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피니스트 : 마크 앙드레 르클렉(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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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고 많은 인간의 활동 중에 이해하기 어려운 것 중 하나이면서 동시에 관심이 자꾸 가는 게 뭐냐하면, 혼자 암벽이나 빙벽을 등반하는 것입니다. 

이 다큐는 캐나다인 프리 솔로 알피니스트 마크 앙드레 르클레르가 동의한 등반에 한해 2년간을 함께 다니며 찍은 피터 모르티머, 닉 로즌 두 사람의 공동 작업물이라고 합니다.

거의 혼자 다니던 마크는 재미있을 거란 생각에 찍기로 결정하고도 카메라가 등반 과정에 함께 하자 거북해했습니다. 암벽이나 빙벽을 오르는 과정이 온전히 혼자만의 겪음, 혼자만의 순수한 시간의 경험이어야 한다는 겁니다. 카메라나 카메라맨이 곁에 있게 되면 경험이 완전히 달라진다고 느낀답니다. 완전한 아마추어의 모습이었습니다. 그것을 원해서 즐긴다는 것만이 오로지 중요한 것입니다. 어떤 불순물도 섞이지 않은 생각을 지니고 있어요. 그래서 다큐팀에 알리지 않고 단독 등반을 하고 등반에 성공하면 카메라에 담기 위해 같은 산을 다시 등반하기도 합니다. 


어릴 때부터 정규 교육 과정에 적응을 못해 홈스쿨링과 병행하며 비교적 자유분방한 성장을 했다고 합니다. 자연 속에서 보내는 시간도 길었고요. 등반에 대한 관심을 가진 후엔 혼자 주변 산을 오르면서 기술을 익혔다고 해요. 다큐는 23세부터 25세까지의 마크를 보여 주는데 체력이나 기술이 정점에 이른 느낌입니다. 생활면에선 일정한 거처도 없고 60, 70년대 같으면 히피로 보이는 생활을 합니다. 겉보기엔 천진난만해 보입니다. 삶을 가볍게 대하는 것 같이 보이기도 하고요. 흔히 그러듯이 '좋아해서'라는 말로 저렇게 사는 것이 다 설명될 수 있나 싶기도 해요. 그런데 다큐가 진행되면서 산을 오르는 과정과 또 다시 오르는 과정, 거듭 거듭 오르는 과정을 보면 믿을 수 없을 만큼의 등반에 대한 애정과 끈기에 정신 차리고 보게 됩니다. 저렇게 젊은 사람이 저렇게 정신을 가다듬는 것에 감명을 받아요. 산을 오르는 이외의 장면에선 심각하거나 엄숙한 태도가 전혀 없거든요. 


제가 이런 프리 솔로 등반가를 이해하기 어려웠던 건 스스로를 위험에 내모는 것에 대한 반발감이 컸습니다. 어떤 불가피함, 이타적 목적 같은 것도 없이 말이죠. 그러면서도 자꾸 관심이 가는 것은 어떠한 공익과도 상관없이 죽음을 바로 발 밑에 느끼면서 도전하는 행위의 불가사의함, 인간의 이상함 자체에 매혹되기 때문인 것 같아요. 마크 앙드레 르클레르는 이런 양면적인 감정을 가장 깊이 들여다 보게 하는 순수한 인간이었습니다. 


사실 이 다큐를 선택한 건 멋진 산 풍광이 나오겠네, 눈 덮인 골짜기들이 시원한 느낌을 주겠지, 해서입니다. 기대했던 멋진 풍광, 눈과 얼음 다 나옵니다. 다 보고 눈에 남는 건 그것이 아니었지만요. 등반이나 사로잡힌 사람이나 시원한 풍광, 또는 순수한 얼굴에 관심 있으시면 보시면 좋겠습니다. 

아래는 맛보기로 사진 몇 장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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