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5년작입니다. 런닝타임은 95분. 스포일러는 없을 거구요.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이제 보니 이 포스터도 사기네요. 주인공에게 이런 간지 따위... ㅋㅋㅋㅋ)



 - 옥수수밭으로 기어들어가 처박힌 차 안에서 남3, 여1 조합의 4인조 젊은이가 깨어납니다. 나누는 대화를 보아하니 펑크 밴드이고. 여기저기 떠돌며 아무 술집이든 식당이든 가리지 않고 공연하며 팀과 생계를 유지하지만 차 기름값도 없어서 도둑질을 해야 할 정도로 힘들어요. 그 와중에도 애써 '우리가 돈 벌자고 이거 하는 거냐!'고 일갈할 정도로 아직 가오는 포기하지 않은 청춘들이지만 그래도 생각보다 큰 공연비를 준다는 장소 얘길 듣고 거절할 순 없죠. 그래봐야 한국돈 50만원 정도. ㅠㅜ

 문제는 그 장소에 도착해보니... 아무 것도 없는 깊은 산 속 공연장인데도 설비도 좋고 관객들도 많긴 한데, 이게 네오 나치 소굴이라는 겁니다. ㅋㅋ 그럼에도 우리의 펑크 스피릿 청춘들은 '나치 펑크 엿먹어!!!'라는 노래로 시작해서 성황리에 공연을 마치고, 황급히 그 곳을 빠져 나오려는 순간... 살인 사건 현장을 목격해 버리고, 주최측에 의해 문짝 하나 빼면 빠져 나갈 구멍도 없는 초록색 방구석에 감금됩니다. 이걸 어쩔까요.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이 멤버들로는 마지막 공연이 될 거라곤 알지 못한 채...)



 - 예전에 제가 이모겐 푸츠에 꽂혀서 출연 영화들을 뒤적거리고 있을 때 듀게 유저님 한 분이 추천해주셨던 영환데요. 볼 수 있는 곳이 없었어요. 그런데 엊그제 문득 제가 가입한 올레 요금제의 부가 서비스로 본의 아니게 구독 중인 '시즌'에 들어가 업뎃 영화들을 뒤적거리고 있는데 이게 눈에 띄더군요. 할렐루야! 이게 왠 떡이야 엉엉 하고 지난 1년간 시즌의 업뎃 목록을 살펴보니 음... 참 깨작깨작 쬐끔씩 업뎃합니다만, 그래도 다른 데서 서비스 안 하는 마이너 호러 영화들이 나름 꽤 올라왔더라구요. 아마도 국내 영화제 상영작들 위주인 것 같은데, 그동안 워낙 확실하게 무쓸모 서비스였기 때문에 이 정도가 어딘가! 하고 열심히 훑어보며 찜 버튼을 누르고 있습니다. ㅋㅋ 왓챠가 매각되네 마네 하는 흉흉한 시국에 조금은 위안이 되는 느낌!

 ...근데 이게 중요한 게 아니겠고.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결국 이 분 때문에 본 영화라는 말씀.)



 - 최대한 간단히 표현하자면 이 바닥에서 매우 흔한 장르, '지나가던 시골 깡촌 마을에서 괴인들에게 붙들렸어요 ㅠㅜ' 스토리에 해당하는 영화라고 하겠습니다. 다만 괴인이 아닌 걍 평범한 네오 나치(어쨌든 인간이니까요!)들이 빌런이고. 주인공들에겐 펑크 밴드라는 디테일이 붙어서 캐릭터 묘사와 스토리 전개에 영향을 주고요. 또 좁아 터진 '그린룸'과 공연장 건물을 배경으로 네오 나치와 주인공들이 벌이는 공성-수성전으로 액션에 아이디어와 긴장감을 추가합니다. 설명을 보면 아시겠지만 제작비 최대한 절약해서 만든 소품 영화겠죠.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짠!! 프로페서 Nazi 나가십니다. ㅋㅋㅋ)



 - 펑크 밴드 vs 네오 나치라니 뭔가 폭주하는 코미디 영화 같은 게 먼저 떠오르기 쉽지만, 아닙니다. 전혀 아니에요. 궁서체로 진지한 스릴러이고 또 상황 전개부터 캐릭터 성격, 배우들 연기까지 최대한 현실성을 목표로 해요. 왜 보면 현실성으로 긴장감을 증폭하는 류의 영화들 있잖아요. 이 영화가 딱 그런 경웁니다.


 그리고 그런 현실성 구현의 핵심을 맡고 계신 분이 바로... 우리의 자비에 교수님이십니다. ㅋㅋ 네오 나치 조직 보스를 맡으셨는데 이름이 무려 '미스터 달시'(...)인 이 분. 참 나쁜 놈이지만 동시에 아주 현실적으로 이성 & 합리적이세요. 그래서 와다다 방을 부수고 몰려들어가 주인공들을 도륙해버리는 장르적 쉬운 해결책을 거부하고 아군의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주인공들도 최대한 사고로 위장해 처리하겠다는 계획을 세우시죠. 덕택에 이야기에 현실성도 좀 생기면서, 결정적으로 일방적으로 꿈도 희망도 없는 상황에 몰린 주인공들에겐 어떻게든 살자고 몸부림을 쳐 볼 구멍이 생기는 겁니다.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이성적 합리적 인상의 네오 나치 선생님들... 은 아니고, 이쪽은 리더 말곤 다 잉여 취급입니다. 캐릭터 분간도 안 되는 그냥 악역들.)



 - 그리고 그런 빌런님의 캐릭터가 이런 장르 영화의 핵심인 피칠갑 액션과 스릴에 큰 보탬이 돼요. '도대체 어떻게 공략해 올 것인가'를 끊임 없이 궁금해하게 되고, 거기에 적절하게 어떤 아이디어들을 넣어서 쳐들어 오거든요. 또 그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선 주인공들도 머리를 써야 하니 그것도 관전 포인트가 되구요. 이렇게 뭔가 나름 머리를 쓰는 공방전이 쭉 이어진다는 것도 이 영화의 재미 포인트 중 하나였어요. 의외로 이런 장르 영화들 중에 이런 부분에 크게 신경쓴 경우가 별로 없죠.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이 영화의 가장 큰 교훈. 개를 조심합시다 여러분.)



 - 근데 또 이런 피칠갑 사지절단 스릴러에 현실성까지 강조한 것 치고는 영화가 은근히 따뜻(?)합니다.

 '국가 체제 따위 엿이나 먹어!!'라고 외치고 네오 나치들 앞에서 '나치 펑크 꺼져!!'라는 노랠 불러 제끼며 폼 잡던 애들이 현실 폭력에 노출되는 순간 바로 싹 다 벌벌 떤다... 라는 전개이니 당연히 좀 놀려볼만도 한데 그런 뉘앙스가 전혀 없어요. 어차피 곧 대부분 도륙되어나갈 캐릭터들이지만 각본은 이 캐릭터들에게 진지해요. 처음부터 성의 있게 구축해준 캐릭터들을 잘 드러내주면서 응원하는 맘을 심어주고, 결국 잔혹하게 퇴장 당할 때도 뭐랄까... 끝까지 존중하는 태도를 보여줍니다. 그래서 이런 류의 학살극치고는 보면서 꽤 이야기에 심적으로 이입을 하게 되더라구요. 그래서 우리 편이 하나씩 죽어나갈 때마다 기분도 좀 그렇고. 마지막 생존자들이 '밟으니 꿈틀!'을 시전할 때도 좀 더 기대감을 갖고 신나게 보게 되구요.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주인공과 희생자 1, 2, 3, 4... 같은 식이 아니라서 좋았습니다.)



 - 이미 했던 얘기지만 배우들 힘이 큽니다.

 피도 눈물도 없는 나치 팀에선 패트릭 스튜어트가, 우리 은근 갸륵한 밴드팀에선 안톤 옐친이 각각 대표를 맡아 각 그룹의 성격을 대변해주는데 둘 다 잘 했어요. 패트릭 스튜어트는 짬밥에 맞게 오버 액팅 없이 마치 선량한 지식인을 맡았을 때와 유사한 톤으로 연기하며 이성적, 하지만 위협적인 악당의 분위기를 잡아주고요. 안톤 옐친은 나사 하나 풀린 듯 하게 친근함을 풍기면서도 살아 남기 위해 처절하게 몸부림치는 보통의 호감형 젊은이 캐릭터를 잘 소화해서 보는 사람의 응원을 이끌어냅니다.

 그리고 우리의(??) 이모겐 푸츠님은... 이런 영화에 종종 나오는 '속을 알 수 없는 위험한 미녀' 역을 맡고 있습니다. 밴드 멤버는 아닌데 어쩌다 얽혀 버린 그런 경우인데요. 그냥 살짝 포인트가 되어주는 요소 정도에요. 뭔가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줄만한 역도 아니고 실제로도 그렇습니다만. 그래도 예쁘시니까 괜찮았습... (쿨럭;) 뭔가 살짝 아구가 안 맞는 느낌이 없지 않지만, 다 보고 나서 생각해보면 없는 것보단 있는 게 확실히 나았을 거란 느낌이라. ㅋㅋㅋ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옐친님은 참 좋은 배우였던 것입니다...)



 - 단점 내지는 호불호가 갈릴 부분이라면...

 고어가 나름 살짝 강합니다. 피칠갑도 많고 시각적으론 심하지 않아도 보기 피곤한 장면들도 적지 않아요. 하지만 일단 영화가 구태여 그걸 클로즈업해서 길게 보여주는 식은 아니어서 '깜놀!' 정도로 넘길 수 있어서 괜찮구요.

 액션의 클라이막스와 마무리가 분리되어 있어요. 그리고 그 사이에 살짝 텀이 있어서 마지막의 카타르시스가 살짝 약해진 감이 있습니다. 뭐 이야기 성격상 주인공들이 막 다수를 상대로 무쌍을 찍을 순 없는지라, 이런저런 개연성 확보 차원에서 이렇게 짠 것 같은데. 어쨌든 훌륭하게 이어지던 긴장감이 잠시나마 좀 이완되는 느낌은 있었다는 거.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주인공들 상태가 이래서 화려함은 없지만 나름 아기자기 잘 짜여진 액션입니다.)



 - 결론적으로 아주 잘 만든 스릴러입니다.

 이 장르에선 보기 드물게 희생자들에게 예우와 성의를 갖추며 그걸 이야기 몰입으로 잘 연결시키는 부분이 특히 좋았구요.

 개성있게 잘 만들어낸 빌런, 현실적이면서도 나름 아기자기(?)한 아이디어들로 채운 공방전의 액션, 뭣보다 초반부의 '별 일 없이 긴장감 만땅' 구간의 연출이 참 좋았네요.

 이쪽 장르물 좋아하는 분들에게 부담 없이 추천할만한 수작입니다만. 과연 듀게에 시즌 서비스를 쓰는 분이 얼마나 계실지가... ㅋㅋㅋ




 + 새삼 안톤 옐친의 명복을 빌어 봅니다. 너무 허망한 사고였죠.



 ++ 나치 펑크!!! 나치 펑크!!! 나치 펑크!!! fuck--- off!!!! 라는 노래가 매우 인상적인데요.



 찾아 보니 실제 밴드 '데드 케네디스'의 곡이었군요. 극중에서도 연주 후에 난데 없이 어그로 끌려 빡친 스킨헤드들에게 '이거 커버에요~' 라고 해명 합니다만. ㅋㅋ

 전 이 밴드는 이름만 들어보고 곡을 들어본 건 이게 처음이었어요.



 노래 시작 전에 시전하는 레드넥=나치라는 강렬한 어그로가 인상적입니다. ㄷㄷㄷ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7082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5629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5566
120720 버즈 라이트이어의 트레키적 세계관 [5] skelington 2022.08.16 388
120719 [넷플릭스] 아케인. 강추강추!! [11] S.S.S. 2022.08.16 590
120718 링 (1998) [2] catgotmy 2022.08.15 354
120717 [넷플릭스바낭] 닐 게이먼의 '샌드맨'을 다 봤네요 [6] 로이배티 2022.08.15 1218
120716 영화 두 편 잡담입니다. [8] thoma 2022.08.15 650
120715 금연 3개월, 탈중 9개월 [4] soboo 2022.08.15 755
120714 일본영화 추천 - 실종 [9] LadyBird 2022.08.15 749
120713 [공지] 신규 가입 인증 및 암호 변경 확인 이메일 발송 불능 [6] 엔시블 2022.08.15 627
120712 프레임드 #157 [4] Lunagazer 2022.08.15 145
120711 어떤 로마 팬 daviddain 2022.08.15 189
120710 이준석의 눈물즙무제한제공참말 사건 [7] Sonny 2022.08.14 1327
120709 혹시 인터뷰를 좀 부탁드려도 될까요? (사례금 있음) 한동안익명 2022.08.14 588
120708 프레임드 #156 [4] Lunagazer 2022.08.14 188
120707 간통죄와 홍상수 [1] catgotmy 2022.08.14 735
120706 기나긴 이별을 원서로 읽고 [1] catgotmy 2022.08.14 375
120705 [넷플릭스바낭] 듀게 호러팬분들의 시간을 아껴드립니다 - '학교괴담: 더 시리즈' [9] 로이배티 2022.08.14 1055
120704 카카오 페이지에 연재하던 글이 완결이 났습니다. [6] 스위트블랙 2022.08.13 669
120703 겟 스마트 (2008) catgotmy 2022.08.13 285
120702 신인 걸그룹 뉴진스 데뷔곡, Attention MV 메피스토 2022.08.13 460
120701 정신 나간게 뭔지 아니 가끔영화 2022.08.13 356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