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어울려 살려면

비장애인 누구가 끔찍한 일을 저질렀다고 해서 비장애인 모두를 격리하잔 생각은 안 들잖습니까?

규율이 일상화된 현대 사회에서 통제 불가능해보이는 돌발 행동을 하는 누군가를 만났을 때 당황할 수는 있지만, 거기에 공포와 혐오만 있다면 그것도 굉장히 문제적인데요. 그냥 격리하고 배제하자는 이야기밖에 안 되는 거잖아요. 그 상대를 이미 동등한 동료 시민으로 안 보는 거죠.

물론 그래요 낯선 타인, 어떤 사정인지 알지도 못하고 그 사람이 왜 그렇게 됐는지 이해해보려는 생각보다 그저 어쩌나 만난 횡액, 피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도 자연스러워요. 저라도 그 현장에 있었다면 그냥 벙쪄있는 거 외에 할 수 있는 건 없었을 거에요. 근데 그 자리를 떠나면서는 그 순간을 곱씹으면서 뭐가 문제인가 생각해볼 수도 있지요. 지금 채찬님이 고민하시는 것처럼요. 

정답 같은 게 정해져 있지는 않을 거에요. 그렇지만 40대 여성 장애인의 지금 상황이 그렇다 해서 그게 그 사람의 잘못일까요. 한국의 턱없이 부족한 복지적 자원을 생각해보면 필요한 때에 적절한 도움을 받지 못해서 상황이 더 악화되었을 가능성이 높지요. 이런 상황을 개인의 일탈로 치부하지 않고 큰 그림에서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문제에 관심을 갖는 것이 동료 시민으로서 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첫단계 아닐까요. 

머릿속이 복잡해지죠. 저도 비슷한 경험을 수차례 했어요. 지하철 탈 때면 늘 첫 칸 혹은 마지막 칸에 타는데요, 지하철 벽에  서서 혼잣말을 반복하는 남성 정신장애인들을 마주치곤 합니다. 혼잣말이라는 행위는 위험 행동이 전혀 아님에도 제 안에 두려움이 생기더군요. 외부에서 오는 특정 자극이 원인이 되어 돌발 행동하는 사람이 있고 그 행동이 예측하기 어려운 것이라면, 그리고 그 행동이 나를 향할 경우  그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내가 가진 물리적 힘이 상대와 현저히 차이가 난다면 등등........ 당시 느낀 두려움을 정당화 하기 위해 궁색하게 머리 굴리는 제 자신을 발견하고서는... 많이 부끄러웠습니다.

우리가 서로에게 기대하는 최소한의 행동 양식은 다양한 상황에서 생기는 다수의 경험을 통해서만 습득, 체득할 수 있잖아요. 습득의 슥도가 다르다 해서, 똑같은 기준을 기대할 수 없다 해서 희미한 사회 연결 고리만을 가진 채 성장하고 살아간다면 그 결과는 또 원인이 될 뿐이예요. 악순환의 고리죠. 사회화 되어 태어나는 존재는 없다는 걸 모두 알면서도 그래요.

채찬님이 목격한 상황이 머릿속에 맴돌아 온갖 얘기 다 나누는 직장 동료와도 이야기를 했어요. 발달장애를 가진 남아를 자녀로 둔 양육자거든요. 정신 장애를 가진 아이가 성장 과정에서 익혀야 할 필수적인 학습과 정보에 접근하기 어렵다. 일반 학교를 다니며, 담당 교사를 제외한 일반 교사들의 인식과 대처는 몹시 미흡하지만 혹시 아이가 불이익이라도 받을까봐 쉽게 항의를 할 수도 없다. 그래서 그렇게들 자신들만의 커뮤니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가보다라며...같이 심난해 하다 평소 안 하던 말을 오늘은 덧붙이더군요. 아이가 커가며 사회에서 점점 소외되고 또 사람들이 자신을 미워한다는 것을 아이가 알게 되었을 때, 그 때, 아이가 받을 상처의 크기가 가장 무섭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