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1년작입니다. 런닝타임은 87분. 스포일러는 없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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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를 버리고 아예 새로 지으려면 최소한 한글로 짓든가. 'Bull' 이 '맨 프롬 헬'로 바뀌는 건 아무래도 별로...)



 - 남자 셋이 들판에 뭘 묻고 떠나는 모습을 간략히 보여준 후, 장면을 건너 뛰어 바로 한 남자가 차를 타고 어딜 가서 다짜고짜 총질해서 사람을 죽여요. 이 부지런한 남자는 바로 또 이동해서 사람 둘을 죽이고요. 그리고 또... 이렇게 매우 단도직입적인 스타트를 보여줍니다.

 그 남자의 이름은 포스터에 적혀 있는 그 이름이에요. '불'. 10년 전에 한 무리의 사람들에게 뭔가 매우 몹쓸 짓을 당했고 그래서 그 사람들은 모두 주인공이 그 때 죽었다고 확신하고 있죠. 근데 10년이나 지나서 쌩뚱맞게 아주 멀쩡한 모습으로 나타나선 그 사람들에게 복수를 하고 있는 겁니다. 그것도 그냥 자비심이 없어요. 다 죽이는데 너무 확실해서 사실 이 놈이 악당 아냐? 라는 생각이 들 정도죠. 영화는 그렇게 이 남자의 복수 길을 따라가며 동시에 플래시백으로 10년 전에 어떤 일이 있었는가를 보여줍니다. 당연히 클라이막스에서 현재와 과거의 클라이막스가 만날 거구요. 대체 뭔 일이었길래? 그리고 지난 10년간 주인공에겐 어떤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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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뭔가 영국산 복수극 영화들 주인공은 대체로 인상들이 다 비슷한 것 같기도 하구요?)



 - ...라는 식으로 적었지만 안타깝게도 이 영화엔 딱히 미스테리 같은 건 존재하지 않습니다. 시작부터 워낙 뉘앙스가 확실해서 주인공에게 벌어진 일이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어떤 식으로 이야기가 끝날 지가 초장부터 너무 확고하거든요. 그나마 남아 있는 건더기는 '그래서 왜?' 라는 것과 과연 이 미칠 듯이 단호한 복수를 펼쳐나가는 주인공이 10년 전엔 악당이었는지 선인이었는지... 뭐 그 정도에요. 그런데 어느 쪽이든 그렇게 막 흥미로운 떡밥은 아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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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부러 그런 건지 인상이 디폴트로 선량해 보입니다만. 하고 다니는 짓은 그다지...)



 - 그래서 영화가 핵심 컨텐츠로 미는 건 빠르고 단호한 복수입니다. 짧은 런닝 타임과 주인공의 검소한 능력치를 생각하면 예상보다 사람이 꽤 많이 죽어요. 현재 파트는 걍 이동 -> 주김 -> 이동 -> 주김... 이런 심플 호쾌한 패턴이 반복되며 긴장감 조성을 위해 주인공이 위기에 빠진다거나 그런 전개는 일절 없습니다. 대신 과거 회상 파트가 그 역할을 해 주는데. 그래서 나름 배분이 괜찮구나 싶었어요. 드라마 조성과 동기 부여, 긴장감 조성은 플래시백에 다 맡기고 현재 파트는 걍 복수 하나로 일관되게 밀고 나가니 영화가 실제보다 훨씬 속도감 있는 느낌. 그리고 그 속도감 덕에 매우 저예산임이 분명한 소탈한(?) 복수 장면들이 싱거운 느낌 없이 잘 살아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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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쨌든 굉장히 성실한 복수자라는 건 사실이고. 이 장르에서 이건 큰 장점이구요.)



 - 그런데 복수극이란 게 그렇잖아요. 관객들을 얼마나 주인공의 편으로 끌어들이냐에 따라서 그 복수의 쾌감, 영화의 재미가 강해지는 건데. 그 부분에서 이 영화는 사알짝 아쉽습니다. 과거 파트의 사연을 다 보고 나면 주인공이 왜 그리 복수심에 활활 타고 있는지는 충분히 이해가 가요. 하지만 또 감정 이입을 하기엔 주인공의 캐릭터가 또 상당히 비호감입니다. 걍 끼리끼리 놀다가 더 나쁜 놈이 더 나쁜 짓을 해서 그냥 많이 나쁜 놈이 빡쳤다. 이런 느낌이라서요. 

 주인공을 이런 식으로 설정해 놓았다면 차라리 걍 똑같이 미친 놈들끼리 에헤헤헤헤 엄마 쟤 똥 먹었어! 이러면서 피칠갑을 하고 뒹구는 개판 지옥 분위기로 가는 게 나았을 것 같은데. 진지하게 '아버지의 사랑'을 테마 삼아 진지하게 감정 이입을 요구하니 좀 떨떠름해지더라구요. 

 그리고 이건 캐릭터 묘사의 한계이기도 합니다. 어차피 다 같이 나쁜 놈이라도 어떻게든 주인공에게 좀 입체적인 면모를 설득력 있게 부여했다면 최소한 복잡한 기분 정도라도 이야기를 지켜볼 수 있었을 텐데. 그게 좀 얄팍해요. 시도는 했는데, 만족스럽진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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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애충 아들 사랑하는 모습 좀 보여주면 다 되겠지!! 라고 살짝 안이하게 생각한 듯.)



 - 그래도 그냥 다짜고짜 밑도 끝도 없이 나쁜 역할 캐릭터들은 괜찮습니다. 

 특히 애초에 지옥에서 태어나신 듯한 장인 어른 캐릭터는 앞뒤 안 가리고 막 나가는 사악함 때문에 구경하는 재미가 있고 배우도 잘 했어요. 만악의 근원이었던 와이프 캐릭터도 적절했구요. 다들 아주아주 얄팍하지만 뭐 걍 간단히, 큰 기대 없이 시원시원한 맛으로 볼 복수극의 빌런으로선 이 정도면 충분하다 싶었습니다. 덕택에 주인공에게 이입은 안 되어도 나름 카타르시스는 있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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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에는 '평범해보이는데 그냥 무시무시한 할아버지/할머니' 역할을 소화 가능한 배우가 수백명은 넘는 게 아닌가. 하는 뻘 생각을 해보구요.)



 - 대충 정리하자면요.

 뭔가 상당히 괜찮다... 싶으면서도 살짝 아쉬움이 남는 영화였습니다.

 위에서 계속 말 했듯이, 영화 컨셉도 잘 잡았고 워낙 스피디한 전개 덕에 재미도 있는데. 주인공 캐릭터의 빌드업에서 좀 삑사리가 나서 마지막 부분에서 의도된 만큼의 정서적 반응이 안 생겨요. 딱 그 부분만 수선(?)이 되면 이거 숨은 수작이라고 막 오바할 수 있었을 것 같은데. 그게 못내 아쉽구요.

 그래서 뭐... 복수극 매니아분들이라면 한 번 보실만한 저예산 스릴러입니다. '이 정도면 괜찮았네'. 딱 그 정도인 듯 싶네요.




 + 암튼 이번에도 수입사분들, 특히 제목 번역하신 분들은 좀 반성하십시다. 왜 이러시는 건데요. 관객들에게 무슨 억하심정 있으신가요.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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