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돈까스

2022.06.17 15:23

Sonny 조회 수:938

어른이 된다는 것은 가끔씩 식욕이 매우 정확해진다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어느날은 딱 그 식당이나 까페에서 파는, 특정 메뉴의 음식을 먹어야 허기가 완전히 해소되는 강박이 생기죠. 현실적 여건이 되는 경우라면 다행이지만 시간적, 인적 요소가 필요한 경우라면 이 갈망을 풀기는 어려워집니다. 20대 초반 같이 섬에 여행가서 들렀던 횟집의 다금바리라거나, 친구들과 다투고 돌아온 날 저녁에 엄마가 해준 간장계란밥이라거나...

최근에 돈까스가 매우 정확히 먹고 싶어졌습니다. 저는 평소에 그런 튀긴 고기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데, 제 식욕이 돈까스를 유난히 고집하더군요. 그래서 지하철 역 근처의 돈까스집을 갔는데... 한입 먹자마자 극대노했습니다. 튀김옷은 두꺼운데 고기가 해도해도 너무 얇은 겁니다. 어차피 분식집 돈까스라 큰 기대를 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고기가 씹히긴 해야죠. 그런데 이 돈까스는 고기가 얇다못해 아예 옷만 씹히는 부분들이 너무 많았습니다. 군대 돈까스도 이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핀셋을 가지고 갈 걸 그랬습니다. 고기를 먹으려면 튀김옷을 열어서 거의 헤집어야 하는 수준이니ㅡㅡ

그 다음날 다른 분식집에 가서 돈까스를 한번 더 실패하고나서야 깨달았습니다. 제가 먹고 싶던 건 돈까스가 아니라 돈카츠였다는 걸... 그래도 의문이 떠나지 않습니다. 옛날 경양식 돈까스도 분명 고기가 두툼하고 맛있는 것들이 있던 것 같은데 그건 단순히 과거미화였던 걸까요. 제가 갔던 곳들이 유난히 맛이 없던 것인지 아니면 제가 약간은 유치한 돈까스맛에 질린 것인지... 어쩌면 제가 찾는 건 저 혼자 만들어낸 돈까스의 이데아일지도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7074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5626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5542
120433 요즘 과일 가격... [15] beluga 2010.08.23 4050
120432 미래예감 [2] catgotmy 2010.08.23 1911
120431 사주를 믿는 다는 것의 의미-3 [6] soboo 2010.08.23 2745
120430 신변잡기들... [5] jikyu 2010.08.23 2034
120429 내일 PD수첩 '4대강 수심 6m의 비밀'이 정상 방송될 예정이랍니다. [5] Wolverine 2010.08.23 3076
120428 레인보우 A [7] kiwiphobic 2010.08.23 2956
120427 라스트 에어벤더와 엉클 분미, 나오미 왓츠 [5] magnolia 2010.08.23 6012
120426 복 많은 놈 [2] 가끔영화 2010.08.23 3257
120425 [듀나인성바낭] 결혼압박 피하기? 30대 싱글여성에게 권유할만한 커뮤니티?? [6] 가라 2010.08.23 4251
120424 원수연씨 [매리는 외박중]이 드라마화 되는군요. [7] 쥬디 2010.08.23 3733
120423 [연애바낭] 모처럼 괜찮은 사람을 알게 됐는데 [7] moonfish 2010.08.23 3634
120422 인터넷 쓰면서 하지 말아야 할 10가지 [3] soboo 2010.08.23 3484
120421 배고파야 드세요, 아님 그냥 드세요? [8] DH 2010.08.23 2563
120420 李氏 "서울은 은어가 헤엄치는 도시…경제·환경 공존가능" [12] chobo 2010.08.23 2872
120419 나 자꾸 사진만 보면 스페이바 치고 싶다 [4] 가끔영화 2010.08.23 2803
120418 [펌] 잡히면 동지에게 죽는다... [5] 01410 2010.08.23 3601
120417 언제부터 그 감독은 비웃음의 대상이 되었나. [8] 남자간호사 2010.08.23 3824
120416 타블렛을 4년만에 잡아봤는데, 작업속도가 무지무지 느려졌어요. [3] Paul_ 2010.08.23 2438
120415 [건프라] 올해의 PG가 발표되었군요. [14] 로이배티 2010.08.23 3302
120414 못 잊으면서도 아니 보는 영화 있으신가요? [7] catcher 2010.08.23 2919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