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그랬듯이 제 개인적 생각을 나열할 뿐이라 딱히 결론은 없습니다....(앞으로도 그럴거라는 얘기)



1. 대부분의 문명사회에서는 일반적 다수들이 감당해낼 수 없는 사람을 격리시킵니다. 감옥에 있는 범죄자들이 대표적인 케이스이고 그 밖에 정신병원, 장애인 시설, 요양원등이 생각나네요. 공리, 편의, 효율, 질서 등을 위함입니다. 


2. 범죄자를 사회로부터 격리시키는 것은 합리적인 제도입니다...만 역사적으로 보면 그 제도를 운영하는 주체와 시대적인 분위기에 따라 뒤죽박죽해 왔습니다. 그 기준은 퇴행하기도, 진보하기도 했었죠. 

미국의 어떤 주는 대마초가 합법이고 유럽의 어떤 나라들은 성매매가 합법입니다. 최근 한국은 간통죄가 폐지되었습니다. 아직까지 성소수자는 불법인 곳이 많습니다. 성소수자 혐오는 뿌리가 깊을 것 같지만 무려 '기원전'의 아테네에서는 동성애가 장려되기도 했었습니다. 2차대전의 독일은 정신지체자와 신체 장애자등을 국가적으로 살해하였습니다. 이처럼 사회가 어떤 유형의 인간 혹은 집단을 배제하는 기준은 역사적으로 뒤죽박죽 오락가락합니다.  그래도 전체적으로는 진보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3. 성소수자 배제의 큰 두가지 이유는 서구기독교의 종교적 이유(정서적이유)와 출산과 사회유지에 기여하지 못한다는 공리적 이유입니다. 당시의 대철학자인 칸트는 동성애는 비도덕적 성도착증인 것은 맞지만 실정법으로 처벌하는 것에 반대했고 공리주의자인 벤담조차 동성애는 사회에 패악을 끼치지 않는다고 했는데도 불구하고요. 그때는 맞지만 지금은 틀려야 하는 일들인데도 이미 내제화된 혐오들의 고리는 끊기가 힘듭니다. 일단 너무 많아요. 


4. 네. 혐오가 더 큰 문제에요. 기준의 뒤죽박죽 문제보다 더 주목해야하는 것은 일반적인 경향(다수 여론)이, 그 자체가 폭력의 양상을 보이는 겁니다. 선악, 옳고 그름.. 진실은 아무 상관이 없어요. 혐오가 정당화되는 것은 그들이 단지 다수이기 때문입니다.  히틀러가 유태인을 학살할 때 대부분의 독일인들이 열광했습니다. 실제로 유태인 모두가 세상에 해가 되는 나쁜 사람들이었다면 히틀러는 정당한 걸까요?  


5. 인간이라는 종의 파시즘적 경향은 예외가 없어요. 2차대전 홀로코스트라는 끔찍한 비극을 겪은 유태인들인데도 불구하고.... 힘의 무게가 바뀐 지금 그들이 팔레스타인에 한 짓들을 보면 인류의 암담함을 극명하게 보여줍니다. 


6. 몇 년째 비폭력대화법 강의를 듣습니다. 듣다 보면 우리의 일상적인 표현 안에 얼마나 많은 폭력이 내제되어있는지를 알고 흠짓 놀라게 됩니다. 이미 혐오가 내제화되어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돼요. 혐오는 전염되고 변이가 있고 증폭이 됩니다. 마치 코로나처럼. 혐오의 내제화로 인한 파시즘의 발현은 무수히 반복된 실재하는 역사입니다.  


7. 세계 대전 이후 인류가 회복할 수 있었던 것은 집단보다 개인의 가치를 우선시하는 어떤 반발력때문이었다고 봅니다. 포스트모던, 실존, 뭐 기타등등. 이것저것을 거쳐 다시 또 반공주의, 이데올로기, 동서 냉전.. 그리고 다시 69혁명, 히피, 베를린 장벽, 소련붕괴.. 글로벌 시대.. 그리고 다시 또 제노포비아, 호모포비아, 극우의 등장.... 


8.  제 주변도 마찬가지에요. 특히 최근 몇년 간은 생각이 같아야 함을 강요하고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배제하고 혐오하는 모습들을 자주 봐요. 저는 맞는 말을 하는 사람이 틀린 말을 하는 사람에게 가하는 폭력에도 반대합니다. 개인적으로 공존할 수 없더라도 사회적으로는 공존할 수 있어야 합니다. 


9. 틈이 있어야 곁을 내어줄 수 있다. 예전에 누군가 저에게 해준 말이에요. 전기요금 아낀다고 에어컨도 안켜는 무더운 여름 날 저 말을 다시 새깁니다. 저한테는 시원한 바람같은 말이에요. 모든 사람들에게 조금의 틈은 있길 바랍니다. 타자가 비집고 들어갈 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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