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열해봤던 영화가 열편이 되시나요?

2022.07.24 15:32

Sonny 조회 수:1274


이 영상을 보니 저도 좀 궁금해서 제가 운 영화들을 찾아보게 되더군요. 좀 신기한 게 영화 보다가 잘 우는 편이긴 한데, "울었다!!" 라고 인정할 만한 영화들은 손에 추려지더군요. 이를테면 최근 본 [탑건: 매버릭] 같은 영화들은 시작 부분에서 크레딧이 나올 때 눈물을 찔끔했는데 그런 건 포함시키지 않게 됩니다 ㅋ 


저는 열편을 다 채우진 못하겠더군요. 




오열한 영화를 묻는다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작품입니다. [400번의 구타]를 막상 봤을 때는 그렇게 눈물이 나지 않았는데, 보고 나오면서 눈물을 주체할 수가 없더군요. 시사회로 간 영화여서 후기를 올렸어야 했고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에서 폰으로 후기를 쓰다가 뭐가 안에서 터진 것처럼 복받쳐 올라왔습니다. 다른 승객 입장에서 보면 무슨 성인 남자가 난데없이 버스에서 울고 있으니 얼마나 황당했을련지... 바로 그 다음 정류장에서 내려서 한 10분간은 눈물만 닦고 있었던 것 같네요. 집에 가서도 이 영화의 삽입음악을 들으면서 또 혼자 울다가 잤네요. [400번의 구타]가 일으킨 이 이상한 효과에 대해서 아직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정작 영화에서는 앙트완이 울지 않고 앙트완을 보면서 울라고도 하지 않거든요. 어쩌면 영화조차도 그저 바라보고 내버려두는 영화의 소외가 캐릭터에게 일어났던 것은 아닌지. 




완성도 높은 3부작 시리즈 작품을 이야기할 때 제가 늘 상위권에 두는 혹성탈출 시리즈의 마지막편, [혹성탈출: 종의 전쟁]입니다. 특히나 마지막 편의 엔딩은 1부와 2부를 포함한 그 모든 대서사시를 아름답게 결말짓는데 이 때 캐릭터의 위엄있는 퇴장에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가 없더군요. 1편과 2편을 보면서 시저라는 캐릭터에 너무나 몰입했던 것인지 3편에서 그가 쌩고생을 하는 걸 보면서 거의 가슴이 아릴 정도였습니다. 폭발 쾅쾅 자동차 우당탕탕으로 자본력만 자랑하는 헐리우드 안에서 이렇게 기품있고 인간과 세계 전체를 생각해보게 만드는 작품이 나왔다는 게 거의 기적적이라 느껴집니다. 엔딩 씬에서는 눈물이 너무 많이 나서 나중에는 숨죽여 울었네요. 이 영화가 끝나고 나서 김혜리 기자의 관객과의 대화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황급히 눈물을 훔치면서 자리를 이동하느라 좀 아까웠습니다. 마음껏 못울어서 아쉬운 영화에요.



왜 그런지는 알 수가 없습니다만 이 영화의 오프닝 씬에서 갓난아기인 주인공을 조이 및 다른 감정들의 눈으로 볼 때 눈물이 계속 흘렀습니다. 저도 모르게 이 생명이 얼마나 귀하고 특별한 존재인지를 느껴서 그랬던 걸까요. 친구들과 같이 보느라 소리 안내고 우는게 힘들었습니다ㅋ 턱을 닦는 척 하면서 계속 눈물을 닦았는데 다행히도 친구들은 제가 운 지 모르더군요. 빙봉과의 이별에서 한번 또 울고, 마지막에 또 울고... 디즈니 영화는 아주 위험한 영화들입니다 ㅋㅋ




제가 평생동안 잊지 못할 미아 한센 러브 감독의 데뷔작입니다. 이 영화도 보면서 울진 않았습니다. 영화 자체가 건조하게 흘러가는데다가 주인공이 쓰러져서 우는 장면을 제외하면 그렇게 울만한 장면은 없으니까요. 이상한 건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집에서 리뷰를 쓰다가 그야말로 펑펑 울었다는 겁니다. 이 때 울면서 느낀 감정이 특이해서 아직도 남아있는데, 그건 바로 슬픔이 카타르시스의 형태로 격앙되서 터져나온다기보다는 무언가를 영원히 잃어버렸다는 상실감 때문에 울었습니다. 주인공의 삶이 저와 좀 겹쳐보이기도 했고요. 무언가를 좋아했고 그저 열심히 했을 뿐인데 아무 것도 남는 게 없고 점점 뭔가를 잃어만 간다는 그 이야기는 세상 모든 오타쿠들에게 현실의 아픈 경고장처럼 날아들겠지요. 저도 주인공만큼은 아니지만 일레트로니카 장르를 좋아해서 더 와닿았습니다. 개러지 장르의 그 뒤섞인 환희와 슬픔도 잊을 수가 없군요.



헐리우드 드라마의 위대한 점은 인생에서 겪는 여러 감정을 총합적으로 보여주다가 그것이 어떤 순간에 툭 하고 터져서 마침내 마음 속 깊은 어느 지점에 도달하게 만든다는 거죠. 대니가 자신의 여자친구를 데려와 가족들과 함께 밥을 먹고 설거지를 하며 다같이 노래하며 춤추는 그 장면은 가족이란 개념을 가장 일상적이면서 환상적으로 그려낸 장면일 겁니다. 여기에서 소시민적인 기쁨을 느끼며 눈물을 살짝 흘렸다가, 마지막 장면에서 가족과 대니가 다시 차로 만나 황급히 떠나기 직전의 그 대화는 모든 걸 각오했던 제 마음의 빗장을 열고 말더군요. 헤어져야 한다는, 헤어지지 않아도 된다는 그 복합적인 감정이 밀려드는 순간에도 눈물을 흘리지 못하고 당황해하는 리버 피닉스의 얼굴이 깊이 남아있습니다.



이 영화를 보면서 울었던 경험은 아주 기묘한 감각으로 제게 남아있습니다. 저도 잘 이해가 안가는데, 저는 이 영화의 첫번째 넘버가 울려퍼질 때부터 울기 시작했습니다. 아직 아무런 사연도 시작되지 않았고 음악이 슬프거나 비통한 것도 아닙니다. 그런데도 그 화려하고 고양감 가득한 퍼포먼스에 뭔가 참을 수 없는 기분이 되더군요. 그 감정의 실체를 어렴풋이나마 짐작하게 된 건 [라라랜드]가 레퍼런스로 삼은 자끄 드미의 작품들을 보고 난 이후였습니다. 특히나 [로슈포르의 숙녀들]을 보면서 다시 한번 그 눈물나는 고양감을 느끼며 눈물이 살짝 나오더라구요. 이렇게까지 아름다고 역동적일 수가 있다니! [라라랜드]를 보면서는 한 서너번 정도 울었고 특히 피아노를 치던 세바스찬이 미아를 끌어안고 키스하는 그 장면에서는 전율이 올라오면서 또 울음이 터졌습니다. 이후 오만 예능과 광고에서 [라라랜드]의 음악이 너무 많이 나와서 그 감동은 빛이 좀 바랬지만...



케이타가 찍은 자신의 사진을 발견하고 료타가 흐느낌을 주체하지 못하는 그 씬에서 저도 같이 울기 시작했습니다. 료타의 입장에서 이야기가 전개되는 이야기이지만 저도 모르게 케이타의 외로움과 원망이 제 안에 고여있던 것일까요. 아마 료타도 자기에게 쉽사리 다가가지 못한 케이타의 그 마음을 사진에서 발견했던 것이겠지요. 아이의 마음이란 것은 어쩌면 인간의 가장 순수한 슬픔이자 기쁨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걸 아버지의 입장에서 가장 헤아리지 못했다는 것이 이 영화가 눈물을 일으킨 역설이면서, 보는 사람이 슬플 수 밖에 없는 책임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더군요. 



댓글을 보고 제가 이 영화를 빠트렸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전 이 영화를 재개봉했을 때 이동진 평론가의 GV가 있던 회차로 해서 봤었는데 웬걸~ 저는 홍콩영화에 대한 향수 같은 게 없어서 속으로는 좀 삐뚤어진 생각을 하며 보러갔었죠. 그래, 어디 얼마나 대단하신 작품이길래 이렇게 떠들어대는지 한번 보자! 그리고 이상할 정도로 영화에 감화되어버렸습니다. 송자호가 트렌치 코트를 입고 경찰인 동생을 보러 가서 서로 투닥대는 장면에서부터 이상하게 눈물샘이 촉촉해져버리더니, 출소한 후 비루해진 자호가 마크를 재회하는 씬에서는 정말 울음을 터트렸습니다. 저는 이 영화가 어떻게 이 정도의 설득력을 가지고 있는지 아직도 이해를 하지도 못합니다. 인물들의 관계는 뻔한데다 무협지 세계관이고, 음악을 비롯한 감정표현들은 시종일관 과잉이고, 대사는 가끔씩 선언적입니다. 그렇지만 이 영화의 의협심과 그 밑에 깔린 그 다정함을 전부 이해해버린다는 게 이상합니다. 마크가 돌아오는 씬에서 눈물을 참을 수 있는 사람은 정말 몇안될 것이고, 이 영화를 보고 난 후에 당년정을 들으며 마음이 일렁이지 않을 수 있는 사람은 더 적을 거라고 저는 감히 생각합니다.


일단 이 정도가 떠오르네요. 그 외에 [인터스텔라]나 다른 유명한 영화들도 있는데 이상하게 그 영화들의 감흥은 지금은 좀 사라져버렸습니다. 제 눈물의 키워드는 아무래도 '아이'와 '헐리우드'인 것 같네요. 최근 들어서는 눈물이 나기보다 눈물조차 나오지 않는 그런 영화들이 더 좋아서 그런지 해픈 눈물을 잘 단속 중입니다 ㅋㅋ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7069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5625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5525
120667 프레임드 #150 [11] Lunagazer 2022.08.08 239
120666 보는 웹툰들 [1] catgotmy 2022.08.08 338
120665 [왓챠바낭] 어쩌다 보니 무척 삐딱하게 봐 버린 '애프터 양' 잡담 [18] 로이배티 2022.08.08 1025
120664 살아가며 좋아서 벅찬 사람들 sent&rara 2022.08.07 529
120663 Clu Gulager 1928 - 2022 R.I.P. 조성용 2022.08.07 176
120662 작별인사 [2] 예상수 2022.08.07 621
120661 [디즈니플러스]에도 괜찮은 호러가 조금은 있군요. '나이트 하우스' 잡담 [10] 로이배티 2022.08.07 682
120660 하나의 중국 대만은 중국인가 catgotmy 2022.08.07 335
120659 프레임드 #149 재밌는 우연 [6] Lunagazer 2022.08.07 364
120658 한국 사회는 생각보다 팍팍한 것 같습니다 [4] catgotmy 2022.08.07 892
120657 산책 잡담...가산디지털단지 [1] 안유미 2022.08.07 580
120656 시리즈 결말이 불안한 베터 콜 사울 [4] theforce 2022.08.07 544
120655 한산 후기(스포주의) [3] 메피스토 2022.08.06 644
120654 [디즈니플러스] 으아니 프레데터에 PC와 페미가 묻다니!! - '프레이' 잡담입니다 [27] 로이배티 2022.08.06 1178
120653 택시, 기차, 잠수함 ㅎㅎ [12] thoma 2022.08.06 552
120652 프레임드 #148 과 충격! 경악!의 뉴스 [12] Lunagazer 2022.08.06 416
120651 [넷플릭스] 카터, (스포일러 포함) 기대치를 낮춰야 했...... [4] S.S.S. 2022.08.06 619
120650 카터를 보고..<당근스포> [1] 라인하르트012 2022.08.06 447
120649 [영화바낭] 어쩌다 보니 레베카 홀, '더 기프트'와 '타운' 잡담입니다 [13] 로이배티 2022.08.06 487
120648 [KBS1 독립영화관] 기기괴괴 단편선 [4] underground 2022.08.05 32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