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두 편 잡담입니다.

2022.08.15 16:56

thoma 조회 수:650

이번에도 전체적인 균형이라곤 없는 소소한 잡담이에요. 

베스트 오퍼(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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왓챠에서 봤어요. 쥬세페 토르나토레 감독. (사전 정보 없이 보는 게 좋습니다. 상세 정보는 없지만 그래도 안 보신 분들은 피하시는 것이. )

제프리 러쉬가 미술품 경매사로 나옵니다. 저는 이 영화가 특정한 그림과 관련된 미스터리인가, 위에 안고 있는 여인이 알고 보니 딸이었다, 뭐 이런 반전의 내용인가 막연히 생각했었는데 내용은 전혀 그게 아니네요.  

올드먼(제프리 러쉬)이 수십 장의 아름다운 스웨이드 장갑을 수납장에 두고 매일 하나씩 꺼내 끼는 장면에서 살짝 설렜습니다. 남의 몸이 닿는 것을 싫어하고 결벽증 경향이 있는 이 인물이 유일하게 사랑하는 것은 그림 속의 여인들입니다. 여성의 초상화를 일생 수집해 왔어요. 

저는 이 영화가 마음에 많이 다가오진 않았습니다. 최고의 경매사이며 예술품 감정가로서 명성과 돈은 기본이고 자신이 원하는 그림들을 편법을 동원해 소유할 수 있고, 일과 후 조용한 시간엔 사랑하는 그림들과 예술적 교감에 잠길 수 있는 인생에 어떤 부족함이 있을 수 있을까요. 날짜에 살짝 착각이 있었지만(그게 뭐 큰일이라고?) 생일엔 단골 최고급 식당에서 케잌을 내오면서 축하해 주는 걸요. 

올드먼이 그 나이에, 이제 와서, 살아 있는 인간의 온기가 그리 중요한 걸까? 저 극한의 예술품들을 두고, 단순화시켜 말하면, 오래 가지 않는 젊은 여성의 외모에 그렇게 빠져든다는 것에 실망스러웠달까요. 물론 과정이 그리 단순하진 않습니다. 사건의 진행 과정에는 올드먼을 속속들이 잘 알고 있는 인물들의 교묘한 기술과 장치들이 들어가 있습니다. 무엇보다 자기 확신에 자기가 속는 측면이 있어요. 하지만 독선적이고 우아한 독신의 꿋꿋함, 그 아름다움을 그리 쉽게 포기하는 것을 보면서 올드먼이 보여줬던 앞 부분의 잘난척에 속은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그래봤자 순진한 노총각이었을 뿐?

제가 좋아하고 안 하고를 떠나 영화에서 말하고자 하는 주제의 측면에서 보면 마무리는 희망적인 것 같았어요. 그리고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저의 호오보다 훨씬 깊이 있는 것일 수도 있고요. 재미있게 보실 분들도 많을 겁니다. 스포일러를 조심하니 막연한 말의 연속입니다. 

이 영화같은 상황이 전개 될 때면 남녀를 바꾸어 상상해 보곤 하는데 그렇게 하면 내가 느낀 것에 대한 이해가 좀 더 되기도 합니다.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One Cut of the Dead,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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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에서 봤어요. 우에다 신이치로 감독.

영화 삼분의 일이 지나고 자막이 올라가자 많은 분들이 그랬을 성싶은데 전체 분량을 확인했습니다. '이게 뭐야, 재미도 없고 어설퍼'라면서요. 아무 사전 지식 없이 보았으니까요. 그리고 계속 이어지는 화면을 보면서 배를 잡고 웃게 된. 모처럼 영화 보면서 많이 웃었습니다. 

앞 부분은 실시간 생방송으로 진행된 걸로 설정된 원 컷 '좀비영화를 찍는 영화'고요 뒷 부분은 이 영화를 준비하는 과정 그리고 촬영하는 과정으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영화인들이 온갖 개인사와 돌출 사건들 속에서 다들 최선을 다하는 것에 애정이 가도록 만들어졌네요. 특히 처음에는 유약해 보였던 감독겸 감독역 배우님의 뒤끝 있는 카리스마! 인상적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아이디어가 참신하고 각본이 참 세심하고 촘촘합니다. 욕심없이 착실하게 그 아이디어를 최대한으로 살려낸 느낌입니다. 

듀게에서 제가 제일 늦게 본 건 아닌가 추측해 보는데 혹 안 보신분들 있으시면 추천드립니다. 영화에 대한 애정이 듬뿍 담긴 사랑스럽고 웃긴 영화였습니다. 

이런 영화 좋아요. 웃긴 영화 또 보고 싶습니다. 추천추천 부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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