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8.11 16:05
- 2018. 93분. 스포일러는 없습니다.
(한글 제목만 보고선 'Ace' 그레이드일 줄...)
- 한 소녀의 유튜브 영상으로 시작합니다. 찐따에서 벗어나 멋진 나님이 되는 법에 대해 뭐라뭐라 열심히 말씀하시는데... 말하는 폼을 보면 바로 알 수 있죠. 아, 얘 지금 자기도 못 하는 얘길 떠들고 있구나. ㅋㅋㅋ
어차피 또 반복되는 흔한 설정이니 다른 건 생략하고, 우리 주인공 케일라는 어려서 엄마를 사별하고 아빠랑 둘이 살구요. 안 예쁘구요. 학교에든 동네에든 친구 단 한 명도 없구요. 핵인싸가 되고 싶지만 자신감도 없고 그쪽도 당연히 얘를 피하구요. 결국 sns에 집착하며 하루 종일 폰만 붙들고 인스타에 하트 도배하고 있는 가련한 청소년입니다. 그리고 딱히 특별한 중심 사건 없이 요 딱한 녀석의 뒤를 쭉 따라가며 졸업까지 가는 게 영화의 내용이에요.
(청춘 성장물답지 않게 아빠님이 시종일관 참 해맑고 귀여우셔서 시선을 끄시더라구요.)
- 청소년 성장물 치곤 나이 설정이 특이합니다. 제목 그대로 8학년. 고등학교 입학 직전의 중학생이에요. 모두가 집착하는 고딩 시절, 그만큼은 아니어도 종종 보게 되는 초딩 시절을 피해서 나름 흔치 않은 지점을 선택해서 파는 영화인 거죠. 그래서 아마도 미국 10대들이 더 이입하며 볼 수 있는 영화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저는 그게... 청소년기 방황은 만국 공통이라지만 특정 지점에 겪는 일들은 나라마다, 문화마다 다르고. 그나마 우리가 강제로 익숙해져 버린 고딩 시절은 그럭저럭 머리로라도 대충 아는데 이 시절의 미쿡 버전은 시청각 자료가 부족해서 잘 모르겠더라구요. 그래도 보다보면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하는 이야기들과는 분명히 다르고, '아 미국 애들은 중딩 때 주로 이런 고민 하는구나'라는 느낌 정도는 충분히 들긴 하지만요.
(중딩이다 보니 골 빈 섹시 미남도 피지컬이 아직 좀 모자랍니다. ㅋㅋㅋ)
- 괴앵장히 현실적입니다. 일단 중학교가 배경이라 그런 것도 있어요. 여왕벌, 운동하는 골 빈 미남, 비교적 성격 좋은 너드 등등 뭐 나올 건 다 나오지만 다들 아직 어리다 보니 어설퍼요. 그러다보니 자연히 이야기도 덜 자극적으로 흘러가고 그래서 리얼한 느낌이 드는 거죠. 다행히도 그 덕에 우리의 주인공 케일라가 당하는 수난이나 망신들도 수위가 낮은 편입니다. 충분히 짠하고 충분히 민망하지만 보면서 그렇게 막 스트레스가 올 정돈 아니라는 거.
(요즘 대체 누가 페북을 해요? 라는 대사가 나옵니다. 한국의 아저씨들은 4년이 흐른 지금도 열심히 하는데요. 하하.)
- 그리고 우리의 주인공 케일라는 어떤 애냐면... 아직 자기 주관이 형성되지 않은 앱니다. 그래서 인기 많은 애들을 훔쳐보며 따라하고 싶어하고, 어떻게든 어울려 보려 노력하고, 현실에서 그게 안 되니 유튜브와 인스타 세상에 집착하죠. 아빠랑 밥 먹으면서도 이어폰 끼고 핸드폰만 들여다보는 그런 애에요. 폰을 확 빼앗아서 던져 버려야 그런데 생각해보면 의외로 성장물에 이런 주인공이 그리 흔치 않습니다? 요 몇년간 봤던 평 좋았던 성장물들을 보면 주인공이 아직 덜 자랐을 지언정 자기 주관은 확실하거나, 아님 학교 주류 문화에 대해 반항적이거나 그렇거든요. 그래서 나름 레어한 주인공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더 연민을 갖게 되고 더 이입하게 되는 게 있어요. 사실 그렇다보니 영화 속에서 벌어지는 사건은 별 거 아니어도 지켜보기 좀 피곤하긴 합니다. 애를 물가에 내 놓은 부모 심정이랄까요. ㅋㅋㅋㅋ
(제 딴엔 핵인싸들에게 적극적으로 접근 중입니다만.)
(뭐 이렇습니다.)
- 대략 이런 이야기에 늘 나오는 사건들이 다 나와요. 허우대만 멀쩡한 찌질이한테 반해서 무리수를 던지며 들이대 본다거나, 핵인싸 여자애들과 어울리고 싶어서 수줍게 접근해 본다거나, 어른스런 친구들을 사귀어서 어울리다가 곤경을 겪기도 하고 또 그러다 비슷한 류의 너드 친구도 만나구요. 그리고 이 모든 이야기들이 거의 다 현실적으로 나쁜 방향(...)으로 끝나죠. 클라이막스에 달할 때까지 주인공에게 좋은 일이란 별로 일어나지 않는다고 보시면 됩니다.
다만 위에서 말 했듯 이런 게 다 소소한 스케일로 진행이 되구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주인공의 탁월한 모자람 때문에 보는 사람은 내내 조마조마하구요. 그러다가 좀 의외의 클라이막스를 맞습니다. 그게 뭐냐면...
(친구가 없는 자의 뒷모습.)
- 성장물로서 이 영화의 특이한 점 또 하나가 뭐냐면 주인공에게 '베프'가 없다는 거거든요. 베스트 프렌드도 없고 로맨스도 없어요. 사실 그래서 좀 더 현실적이기도 하죠. 베스트 프렌드를 떡하니 곁에 두고도 고독한 아웃사이더인 척하는 성장물 주인공들 얼마나 많습니까. ㅋㅋㅋ
그래서 이 영화의 클라이막스를 맡아주는 건 주인공의 아빠에요. 사실 클라이막스라고 해도 별 거 아니고, 걍 영화 내내 겪었던 소소한 좌절들이 적립되어 어떤 사건을 계기로 주인공의 감정이 터지고. 그 순간에 곁에 있어주는 게 아빠였다... 이게 다거든요.
이 때 아빠가 주인공에게 들려주는 말들이 뭐랄까, 참 너무나도 당연한 부모로서 할 말들인데 그게 은근히 심금을 울립니다. 그리고 생각해보면 이렇게 당연한 말을 들려주는 부모를 우리가 영화에서 그리 자주 보지 못하죠. 특히 성장물에서는요. 게다가 계속 말하지만 이 영화는 좀 어린 주인공의 이야기잖아요. 그래서 참 당연하고도 좋은 클라이막스였던 것 같아요. 가끔은 부모들도 성장물에서 본인 밥값 하는 모습 보여줘야죠. 맨날 친구들 덕, 현실에 있을 리가 없는 환따스띡한 선생 덕, 혹은 그냥 주인공 본인 스스로 덕, 이래서야 되겠습니까. ㅋㅋ
(어쩐지 초장부터 존재감 뿜뿜하시더라니. 당당하게 클라이막스를 장식해 주시네요.)
- 암튼 이걸 뭐라 해야 하나...
이야기 자체는 별로 특이할 것도 신선할 것도 없습니다. 오히려 극단의 평범함을 추구하는 영화구요.
다만 자아 정체성이 형성이 안 된 어린 주인공, 중학교라는 흔히 보기 어려운 배경 같은 부분들에서 뭔가 차별화가 되면서 더 이입시켜주는 포인트가 있구요.
결과적으로 어지간한 현실적st. 성장물들은 다 환타지물로 만들어 버리는 참으로 사실적인 성장극이었습니다. 이런 장르에서 대부분 존재감 없이 사라지는 '어른의 역할'을 강조하는 마무리도 그런 연장선상이었겠죠.
암튼 사연이 이렇다 보니 영화가 막 되게 재밌진 않거든요. 그래도 성장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꼭 한 번 보실만한 수작이었어요. 잘 봤습니다.
+ 이렇게 글을 적고 나서 보니 뭔가 오해가 있을 것 같아서. 장르는 코미디 맞고 웃기는 장면들도 꽤 나옵니다. 당연히 속 편이 웃을 수 있는 장면은 그리 많지 않지만요. ㅋㅋㅋ
++ 초반의 음악 사용이 재밌었습니다. 전형적인 옛날식 상쾌발랄 청춘물 스타일 음악이 막 나오는데... 알고 보니 그게 주인공이 이어폰으로 듣는 노래였다 뭐 이런 식이에요. 주인공의 핸드폰 속 세상으로 현실 도피!! 처지를 잘 보여준 느낌. sns에 대한 집착 같은 것도 과장 없이 자연스럽게, 하지만 충분히 중독된(...) 모습으로 잘 보여준 것 같구요.
+++ 이런 영화들이 늘 그렇듯이 우리의 안 예쁜 주인공을 맡은 배우님께선
평소에 이렇습니다. ㅋㅋㅋ 그냥 영화 보면서도 딱 보여요. 일부러 살 찌웠구나, 피부 트러블 분장도 하고 메이크업도 일부러 안 하고 나오고...
이거 소비자 기만 아닙니까!! ㅋㅋ
이게 나름 요즘 사진 같은데. '배리'를 봤는데도 이 캐릭터는 기억이 안 나네요. 제가 못 본 시즌인가!!?
2022.08.11 16:50
2022.08.11 18:07
학교에서 보면 정말 3년 동안 베프라고 할만한 친구 하나 못 만들어 보고 졸업하는 애들이 수두룩해서요. 그러니 영화에서 (주연 배우 덕에) 잘 생기고 예쁜 데다가 베프 + 함께 다닐 그룹까지 있는 애들이 아웃사이더 놀이하는 걸 보면 사실 깊이 공감이 안 됩니다. ㅋㅋㅋ
감독 성별은 생각 안 해봤는데 그렇네요. 본인이 주인공 입장 경험해보긴 힘들었을 텐데. 근데 또 생각해 보면 그 덕에 마지막에 드물게 감동적인 아빠 연설이 가능하지 않았나 싶기도 하구요. 감독 이름으로 검색해보니 넷플릭스에 '보 번햄: 못 나가서 만든 쇼'라는 게 있는데 언젠가 이거라도 한 번 볼까봐요. 하하. 주인공 엘시 피셔 연기 좋았죠. 앞으로의 활동도 기대가 됩니다. 이미 나온지 4년 된 영화를 본 거지만요(...)
2022.08.11 19:42
저런 좋은 아빠를 두고도 외로움을 느낄 수 있죠. 암요 그나이때는.. 쟈는 엄마가 없어서 제가 초큼 감정이입이 덜되지만(저는 별로 이상적이진 않은 부모님을 두었지만 또 지금 생각해보니 그들은 나름대로는 제게 최선을 다한듯)
청소년기 소년의 뇌가 어떤 목소리에 반응하는지 뇌파검사를 했다는 연구결과를 본적 있는데 엄마 목소리에는 아무 반응 없다가 엄마목소리(아빠목소리도 추가?) 아닌 목소리에만 반응했다는
2022.08.11 20:22
평생 듣는 목소리라 익숙해서 그런 거겠죠. ㅋㅋㅋ 좋게 생각하는 걸로!!
2022.08.11 20:24
상당히 현실적인 청소년 성장물인가보군요. 제가 좋아하는 소재와 이야기이고 마침 왓챠에 있으니 꼭 보아야겠어요 ㅎㅎ 미모는 감출수없으니 체형을 바꾸어 연기한 모양이네요. 매번 잘나고 멋진 분들이 아싸역하는 걸 보면서 조금 그랬는데 무척 기대됩니다.
주연맡은 엘시 피셔는 어쩐지 조디 코머가 연상되는 분이네요. 검색해보니 레이징호프(아래 리뷰하신 매스의 마사플림튼이 젊은 할머니로 나옵니다 ㅎㅎ)에 나오셨다고?? 그렇다면 아역시절을 제가 보았다는 이야기군요.
배리에는 3시즌에 나오나봐요. 모처럼 생각나서 검색해봤더니 볼 수 있는 곳이 없군요. 웨이브에서는 HBO대숙청의 날에 떨어져나간 모양이에요. ㅜㅜ
2022.08.11 21:31
막 심각하고 살벌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막 나이브한 것도 아니고. 정말 문자 그대로 평범한 미쿡 중딩 소녀의 평범하게 빡센 인생을 보는 기분이었습니다. 뭐 별 거 아닌 것 같은데 다 보고 나서 돌이켜 보니 '이거 되게 msg 없이 리얼하구나' 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ㅋㅋ
음? 그나마 있던 웨이브에서 나가리가 난 건가요. 그럼 먼 훗날 언젠가 iptv에서 집어가든가, hbo가 공식 런칭하든가 하기 전엔 시즌 3은 볼 길이 없어진 거네요. 왜죠. ㅠㅜ 그리고 이제 웨이브 컨텐츠 날아갔어요? 그럼 웨이브를 다시 살릴 이유가 거의 없어지는데.... 허허. 아쉽네요.
2022.08.11 21:16
2022.08.11 21:34
그런 거 있잖아요. 사실 전 저 시절에 저거 비슷한 짓 하나도 해 본 적이 없지만 어쩐지 저 느낌 알 것 같이 수치스러운. ㅋㅋㅋ 주인공이 뭐 특별히 대단하게 튀는 행동을 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더 부끄럽습니다. 하하.
맞아요. 그리고 뭔가 영화 속에 나오는 부모들이 워낙 부모 노릇 제대로 하는 꼴을 보기 힘들다 보니 더 감동적이었던 것 같기도 하구요. ㅋㅋ 주노는 분명 아주 재밌게 봤는데 이제사 떠오르는 건 (구) 엘렌 페이지의 깜찍 발랄함 뿐이네요. 언젠가 다시 볼 기회가 생기면 봐야할 듯요. 하하.
베스트 프렌드를 떡하니 곁에 두고도 고독한 아웃사이더인 척하는 성장물 주인공들 <- ㅋㅋㅋㅋㅋㅋㅋ 진짜 생각해보니 맞네요. 베프 하나라도 있는게 어디인데 물론 기본적으로 이런 주인공들은 베프하고 또 너드같은 친구랑 한 세명 정도 그룹이고 학교 인싸들 그룹에 끼지 못해서 아웃사이더라는 설정인 것들이 많지만요 ㅎ
영화 페스티발 서킷에서 공개됐을 때부터 입소문이 상당하길래 또 성장물 좋아라하는 제가 무척 기다렸었고 그만큼 실망을 안겨주지 않았던 작품으로 기억해요. 말씀대로 이거랑 비교하면 그동안 현실적이라는 소리를 듣던 다른 성장영화들도 매우 영화적으로 과장된 사건들을 겪는다는 느낌이 들죠. 역시나 디테일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정말 딱 그 나이에 저렇게 행동하고 말 할 것 같은 아이들을 그렇게 그려놨죠. 각본쓰고 연출한 사람이 남자라서 좀 놀랐어요. 리서치를 어떻게 했길래... 좀 찾아보니 보 번햄이라는 이 사람은 원래 유튜버/코미디언으로 유명했다고 하더라구요. 최근엔 배우로 자주 활동하고 있고 프라미싱 영 우먼에서 캐리 멀리건과 롬콤(..)을 찍기도 했죠.
주인공이 어설프게 인싸그룹에 끼려고 하고 좋아하던 남자애에게 접근하려는 시도들도 너무 현실적이라서 막 엄청 대망신은 아닌데 보면서 제가 괜히 화끈거리더군요. 하지만 그런 일들을 겪고 마지막에 또 자기만의 그런 어설프지만 진심이 느껴지는 표현을 하는 모습에서 감동도 느껴지고 이게 성장이구나 했죠. 아빠 캐릭터는 처음 저녁식사 씬부터 엄청나게 호감이었어요 ㅎ 친근한 아빠 캐릭터가 후반부 쯤에 감동적인 연설 해주고 이런 연출은 나름 클리셰인데 이 작품만큼 와닿았던 적이 그렇게 많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주연배우 엘시 피셔는 이 작품 전에는 애니메이션 슈퍼 배드 시리즈 목소리 연기로 유명했던 것 같더군요. 보면서 한 번 꼬옥 안아주고 싶다는 맘이 절로 드는 연기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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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 레드카펫에서 이런 스타일을 추구하나봐요. 꽤 멋지게 소화하는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