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깔끔하게 2000년, '뉴 밀레니엄' 영화구요. 런닝타임은 91분. 스포일러... 없게 적죠 뭐. 다 아시겠지만.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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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한테 이 영화는 요 포스터 이미지로만 남아서 글쎄 이정재도 나왔다는 걸 깜빡 했지 뭡니까!)



 - 일단 전지현이 '일 마레'라는 갯벌 위에 지은 괴이한 집에서 이사 나가요. 가면서 집 앞 우체통에다 "혹시 여기로 편지 오면 이 주소로 보내주셈" 하는 편지를 두고 가죠. 장면이 바뀌면 이정재가 이 집에 들어오는데, 앞서 전지현 장면에 이미 있었던 집 현판(?)을 칠하고 있습니다. '일 마레'라구요. 다들 아시다시피 이정재는 1997년 사람이고 전지현은 1999년 사람이니까요. 그런데 이 우체통이 신묘한 물건이라 둘 사이를 이어주는 거죠. 그러다 정들고, 사랑에 빠지고... 아니 뭐 이런 얘길 더 해서 무엇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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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저기서 지겹도록 보였던 전설의 그 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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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설의 그 짤 2.)



 - 일단 놀랐던 건 비주얼이었네요. 

 원래 그 당시에 시대를 앞서간... 까진 아니어도 거의 선도하는 레벨의 깔끔한 비주얼로 유명했던 건 알고 있는데. 그게 22년이 지난 지금 와서 봐도 촌스럽지가 않습니다. 아니 뭐 옛날 영화라고 다 촌스러워야 하는 건 아닌데, 그래도 이런 식으로 '트렌디' 했던 영상물이 세월 흐른 후에 봐도 괜찮기는 쉽지 않은데요. 이현승 감독이 생각보다 비주얼 뽑는 능력 하나는 대단한 사람이었던 거구나... 라는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근데 정말 과장이 아니라 세월 땜에 어쩔 수 없는 요소들을 제외하면 지금 봐도 촌티를 찾기가 힘들게 예쁩니다. 대단대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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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후 맥락 제끼고 장면들 하나 하나 떼어 놓고 보면 요즘 한국 영화들 중에도 이 정도 퀄은 그리 흔치 않을 겁니다.)



 - 다만 그 '트렌디'함은 다른 쪽으로 민망함을 불러옵니다. 취향이랄까 갬성이랄까...

 예를 들어 이정재는 요리가 취미인 사람인데. 굳이 CF 같은 감각의 요리 장면을 넣어가며 혼자 파스타를 해먹고 그러는 거죠. 술은 무조건 와인만 마시구요. 그러면서 자꾸 이상한 소리들을 해댑니다. 와인은 외로운 사람들이 먹는 술이라느니. 빨래를 하면 잊고 싶은 기억이 사라진다면서 갯벌 한 가운데에다 빨랫줄을 치고 몇 개 되지도 않는 빨래를 널어 놓고 폼나게 옆에 준비해 둔 (왜!!?) 의자에 앉구요. 멋진 그림 뽑아보자고 현실성을 내다 버린 장면들이 하도 많아서 제 부풀어 올랐던 가을 갬성을 부끄럽게 만들었습니다. ㅋㅋ

 거기에 덧붙여서 이런 비현실적 트렌디함 때문에 주인공들 캐릭터가 허공에 붕 떠버린다는 것도 중요한 부분이죠. 현실 세계를 사는 사람들 느낌이 없으니 얘들의 사연과 감정이 전혀 진지하게 와닿지가 않습니다. 감정 이입 안 되는 멜로라니 이렇게 허망한 게 또 어딨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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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슬플 땐 간지나게 파스타 요리를 합시다.)



 - 그나마 다행이었던 건.

 일단 영화가 목표로 하는 게 차분하고 단아한 분위기이다 보니 그렇게 막 오버하는 장면이 없습니다. 발랄한 쪽으로든 낭만적인 쪽으로든, 혹은 감정 폭발하는 쪽으로든 대부분 절제가 되어 있어서 저런 철지난 트렌디함이 튀어나와도 크게 민망하진 않았어요. 대체로는 꽤 보기 좋았구요. 


 그리고 설정상 두 배우가 안 만납니다. 그리고 그나마도 다른 사람들과 상호 작용하는 장면이 별로 없이 각자 혼자 폼나게 놀면서 편지 내용을 나레이션으로 읊는 게 절반 이상이에요. 그래서 당시만 해도 여전히 발연기(...)에 가까웠던 두 배우의 연기력이 감상의 걸림돌이 되지 않습니다. 


 게다가 리즈 시절 전지현과 이정재잖아요. 영화 그림도 예쁜데 배우들까지 이 모양(?)이니 그냥 내내 예뻐서 이 분들이 영화 연기가 아니라 CF를 찍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 장면들조차도 거부감 없이 넘길 수 있었습니다. 어쨌든 예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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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 만남!!! ㅋㅋㅋ 그래도 둘이 같은 '공간'에 있는 셈 치는 연출이 많았으니 촬영 중에 만날 일은 적지 않았을 듯 싶구요.)



 - 각본은 뭐랄까... 극과 극의 장단점이 있었네요.

 일단 참 말이 안 됩니다. 설정이 말이 안 된다는 얘기가 아니라 두 주인공의 심리나 행동이 다 말이 안 돼요. 현실 세계에서 먹고 싸고 현생을 살아가는 인간들이라곤 절대 믿을 수 없는, 그저 멜로를 위해 존재하는 캐릭터들이고 오로지 멜로 분위기 조성을 위해서만 움직입니다. 그게 너무 과하다 보니 둘의 감정 같은 게 전혀 와닿지가 않습니다.


 그런데, 어쨌거나 이 '시간여행 우체통'이라는 아이템을 갖고 은근 성실하게 로맨스용 아이디어를 짜내요. 그냥 펜팔 기능까진 그러려니 했는데, 그걸 갖고 선물도 보내고, 또 서로에게 이것저것 부탁하거나. 심지어 만나기까지(!) 하는 걸 보고 허허 작가 양반 생각 많이 하셨네... 했습니다. ㅋㅋ 전철역에서 이정재가 과거의 전지현을 만나는 장면 같은 건 꽤 괜찮았어요. 감정적으로 와닿진 않았지만, 재밌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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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뭔가 '엽기적인 그녀' 생각도 나구요. 참고로 그 영화는 요 다음 해에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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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장면은 아무리 봐도 '너의 이름은' 이라서 좀 웃겼습니다. 다 보고 나서 검색해보니 둘이 많이 닮았단 얘기 많이 들었나 보네요.)



 -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클라이막스와 결말 전개는 너무 심했죠. 아니 전지현 이 분은 만화책 매니아에 그래서 직업도 성우로 택하신 분이 타임 패러독스도 모른답니까. 보니깐 다 일본 순정물 같은 거 보시던데. 그 쪽으로 가도 시간 여행 이야기는 정말로 흔한데요. ㅋㅋ

 그래도 뭐 인정합니다. 어차피 멜로이고, 이 영화의 모든 건 세기말 멜로 갬성을 위해 존재하니 이런 거 따지는 게 잘못인 게 맞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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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굳이 좀 있음 물 들어올 갯벌에 이렇게 빨래 말리는 영화에서 개연성 같은 거 따지는 놈이 잘못하는 겁니다.)



 - 이 시절 한국 영화를 볼 때마다 반복하는 얘기지만. 또 그 시절 젊은이들 사는 풍경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했습니다. '상실의 시대' 출동하시고. 길거리엔 임은경 포스터에 ADSL 광고판 보이고. 사람들 옷차림이나 그 시절 만화방. (권당 300원이더군요) 녹음기나 그 시절 컴퓨터 같은 것도 그렇구요. 사실 대부분의 소품들을 다 '예쁨'에 목숨 걸고 골랐을 텐데 티비들은 예쁜 걸 못 구했나? 이런 생각도 했네요. ㅋㅋ 2000년엔 아직 프로젝션 티비 같은 것도 흔치 않았나봐요. 다들 그 간지나게 꾸민 집에 조그만 볼록 티비 하나 멋 없는 걸로 어중간하게 놓고 살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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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각해보니 분명 '일 마레'라는 파스타 집이 있었어요. 라고 적고 검색해보니 체인이군요. 지금도 여기저기 꽤 많구요.)



 - 그래서 제 생각보다는 재밌게 봤습니다. 그냥 눈이 즐겁고. 멜로 갬성에 빠져들진 못했지만 그렇다고해서 보기가 고통스럽지도 않았어요.

 91분짜리 로맨틱 무드 영상이랄까요. 그 정도에 기대치를 맞추고 보니 의외의 재밌는 구석들도 있었고. 그럭저럭 잘 봤습니다. 그리고 이현승은 생각보다 훨씬 능력자였다는 거. 영화 소감은 여기까지에요. 그런데... 보면서 자꾸만 전혀 안 로맨틱한 딴 생각이 들어서 말이죠.

 암튼 이렇게 막 적다 보니 꼭 비꼬는 것 같은데. 아닙니다. 다시 말 하지만 기대보다 훨씬 괜찮았어요. 그 시절에 봤다면 나름 감동 받을 수도 있었겠네... 하면서 잘 봤네요. 이정재의 에미상 수상 소식 직후에 보니 더 뜻깊(?)기도 했구요. ㅋㅋㅋ




 +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시간을 초월한 연락 수단이 생겼는데 그걸로 뭘 할지 아무 생각도, 노력도 해보지 않는 게 말이 됩니까. ㅋㅋㅋ 일단 돈부터 벌라고 이것들아!!!!! 왕창 왕창 벌어서 일 마레 같은 거 수십개 지어서 나눠 가지면 니들도 좋잖아! 1998~2000년이 얼마나 돈 벌기 좋은 격변기인데. 쯧쯧...



 ++ 이정재 이 놈은 자기 아빠가 그렇게 잘 나가는 건축가인데, 갑자기 이모가 딱 봐도 수상한 위치에 매우 수상한 센스로 디자인 된 집을 떡하니 줘 버릴 때 정말 하나도 의심을 안 했을까요. 그랬다면 그건 똑똑하고 멍청함의 문제가 아니라 그냥 사람이 아닙니다...

 그리고 전지현은 정체가 뭐에요? 잘 못 나가는 신입 막내 성우일 뿐인데 일 마레엔 무슨 돈으로 들어갔던 거죠. 보면 유지비도 엄청 들겠던데. 그리고 돈도 돈이지만 애초에 왜 그런 집에 들어가 살았던 겁니까. 직장도 친구도 다 시내에 있던데. 자기 차도 없어서 전철로 출퇴근하며 사는 양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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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빠는 아들을 사랑해서 집을 지어준 걸까요 아님 본인 사후에까지 영원히 놀려 먹고 싶어서 지어준 걸까요.)



 +++ 앞서 말 했듯이 전철역에서 둘이 만나는 장면들은 나름 재밌긴 했습니다만. 사실 그게 이정재의 형상을 한 사람이 전지현의 형상을 한 사람과 만나서 그렇지 현실 세계의 평범한 사람들은 그러면 안 됩니다? ㅋㅋㅋ 그리고 그렇게 만나는 게 가능하다면 이정재가 의지만 있다면 그런 '운명적 엇갈림' 같은 건 사뿐히 무시하고 계속 도전해서 만나 대화할 수 있었죠. 또 그게 성사 된다면 전지현이 과거의 전지현과 직접 연락할 수도 있었잖아요. 그렇게 셀프 해결하면 될 일이지 괜히 막판에 사람 귀찮게 그딴 부탁이나 하고 말이에요.



 ++++ 근데 이상하게 두 주인공을 제외한 다른 캐릭터들은 다 좀 촌스럽습니다. 왜일까요. 비주얼 때문이라기엔 나름 당시 미녀 아나운서였던 최윤영도 메이크업부터 상당히 촌스러운데요.

 그리고 전지현은 참 과할 정도로 앳되구나... 했는데. 확인해보니 고3 때 찍은 영화군요. 이정재랑 만나서 직접 연애할 장면이 없어서 다행이었던 것 같기도 하구요.



 +++++ 아. 그리고 영화 내내 흐르는 김현철의 음악들은 음. 곡 하나하나들은 괜찮다 싶었지만 좀 투머치더군요. 과할 정도로 '이럴 땐 이런 음악이지!'라는 느낌의 곡들이기도 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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