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엔 역시 방화죠.

2022.09.10 13:56

thoma 조회 수:532

모가디슈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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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승완 감독의 영화는 저에게 새롭다 한국 영화, 라는 이미지로 다가왔다가 점점 방화의 이미지로 멀어져서, 최근의 '군함도'와 '모가디슈'는 보려는 노력없이 흘려 보냈던 것 같습니다. 왜 그렇게 느끼나 조금 생각해 보았습니다. 

초기에는 본인이 완전히 장악하고 있는 듯 보였던 소재와 홍콩 영화 영향이라는 재치 있는 전개와 편집이 저같이 다양한 영화 경험이 없는 관객에겐 무척 새롭게 보였어요. 그런데 시간이 가면서 규모를 키우고 대중적인 이야기의 옷을 입히자 본인의 한 축인 한국 남자의 보수적 경험 같은 것이 자꾸 드러나 보였어요. 감독의 장기로 우리 사회에 고인 장애물 덩어리들을 찔러 다수 관객에게 후련함을 주며 소통하는 일은, 동시에 드러낼 필요가 없는 과거 지향적인 가치들을 편하게 드러내게 되는 일종의 빌미가 되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다수와 소통' 한다는 건 그런 양면성이 있는 것 같아요. 변화하기 힘들면 감추기라도 해야 하는데 그런 감수성이나 자기검열이 부족한 거 아닌가 싶은 겁니다. 나이 먹어 가는 우리 모두에 해당되지요. 아마도 류승완 감독 개인에 대한 기대 수준이 높아서 생긴 불만일지도 모릅니다.

이번에 본 '모가디슈' 경우에도 적잖은 방화의 기운이 느껴졌지만 영화는 이전의 '부당거래, 베테랑' 보다 훨씬 만족스러웠습니다. 소말리아에 내란이 일어나서 생존과 탈출 문제에 직면하여 한 장소에 모인 남북한 사람들,이라는 이야기만큼 특유의 한국스러움이 자연스레 포함되어도 되는 소재는 드물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남북한 대표 인물들의 구성이 둘 씩 대립적으로 짜맞춰진 점이나 피해에 비하면 너무 긴 총알세례 장면에서 작위가 느껴졌지만 뒤에 찾아보니 총알세례 장면은 사실이 그러했고, 실제로 차를 책이나 모래 주머니로 뒤덮었을 것이라고 저 혼자 지레짐작했던 부분은 그냥 아이디어였다고 합니다. 영화보다 더한 현실이 영화적 설득력을 갖기 위해 잘리고 더해지는 과정이 있었던 것입니다. 김윤석의 연기는 역시 믿음직스럽고 특히 허준호가 참 좋은 연기자가 되셨네, 했습니다.

언급한 적잖은 방화의 기운들도 납득 가능한 수준에서 줄타기를 잘 한 것 같았어요. 전체적으로 제작진의 흠잡을 데 없는 수준을 느꼈고 진두 지휘한 류승완 감독의 역량도 다음 영화를 다시금 기대하게 만들었습니다.

게시판에서 남북한 이야기에 초점 맞추다 보니 소말리아 현실에 대한 배려나 반영이 부족한 점이 있다, 또 소년병 장면은 편견을 강화시킨다는 점에서 굳이 필요했겠는가 아쉽다는 글을 보았습니다. 이 영화에서 아쉬움으로 남길 수 있는 생각거리일 거 같습니다. 소년병 장면은 특히 좀 길게 잡고 있었는데 감독에 의하면 소년병은 아프리카 나라들의 내전 상황의 비극성을 보여 주는 가장 심각한 문제라 생각한답니다. 이 현실을 없는 척하고 안 넣을 수 없었던 모양인데 우리 진영 사람들의 공포심을 극대화하는데 이용하고 그쳐 아쉬움은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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