에 출연한 것과 같은 해인데요. 그 에피소드에서 맡았던 캐릭터와 거의 정반대 성향의 인물을 맡아서 훌륭한 불꽃 성깔 연기를 보여줘요. 살짝 좀 거친 느낌이 들긴 하는데 그것도 캐릭터와 어울리니 의도인지 부족함인지 모르겠어서 좋았구요. ㅋㅋ 

 소심 선량한 듯 하면서 점점 복잡하게 꼬인 속을 드러내는 베스 역할의 케이틀린 핏제럴드도 쉽지 않아 보이는 캐릭터를 참 잘 소화한 것 같아요. 확인해보니 전 이 분 출연작 중 본 게 거의 없다시피한데요. 세상엔 정말 괜찮은 배우들이 바닷가 모래알급으로 많구나(...)라는 깨달음을 새삼 다시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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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이비스의 키가 178이라는 걸 감안하면 감독님에겐 잘못(?)이 없습니다. 거기 밀리지 않는 케이틀린 핏제랄드가 잘못한 걸로.)



 - 결론적으로.

 소소하게 일상적, 현실적으로 흘러가는 신경과민 스릴러(...)류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한 번 시도해보실만 하구요.

 이런 류의 여성 서사를 좋아하는 분들도 아마 재밌게 보실 수 있을 겁니다.

 다만 뭔가 화끈한 장르적 재미를 원하시는 분들은 스킵하시는 게 좋아요. 감독이 거의 작정하고 의도적으로 그런 전개들을 피해가는 영화라서요.

 심지어 영화 속에서 '여성 착취적 B급 호러'들에 대해 계속해서 디스하기까지 하니 뭐... ㅋㅋㅋㅋ




 + 그래서 우리의 찢어지게 가난한 배우 애나양은 충실한 역할 고증을 위해 현대차를 몹니다. 현대야 힘 내(...)



 ++ 각본 쓰신 분이 여기에서 연기도 하는데, 찾아 보니깐 감독님 남편이십니다? ㅋㅋ 그리고 감독의 영화들 각본을 많이 썼군요. 헐리웃엔 이런 커플이 은근 흔한 듯.



 +++ 이것도 왠지 저만 이럴 것 같은데. 분명 넷플릭스가 추천으로 들이밀길래 본 건데, 뭐 하나 확인하려고 검색을 하니 안 나옵니다. 그래서 영어로 검색을 하니 나오긴 하는데 썸네일이 없네요. 왜죠. 왜 넷플릭스는 자꾸 저한테만 이러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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