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7.25 14:04
씨씨는 인플루언서입니다. 인스타그램에서 라이프 스타일과 인생 조언을 파는 사람이지요. 전자야
제가 알 바 아닙니다. 하지만 씨씨는 절대로 남에게 충고 같은 걸 해서는 안 되는 사람이에요.
심각하게 망가진 사람이고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우린 그걸 알 수 있습니다. 아니, 시작 전에도
알 수 있어요. 한나 발로와 케인 세인즈의 [씨씨]는 슬래셔 영화로 분류되어 있거든요.
영화는 씨씨가 어린 시절 단짝 친구 엠마를 우연히 만나면서 시작됩니다. 프랜이라는
여자친구와 약혼한 엠마는 씨씨를 파티에 초대해요. 그런데 그 파티를 연 집 주인이
바로 씨씨의 어린 시절 앙숙이었던 알렉스였던 거죠. 씨씨는 어떻게든 이 난처한
상황에서 빠져나오려 하지만 상황은 점점 끔찍해져갑니다.
거의 향수가 돋을 정도로 80년대스러운 호러 영화입니다. 고어 효과 분장 같은
건 특히 그렇고요. 뻔뻔스러울 정도로 라텍스 분장과 특수 효과인데, 그게
오히려 작품 전체의 분위기와 어울리는 그림을 상상하시면 되겠습니다. 영화는
대놓고 코미디이기도 하니까요.
단지 일반적인 슬래셔 영화와는 달리, [씨씨]는 전적으로 살인자에게 몰입하고
있고 살인 동기를 살인 자체보다 더 깊게 다루고 있습니다. 씨씨는 심각한
학교 폭력의 가해자이고 피해자예요. 씨씨의 앙숙 알렉스도 그렇고요.
이미 어른이 된 사람들이 초등학생 시절의 상흔을 지우지 못하고 망가진
채 살아가고 있는 겁니다. 그 상태는 많이 징그럽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이에 공감할 수 없는 건 아니죠.
영화는 인터넷과 SNS 시대에 대한 풍자이기도 합니다. 특히 인스타그램에
자신의 이미지를 파는 행위가 얼마나 공허해질 수 있는지 보여주는 작품이지요.
이 소재와 주제의 현대성이 80년대식 슬래셔 어법과 재미있는 조화를
이루는 작품입니다. 그리고 씨씨 역의 아이샤 디는 양쪽 모두에 정말로
잘 어울리는 배우예요. 다른 작품들이 궁금해졌습니다. 일단 [볼드 타입]에
나온다고요.
(22/07/25)
★★★
기타등등
이번 부천영화제에서는 공동감독의 작품을 세 편이나 봤어요. 세 편 모두 감독 한 명 이상이 배우로 나왔고,
그 중 세 명이 퀴어 캐릭터를 연기했지요. 우연이었겠지만.
감독:
Hannah Barlow, Kane Senes,
배우:
Aisha Dee, Hannah Barlow, Emily De Margheriti, Daniel Monks, 하예린, Lucy Barrett, Shaun Martindale, Amelia Lule, April Blasdall, Camille Cumpston.
IMDb https://www.imdb.com/title/tt9602472/
Naver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aver?code=2184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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