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븐 뷰티스(1975, 스포일러)

2022.08.01 14:31

ally 조회 수:388

예전부터 리나 베르트뮬러 감독의 영화를 보고 싶었는데 마침 영상자료원에서 <세븐 뷰티스>의 복원판을 상영한다기에 갔습니다.


~전 영화 잡지에서 주인공인 지안카를로 지아니를 미남 배우로 꼽은 기억이 어렴풋한데 복원한 영상에서 보니 이 사람의 담녹색 눈동자가 죽이더구만요.


영화는 이 명배우가 연기하는 나폴리 청년의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보여줍니다. 이 사람은 별볼일 없이 허세만 쩌는 이탤리 마초인데, 못난 일곱 자매를 지키겠다고 보호자를 자처하는데서부터 한심함이 줄줄 흐릅니다. 무대에 서고 싶어하는 맏누이를 유혹한 포주를 얼결에 죽인 담에 제대로 처리 못해서 살인마로 낙인찍힌건 좀 안됬다 싶었더니, 주제에 있는척 하느라 경찰에 자기 범죄를 전부 자백하는 바람에 사형선고를 받을 위기에 놓이자, 살고 싶어서 정신 이상을 가장하고 정신병원으로 갑니다.


맘착한 여의사의 눈에 든 것은 좋았으나 동료 여환자를 강간하다 발각되어 전기충격치료를 받게 되고요. 이때가 마침 세계 2차 대전의 절정기라서 전과자/정신병자라도 사지멀쩡하면 군인노릇하라고 풀려나게 되네요. 위험하기 짝이 없는 러시아 전장으로 배정되는가 싶더니, 가는 길에 기차가 폭격을 받아서 탈영병이 됩니다. 하지만 피아노치는 반라의 독일미녀네 집에서 음식을 훔쳐 배를 채운 것도 잠시, 강제수용소에 끌려가서 하루하루 목숨을 부지하기도 어려운 신세가 됩니다.


그저 살겠다는 의지만 있는 이 버러지는 수용소를 지배하는 잔혹한 나치 여수용소장의 눈에 들고자 목숨을 건 유혹을 시작하는데….

 

나치 강제수용소에 갇힌 여자가 구차한 목숨을 구하려고 (핸섬하고 조금은 착한) 나치 장교를 유혹하는 이야기는 흔하지만, 남자가 (과체중에 정말 사디스트인) 여자 나치를 유혹하는 이야기를 본 건 첨입니다

주인공이 너무 한심한 놈이라 강제수용소에서 하루살이 목숨이 되도 별로 불쌍하지 않은데요. 그렇지만 이 사람이 위엄있게 죽지 못해서 살겠다고 발버둥치는 걸 보면 참 묘한 기분이 들기도 했습니다. 페르난도 레이가 이렇게 사느니 차라리 죽겠다는 인텔리 동료 병사역을 맡아서 더더욱 대조가 되고요.

 

평범한 이태리 남자의 입장에서 겪은 2차 세계대전 이야기라고 할 수도 있을 텐데요. 보통은 주인공이 이상적인 시각을 가진 착한 청년인데 전쟁의 참상을 겪으면서 타락하거나 파괴되는 이야기여야 하는데, 여기서는 원래 쓰잘데기 없는 한량인데 살겠다고 온갖 추잡한 짓을 하면서 목숨을 부지하는 내용이라 참 드문 경험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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