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6.21 00:13
어디선가 이 영화는 아이맥스로 보는게 좋다는 말을 듣고 오늘 보러 갔습니다. 곧 탑건 매버릭이 아이맥스 상영관들을 다 꿰어차고 걸릴거라서 지금이 아니면 네버겠더라고요.
아시다시피 이 영화는 토이 스토리의 스핀오프입니다. 우리가 알던 토이 스토리의 버즈는 극중에서 우디와 버즈의 주인인 앤디가 좋아하는 영화의 주인공을 장난감으로 만든 것이며, 이 영화가 바로 그 영화라는 것이죠.
영화는 처음에 이런 사정을 자막으로 알리면서 시작합니다. 1995년이라는 년도가 구체적으로 명시되고요. 당연 토이 스토리가 처음 개봉한 년도입니다.
다 보고나서 생각하니 이 자막은 생각보다 많은 것을 미리 알려주고 있더군요. 영화가 딱 1995년에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나왔음직한 내용이었거든요! 물론 영상과 음향은 2022년에 기대할 만한 최신 기술이 동원된 최고의 수준을 뽐내고 있지만, 스토리는 그게 아니었습니다. 아쉽지만, 한마디로 무척 진부합니다. 각 캐릭터들은 캡틴 아메리카와 여러 성우들의 열연에도 불구하고 다들 어디선가 본듯한 느낌을 주고요. (버즈 캐릭터는 이게 당연하겠습니다만).
영화의 설정과 스토리가 개연성과 핍진성을 가지고 있는가 하는 것도 딱 토이 스토리의 앤디 나잇대의 어린이들이 납득할만한 수준이라고 생각됩니다. 이 사람들은 하이퍼 스페이스를 통해 여행하는 우주선을 만들수 있으면서 광속에 가깝게 움직이면 시간축에 어떤 일이 일어날 지도 몰랐단 말입니까? 스토리 상 개연성 및 핍진성에 대한 문제점은 넷 상에서 이미 여러가지가 이야기 되고 있더군요.
플롯 상으로 이 영화가 2022년에 나온 영화라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점은 이미 논란거리가 되어온 동성결혼 및 임신과 관련된 부분뿐이었습니다. 저는 이 부분을 받아들이는데 아무 문제가 없었습니다만 이게 왜 논란이 되고 있는지는 이해가 갑니다. 일단 플롯에서 아무런 역할을 못하는 지나가는 설정에 불과하거든요. 영화의 스토리와 캐릭터가 뭔가 새로운 느낌을 주지 못하는 상황에서, 마치 해야할 일은 그닥 잘 못하는 사람이 쓸데없는 걸로 튀어보이려 한다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1995년에 앤디가 볼만한 영화에 동성 커플이 그려질 가능성은 거의 없을거라는 점은 차치하고요 ^.^
뭐 그렇다고 영화가 형편없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그럭저럭 러닝타임은 흘러가는 편입니다. 다만 어디서 누군가 말했지만 “그냥 디즈니 플러스에서 봤으면 괜찮았을” 수준으로 흘러가서 탈이지요. 픽사 영화로서는 최저 수준에 가깝습니다. 그나마 기술적인 면에서는 아이맥스 화면에서 화면 비율에 변화를 줘가며 보여주는 비주얼이 상당부분 먹고 들어가면서 각본과 연출에서 모자란 점을 어느 정도 만회해 줍니다. 결국 이 영화를 아이맥스에서 보게 된 원래 이유는 충족시키고 나왔습니다. 다만 저는 이 영화가 잘 되어서 우디와 제시가 나오는 흥겨운 막장 서부극을 볼 수 있게 되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그 기대는 일단 접어야 하겠습니다.
혹시 이 영화를 아이맥스로 봐두고자 하신다면 내일(21일) 이 마지막 기회일겁니다. 다행히 용산 아이맥스관에 자리는 많이 남아 있습니다.
2022.06.21 01:53
2022.06.21 08:38
영화에서 버즈 라이트이어의 능력은 어느 정도로 설정하고 있나요? 우주복을 입으면 아이언맨이나 헤일로시리즈의 마스터치프와 맞짱 뜰 정도는 됩니까?
2022.06.21 13:10
2022.06.21 12:44
하이퍼스페이스가 일상화된 시대라면 아광속을 경험할 일이 없어서 도리어 아무도 그 부분을 생각 못했을수도 있지 않을까요? GPS 시대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독도법을 모르거나, 자동차는 알아도 말타고 다루는 법은 모르는 것 처럼.
전 이 영화의 버즈 라이트이어 캐릭터와 토이스토리의 장난감 버즈 라이트이어 캐릭터가 다른게 제일 신경 쓰였습니다.
원래는 버즈 라이트이어는 애니메이션 주인공이 장난감으로 나온거라는 설정이었던것 같은데...
아, 그리고 저는 '픽사'라는 이름에 대한 기대치 때문에 평이 낮은거 아니었을까 싶기도 합니다. 픽사가 아니었다면 도리어 무난하게 볼만하다는 평을 받았을 듯
2022.06.21 13:21
2022.06.21 13:40
전문가들이 모여서 일 하다가 사소한(?) 하나를 놓치는 경우는 클리셰도 못 될 정도로 늘 벌어지니까요.
애니메이션 나와 있는 것은 알고 있는데, 처음 자막에 '앤디가 본 영화가 바로 이것이다!' 가 아니라 '앤디의 버즈는 여기서 시작되었다' 라는 식으로 지난 애니메이션 설정을 무시(?) 하지 않는 정도로 대사를 불명확하게 처리 했어야 하는게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그냥 디즈니 플러스에서 봤으면 괜찮았을' 이라는 설명으로 한 방에 이해가 되는 기분이군요. ㅋㅋ
글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