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0년작입니다. 런닝타임은 제가 보는 영화 치곤 긴 1시간 57분이구요. ㅋㅋ 장르는 스릴러/드라마 정도. 스포일러는 없을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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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맥주 한 잔 해야할 것 같은 포스터네요. 솔직히 별로 마음에 안 듭니다.)



 - 우리 잘 생긴 에릭 바나 아저씨는 호주의 연방 경찰이에요. 미쿡 FBI랑 이니셜이 같은 것 같은데 호주에선 그렇게 부르지는 않는 듯 하구요.

 오래 전에 고향을 떠나 대도시에 살고 있지만 영화 시작과 함께 옛 친구의 부고를 듣고 수십년만에 고향에 돌아갑니다. 그런데 상황이 많이 별로에요.

 일단 그 죽은 친구는 자기 와이프와 열 살도 안 된 아들을 총으로 쏴 죽인 후 자살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어요. 수사가 종결되진 않았지만 일단 그게 정설이구요. 또한 주인공이 고향을 떠난 사연도 문제입니다. 당시에 주인공과 친했던 여자애가 강에서 시체로 발견됐는데, 진실은 알 수 없지만 마을 사람들은 주인공이 그랬다고 믿고 있거든요.

 정해진 수순대로 우리 에릭 바나씨는 귀향과 함께 사람들의 험한 대접을 받게 되고, 장례식만 참석하고 냉큼 컴백하려는데 자살한 친구의 부모가 붙잡습니다. 우리 애가 그랬을 리 없다! 니가 좀 밝혀주렴!!! 그리하여 우리의 성실한 주인공은 '하는 김에 제대로 해보자'고 맘 먹고 동네 형사님에게 민폐를 끼치며 심신이 푸석푸석해지는 '드라이'한 체험을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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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것이 '드라이'니까.)



 - 그러니까 말하자면 귀향 스릴러라고나 할까요. 낙후되고 폐쇄적인 시골 마을 커뮤니티, 비밀을 숨기고 주인공에게 적대하는 마을 사람들, 그리고 그곳에서 일어난 끔찍한 사건을 수사하는 고독한 탐정. 다들 대충 그림이 그려지실 겁니다. 그리고 여기에 주인공의 오래된 어두운 개인사가 얽히면서 현재의 사건과 과거의 사건이 병행으로 전개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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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거의 '그 사건'에 주인공이 결백한지 아닌지, 어떻게 얽혀 있었던 것인지는 영화 말미에나 밝혀집니다. 모두를 의심하라!! 뭐 이런. ㅋㅋ)



 - 분위기로 승부하는 사실적 스릴러입니다. 일단 제목 그대로 이 동네는 극심한 가뭄에 시달리는 중이에요. 비가 안 온지 370일이 넘었다나요. 호수는 완전히 말라 붙어서 걍 움푹 파인 땅이 되어 있고 바람만 불면 모래먼지가 사막처럼 휭휭 날려요. 쨍쨍 내려쬐는 햇볕 속에 주인공을 비롯한 모든 사람들이 낮에는 오만상을 찌푸리고 다니구요. 거기에다가 낙후되고 쇠락한 꿈도 희망도 없는 시골 마을이니 분위기가 어떻겠습니까. 그 분위기가 넘나 그럴싸해서 극중의 학교 장면을 보며 그런 생각까지 하게 되더라구요. 이런 곳에서 애를 키우다니 범죄 아님?(...)


 그런 분위기 덕에 영화는 내내 우울합니다. 쇠락, 소멸, 비극, 어둠 등등 뭐 이런 단어들이 내내 떠오르는 분위기를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날이 밝아도 어두워도 주인공들의 마음은 어둡고 관객들의 마음도 어둡습니다. 살인 사건 범인 하나 찾는다고 해서 뭐가 해결되는 개운한 기분 따윈 기대도 하지 말라는 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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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차피 우린 다 망했어!! 망했다고!!!!)



 - 이야기는 현재 위주로 진행되는 가운데 과거의 일이 정말 짧게 짧게 삽입되는 식으로 전개가 돼요. 이때 과거와 현재가 묘하게 대조를 이루는데요. 과거 회상에선 주인공이 속한 남2, 여2의 절친 그룹이 씐나게 노는 장면들이 주로 나옵니다. 게다가 노는 장소가 물가, 울창한 숲 뭐 이런 이미지에요. 결국엔 이 마을에 갇혀 나이만 잔뜩 먹고 가뭄과 함께 시들어가는 현재의 이미지와 많이 다르죠. 게다가 과거 파트의 이야기 전개는 나름 설레고 아련한 사각관계 연애물!!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그 설레는 과거 이야기의 끝은 또 비극이죠. 그래서 영화가 끝나갈 때쯤엔 '결국 이놈의 마을은 그 때나 지금이나 꿈도 희망도 없는 곳이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대체 서양인들에게 시골 마을에서의 삶이란 무엇인지(...) 작가란 사람들이 유난히 섬세해서 시골에서 자라나면 반드시 이런 이야기를 쓰게 되는 것인지, 정말로 이런 시골 풍경과 분위기가 대체로 보편적인 것인지가 궁금해질 지경이었습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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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짤이 묘하게 백화점에 붙어 있는 의류 브랜드 화보 같은 느낌이라서 웃깁니다. ㅋㅋㅋ)



 - 사건 수사는 뭐. 탄탄합니다만, 대단한 추리나 극적 전개 같은 건 기대하시면 안 됩니다.

 그러니까 아주 현실적인 분위기의 사건에 '성실함과 꾸준함'이 주무기인 탐정을 투입해 놓고 경과를 구경하는 식이랄까요. 주인공이 하는 일은 참으로 당연하고, 바꿔 말하면 특별할 게 없습니다. 탐문을 통해 살인 동기가 있을만한 사람들을 찾고, cctv를 확인해서 사건 시간대의 용의자들 위치와 동선을 체크하고, 피해자들이 남긴 물건들을 하나하나 샅샅이 탈탈 털어서 수사에 보탬이 될만한 증거들을 찾아내고... 당연히 초반엔 헛발질로 일관하다가 서서히 하나씩 하나씩 힌트를 찾아 결론을 향해 나아가는 거죠.

 게다가 뭐, 사실적으로 잘 만들어진 수사물이란 게 거의 그렇듯이 마지막에 밝혀지는 진상이라든가, 범인의 정체라든가 이런 것도 특별할 게 없습니다. 놀라운 트릭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충격적인 반전 뭐 이런 것도 없어요. 특히나 과거의 사건은 대충 봐도 범인이 뻔하구요. 현재의 사건은 애초에 주인공의 수사 과정을 따라갈 수밖에 없기 때문에 마지막에야 범인과 진상이 밝혀지지만, 그 역시 놀라울 건 없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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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딱 봐도 그냥 사람 막 패죽이게 생긴 놈이 당일 알리바이에 대해서 거짓말을 한다? 결백하시군요!!!)



 - 그로 인해 조금은 지루해질 수도 있는 부분... 을 커버해주는 게 과거와 현재에 얽힌 주인공과 친구들, 마을 사람들의 드라마입니다. 특히 주인공과 친구들의 그 아련하고 비극적인 과거와 현재요. 본인들이 원치 않았던 사건으로 인해 뿔뿔이 흩어지고, 그대로 세월이 흐르고, 이제 와서 다시 만나 대화를 나누고 옛 감정을 되살려본들 절대로 돌이킬 수는 없다는 그런 애상적인 정서가 황량하게 쇠락해가는 마을과 그 마을을 덮친 가뭄의 이미지로 인해 꽤 절절하게 살아납니다. 아주 건조하게 센치하달까요. 


 그리고 당연히(?) 배우들이 좋아요. 일단 과거 파트를 맡으신 분들은 다들 참 생기발랄 반짝반짝해서 좋구요. 현재 파트의 사람들도 참 다 역할에 맡게 잘 캐스팅 됐습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당연히도 에릭 바나가 정말 좋더군요. 크레딧을 보니 이 양반 제작에도 관여하셨던데. 헐리웃에서 제대로 된 일거리를 못 구하니 귀향해서 직접 자기가 하고픈 역할을 만들어서 주연을 해버리네요. ㅋㅋㅋ 근데 정말로 주인공 역할에 잘 어울립니다. 차분하고 듬직한 분위기. 똥폼 안 잡고 갬성에 빠져 허우적거리지 않고 자기 일 성실하게 하는 믿음직한 경찰 역할로 딱이더군요. 필요할 땐 위협적인 폼도 잡다가 수시로 아련아련해지는 부분도 좋았구요. 참 좋은 배우인데 헐리웃에선 왜? 라는 생각을 하면서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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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련&애틋한 재회. 아닌 척 무덤덤한 척 하면서 사실은 엄청 갬성 터집니다.)



 - 대충 정리하겠습니다.

 그러니까 웰메이드 사실적 수사물입니다. 그렇다고해서 뭐 극사실주의 그런 건 아니구요. ㅋㅋ 이 '사실적 수사물'이란 것도 이미 장르의 일부잖아요. '전형적인 사실적 수사물'이라고나 할까요. 그런데 잘 만든 경우라는 거.

 꽤 강렬한 드라마와 감정들을 담고 있지만 '드라이'한 분위기로 덮어서 절제하며 이야기를 들려주는 영화구요. 

 막 드라마틱한 전개와 반전 같은 게 담긴 이야기는 기대하지 마시고, 그냥 잘 생긴 에릭 바나가 나와서 듬직한 형사 놀이하는 차분한 영화가 보고 싶다. 뭐 이런 분들이 보시면 됩니다. 그리고 제가 '드라이'하고 '절제'한다고 이야기했지만, 아시잖아요. 이런 식으로 표현하는 게 더 강하게 와닿기도 한다는 거. 이것도 그런 영화였습니다.

 재밌게 잘 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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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냥 비극적인 멜로 영화로도 볼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구요.)




 + 딱 하나 옥의 티가 있었네요. 마지막의 마지막, 범인과 대결 장면의 cg가 넘나 어색합니다. 순간 '제작비 얼마에요?'라고 묻고 싶어졌던. ㅋㅋㅋㅋ



 ++ 호주 시골 사람들은 다 명사수인가요. 그냥 올드휏숀드한 디자인의 장총? 엽총 같은 걸 들고 무슨 스나이퍼 라이플 쓰듯이 한참 멀리 있는 토끼들을 무조건 원샷 원킬로. ㄷㄷㄷㄷ



 +++ 여기 시골 형사님으로 나온 배우는 마이클 베이의 '앰뷸런스'에도 나왔네요. 결국 폴라포님은 이 배우의 출연작 두 편을 연달아 보신 셈!!!



 ++++ 원작 소설이 있습니다. 한국에도 예전에 출간된 것 같은데 영화 개봉에 맞춰서 에릭 바나가 간지나게 총을 잡고 있는 모습으로 표지를 바꾼 듯(...)

 대충 검색해서 서평이나 본문의 부분 부분들을 읽어보니 아무래도 소설 쪽이 훨씬 이야기가 풍부하고 영화에서 대략 생략된 배경 설정 같은 것도 촘촘하게 되어 있는 듯 하네요. 그럴만도 합니다. 480페이지래요. 하하.



 +++++ 올레티비 vod로 봤습니다. 제 유료 요금제 이달의 득템이었네요. 지난 주에 '피그'도 들어왔던데 그건 언제 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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