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질 결심 뒤늦은 잡담

2022.07.19 12:13

dlraud 조회 수:727

어느정도의 스포일러가 있을것 같아요.


팬은 아니지만 인기있는 박찬욱의 영화들을 좋아하는 편입니다. 아가씨처럼 화려한 것은 거의 다 좋아하는 편.

왠지 흥행에 실패한 게 저는 이런 아가씨에 이어지는 화려함에 대한 대중들의 기대를 저버려서가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요. 박찬욱의 팬들은 이 영화를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하네요.

 

보면서 허름한 아파트라던가, 서래가 요양보호사로 일하는 모습 등의 꾸며지지 않은 일상적인 화면이 이야기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른 영화들에서 허름한 배경이더라도 일부러 대조적으로 그런 낡음을 강조하는 느낌이었다면 이번엔 진짜 그냥 현실의 허름함으로 보였어요. 이제까지 박찬욱의 영화들은 아예 허구이고 보여주기 위해 열심히 꾸며낸 느낌이었는데,  이 영화도 미장센과 연출들이 계속 등장하지만- 인간극장 같은 느낌의 화면들이 박찬욱의 이야기와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인위적이고 화려한 이야기를 즐기려 갔는데 할머니들과 서래의 낡은 옷에 오히려 몰입을 방해하더군요. 너무 기대를 했는지 이야기에 대한 완전한 집중이 잘 안됐어요.. 친구인 박찬욱 팬은 꽤 만족해했어요ㅎ 제가 아직 박찬욱 영화를 잘 모르는듯..

 

주요 캐릭터들은 다 매력적이었어요. 같이 본 친구와 예전에 박해일이 멋있는지 몰랐는데 피곤에 찌든 중년캐릭터로 나오니 매력적으로 보인다고 했죠. 불면증에 고통받는 면이 개인적으로 아주 공감됐어요. 수면부족과 안구건조증에도 일에 최선을 다 하는 형사. 멋졌어요.

 

다른 분들이 쓰신 글을 봤는데 저는 이정현 캐릭터가 남편이 너무 진심으로 좋기보다는 서로서로 노력하지 않으면 무너질 관계란 거 무의식적으로 느껴서 자꾸 그런 말들을 의식적으로 하는 것으로 들렸어요. 아직 낭만적인 감정이 있는 남자한테 일주일에 한번은 꼭 해야한대~! 이런 말을 안 할 것 같아서요. 남편이 아닌 자식한테 하는 말이랑 비슷한 느낌;; 물론 아이 있는 중년부부의 삶을 안 겪어봐서 모르는지도그래서 마지막에 자라 들고 갈 때 원래부터 오피스허즈번드고 이미 자거나 잘뻔한 사이라고 확신했는데 게시판을 보니 다르게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더군요.

참, 이정현이 직장에서 주말부부에 대해 어떤 주임이 이혼율 들먹였다는 얘기할 때 그 주임이랑 같은 사람인가요?

 

서래 캐릭터는 이야기의 미스터리를 위한 도구라 느껴져서 크게 애절하다거나 와닿지는 않았어요. 중국어와 한국어, 번역의 간극 등이 더 흥미로웠어요. 새로운 남편으로 갈아치운 이야기나 폭력조직과 닿아있는 부분은 의도적으로 설명을 안 했겠지만 좀 답답했어요.  


이상하게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서래가 절에서 데이트하다가 형사에게 '~치고 품위있다'고 말하는데 박해일이 형사치고? 한국인치고? 남자치고? 물으니 아니요 '현대인치고요'라고 하는 장면이었어요. 서래의 매력적인 모습을 잘 보여준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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