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5년작입니다. 런닝타임 89분에 장르는 호러에요. 스포일러 없게 적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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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심플하고 컨셉 확실한 포스터 좋아요.)



 - 시작부터 피칠갑을 한 남자 콤비가 전형적인 '황량한 미국의 시골길'을 운전 해서 주유소 겸 휴게소에 들어갑니다. 매점 직원과 이런저런 대화를 하고, 매우 수상해보이는 언행을 좀 보이다 다시 차에 타고 달려요. 그런데... 다시 그 주유소입니다? 당황하고, 다시 출발하고, 다시 주유소. 이걸 두어번 반복하던 이들은 저 멀리에 둥둥 떠서 자기들을 쫓아오는 괴상한 뼈다귀 괴물 같은 걸 목격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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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번째 이야기 : 대체 저 둥둥 떠다니는 뼈다구의 정체는 무엇인고...)



 - 앤솔로지에요. 배경만 비슷하게 생긴 '사우스바운드' 도로일 뿐 전혀 상관 없는 이야기들 다섯개가 이어지죠.

 다만 좀 특이한 점이라면 요게 릴레이로 연결이 된다는 겁니다. 첫 번째 이야기의 마지막 장면에 등장한 인물들이 두 번째 이야기로 이어지고, 두 번째 이야기의 마지막에 재수 없게 얽혔던 인물이 세 번째 이야기의 주인공이고, 뭐 이런 식이에요. 앤솔로지 영화에서 아주 흔한 형식은 아니어서 나름 신선한 느낌이었습니다. 세기말에 유행했던 전래동화들이 모듬으로 이어지는 막장 동화 생각도 나고 그래서 조금 웃었던.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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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번째 이야기 : 그러니까 애초부터 수상해 보였던 모르는 사람들의 호의 같은 걸 덥썩 받아버림 안 되는 거죠.)



 - 또 한 가지 이 영화의 특징이라면, 도통 이야기를 수습할 생각을 안 한다는 겁니다.

 이야기들이 각각 기승전결은 분명히 있는데, 그냥 주인공의 운명으로 기승전결이 결정될 뿐 도대체 뭣땜에 그런 일이 벌어지는지, 주인공들을 쫓아다니고 도륙하는 저것들의 정체가 무엇인지 뭐 이런 것들이 하나도 설명되지 않아요. 갑툭튀 주인공이 갑툭튀 호러 사건에 말려들어 개고생하다가 그냥 망하는 순간 가차없이 다음 이야기로 점프. 이런 패턴을 반복하다가 결말에서 시간선에 살짝 장난을 쳐서 더 괴상한 이야기로 만들어 버리고 디 엔드. 이렇습니다. 시작부터 끝까지 그냥 혼돈의 카오스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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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 번째 이야기 : 아무리 한적한 미국 시골 도로라고 해도 운전 중에 딴 짓은 적당히 합시다.)



 - 이렇다보니 이건 사실 돈만 부족했던 게 아니라 아이디어까지 부족한 영화로 보입니다. 짤막한 '진짜진짜 무서운 이야기'류의 괴담 몇 개를 간신히 생각해내고선 그걸 배경 대충 맞추고, 릴레이 형식을 택하는 잔머리를 통해 하나의 영화로 엮어냈구먼. 그러고선 그걸 무슨 의도적 스타일인 척하며 들이미는 그런 영화 같고... 그런데요.


 제게는 그게 그래도 좀 먹혔습니다. ㅋㅋ 사실 그렇지 않습니까. 대부분의 호러/미스테리 영화는 시작이 근사할 수록 결말은 김이 빠져요. 뉘셨는지 기억은 안 나지만 그런 말씀 하셨던 양반도 있잖아요. 진짜 공포는 대상에 대한 무지에서 온다고. 그러니까 이 영화는 조리에 맞는 설명을 포기함으로써 미지의 공포... 까진 아니더라도 아주 약간의 불쾌한 뒷맛을 남기는 데는 성공을 했고 전 그냥 관대한 마음으로 그걸 즐겼습니다. 사실 딱히 관대해질 필요도 없었어요. 이 영화의 에피소드들은 정말로 그닥 어설픈 느낌 없이 제법 그럴싸하게 불쾌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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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번째 이야기 : 모두 다 불친절한 이 영화 속에서도 가장 영문을 알 수 없는 에피소드. 하지만 충분히 기분은 나쁩니다. ㅋㅋ)



 - 그리고 영화를 다 보고 나서 정보를 찾아보는 중에야 알게 된 사실인데. 형식은 릴레이지만 이 영화의 다섯 에피소드는 실제로 네 명의 다른 감독들에 의해 만들어졌습니다. 작가들도 모두 달라요. 그리고 끝장면까지 보고 나면 이 영화의 세계관(?)에 대한 힌트 하나가 주어지는데, 그걸 생각하고서 이야기들을 다시 생각해보면 '대략 이러저러한 이야기였구나'라는 깨달음(?)도 오고 그럽니다. 그러니까 정말로 아이디어까지 부족한 영화는 아니었던 거죠. ㅋㅋ 그냥 '굳이 일일이 설명하지 않는 것'을 컨셉으로 만들어진 호러 앤솔로지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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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 이야기 : 모텔에 투숙한 단란 가정을 습격하는 가면맨들의 공포!)



 - 암튼 뭐 앤솔로지 영화를 갖고 더 길게 얘기할 건 없겠구요.

 설명 없고 불친절하고 애매한 이야기들 싫으신 분들은 당연히 피하셔야겠습니다. 앞서 말한 '세계관' 같은 걸 눈치챈다 하더라도 개별 이야기들의 생략된 디테일들은 거의 채워지지 않고 여전히 알 수 없는 이야기들로 남거든요.

 뭐 딱히 좋은 연기, 인상적인 연기가 필요한 영화도 아니고 실제로 그런 것도 없구요. ㅋㅋ 배우들 연기 보는 재미 같은 건 포기하셔야.

 그냥 '뭔 소린지 모르겠지만 얼핏 보기 그럴싸하게 불쾌한 이야기를 들려줄게' 라는 컨셉의 호러 무비입니다. 역시나 살짝 '환상특급' 느낌도 나구요.

 저예산 호러 영화를 사랑하시면 한 번 시도해보시구요. 아니면 굳이 안 보셔도 될 겁니다만. 저는 기대보다 훨씬 좋게 봤습니다. 언젠가 한 번 더 봐도 괜찮겠다 싶은.

 



 + 사실 이 영화의 그 '릴레이 연결' 형식은 영화를 끝까지 다 보고 나면 그게 왜 필요했는지 깨닫게 됩니다. 나름 반전 비슷한 거랄까요. ㅋㅋ



 ++ 이 영화로 뭉친 감독들 중 상당수가 'V/H/S' 시리즈에 참여했던 양반들인 것 같더군요. 덧붙여서 이 영화 최대의 아웃풋은 시작 에피소드와 결말 에피소드의 각본을 쓴 맷 베티넬리-올핀이란 분입니다. 이 분의 바로 다음 작품이 '레디 오아 낫'이고, 그 다음 작품이 '스크림' 신작이에요. 세 번째 에피소드를 감독했던 분은 2년 뒤에 넷플릭스의 호러 수작 '리추얼: 숲속에 있다'를 만들었구요. 우리의 호러 꿈나무들이 나날이 듬직하게 자라나는 모습이 참으로 듬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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