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후

2022.08.22 15:41

혼돈의카오스 조회 수:580

이후의 흐름에 대해 궁금해 하실 분들이 많지는 않겠지만... ...

그래도 뭔가 내 안의 이 뜨거운 울혈같은 떨림을 토해내고 싶어서 후속글을 올립니다. 


제 예상과 전혀 다른 전개로, 내심 포기했던 그 심화학습을 결국 진행하기로 했구요(상대방에서 오히려 기다리고 있었음), 지난 주말에 처음으로 시작했습니다. 

물론 건전한 목적이 분명한 만남이긴 하지만, 어쨌든 단독으로 진행된 첫 수업이라 서로 많이 긴장되고 조심하느라 사무적인 얘기만 오가는 초반의 무드 이후에 아주 조금씩 

서로의 얘기를 하는 상황이 되었고요(물론 아직은 사적인 대화가 아닌, 배움에 대한 것을 전제로 한 각자의 이야기) 그렇게 얼음깨기는 성공했습니다.


그럼에도 지금 서로간에 배움말고 뭘 어떻게 하자는 구체적인 싸인이나 확약이 있는 건 아니라서, 저는 최대한 절제하고 배움이 끝나기 무섭게 각자의 길로 가는게 맞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방어적인  제 마음이 상대에게 읽혔는지 조금 더 얘기하자는 상대방의 제안에도 배움 이외에 어떤 공간이든 둘이 있기는 어색하고 뭔가 이러면 안 될 것 같아 조심스러워,  

아직 마스크를 내리고 얼굴을 다 보일 만한 사이는 아니라는 생각  때문에, 그 더운날 아이스커피를 테이크아웃 해서 얼음이 줄줄 녹도록 길에 서서 얘기를 나눴습니다.


너무나 덥고 쨍했던 여름 햇볕 아래 그분 또래의 청춘들이 넘쳐나던 그 거리에서, 혹시라도 주접으로 보이지 않기 위해 사무적인 용건만 말하고 자꾸 컷하는 저와 달리, 

저를 빤히 쳐다보며 좀 더 시간을 끌고 싶어하는 상대방의 무드가 느껴질 때마다, 오가는 숱한 행인들에 부딪힐까 저를 에스코트 하느라 저에게 손을 뻗지만 제 몸에 차마 

터치하지 못하는 제스처를 볼 때마다 뇌와 심장에서 식은땀이 뻘뻘 났지만, 표내지 않으려고 얼마나 애를 썼는지 아직도 얼굴의 근육이 바르르 떨리는 것 같아요.


결론은 저에 대한 관심이나 호감이 저만의 뇌내망상이 아니었다는 점,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이 저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다는 점,

그리고 저 이상으로 어렵고 조심스럽게 접근하고자 하는 마음이 확실히 읽혔다고나 할까요...  


그리고 다음날 소그룹 수업에서, 제가 이날평생 살면서 남자사람에게 단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던 말.

사실은 누가 감히 저에게 입도 뻥끗 못했던 그 말을 기어이 듣고야 말았네요. 저만 알아듣도록 세상 낮고 스윗하게.


귀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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