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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번 인천 락페를 갔을 때의 일입니다. 그냥 돌아오기는 아쉬워서 숙소 근처의 월미도 놀이공원을 들렀습니다. 롯데월드랑은 확연히 비교되는 비쥬얼에 조금은 쓸쓸해지기도 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노는 아이들을 보니 저도 괜히 신나더군요. 사람들도 별로 안밀리고 나름 가성비가 괜찮을 것 같아서 맨 처음에는 미니 자이로드롭을 탔습니다. 저밖에 탄 사람이 없어서 괜시리 긴장되더군요. 털털털털 하면서 올라가는데 생각보다 많이 무서워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뚝... 가장 고점에서 멈춰있는데 진짜 환장할 것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짜릿하다..!!  드디어 온다!! 흥분되는 그런 느낌이 아니고 그냥 그 상황 자체가 너무 싫은 거죠. 나 지금 여기서 뭐하고 있나??? 그리고 푸슝!!!


속에서부터 흐어어업 소리가 나오는데 제가 들어도 별로 즐거운 비명이 아니었습니다. 아래에서 보면 하나도 안높아보였거든요. 그런데 막상 타니까 너무 높고, 너무 많이(?) 떨어집니다. 저한테 서비스를 해주시려고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기사님이 오르락내리락을 좀 많이 시키시더라고요. 제 일행은 아래에서 보며 낄낄대고 있고, 저는 중력훈련을 받는 파일럿처럼 흐어업!! 흐어엇!! 소리만 단전에서부터 계속 뿜어내고요. 비명을 지르면 좀 시원한 쾌감과 함께 뭔가를 날려버리는 느낌이 들어야하는데 저는 계속 뭔가를 놓치지 않기 위해 엄청 힘을 주면서 기합 소리만 냈습니다. 마침내 끝나고 내려오는데 몸에 너무 힘을 줘서 좀 피곤하더라고요.



그 때까지도 오기를 버리지 못하고 다른 놀이기구를 타기로 했습니다. (검색해서 그 기구의 이름이 메가스윙이라는 걸 이제야 알았습니다) 바깥에서 보니까 상당히 재미있게 생겨서 표를 끊어버렸습니다. 이걸 탔는데... 와... 뭐 여러가지 공포를 주지만 그중 가장 극한의 공포는 이 기구가 가끔씩 뒤집은 채로 허공에서 멈춰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러면 월미도의 일상적인 풍경이 그대로 돌아오는데, 그런 곳에 떨어져 죽을 것 같은 느낌이 사정없이 밀려옵니다... 거기다가 한번 작동하면 오지게 오래 작동합니다. 사람들이 없어서 그런 건지 기사님이 사정없이 360도 휘돌리는데 정말로 멈춰주라고 하고 싶더군요. 탑승시간 1/3만 그냥 소리를 질러댔고 나머지 시간 동안은 그냥 눈을 질끈 감고 으으으으으으으... 하면서 버텨냈습니다. 거꾸로 세울 때마다 떨어질 것도 없는데 뭔가가 후두둑 다 쏟아져내릴 것 같아서 불안해미치는 줄... 


내린 다음 정말 너무너무 힘들어서 생각했습니다. 내가 체력이 떨어진 건가? 컨디션이 안좋은 건가? 그런 생각을 하며 이번엔 일행과 같이 바이킹을 탔는데요. 아... 저는 평생동안 바이킹을 무서워하며 탄 적이 없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단순한 왕복운동만 하는 기구잖아요. 옛날에는 맨날 맨 뒤쪽에 앉아서 가장 고점에 바이킹이 다다르면 억지로 일어서서 만세를 외치곤 했습니다. 그런데 월미도 바이킹은... 그래도 좀 쫄려서 일부러 가운데 자리에 앉았는데, 미쳐버리겠더라고요. 진자운동하는 텀도 너무 짧아서 막 붕붕 바람이 귀를 때리고, 각도가 너무 높았습니다. 바이킹이 고점에서 잠깐 멈출 때마다 엄청 아뜩한 느낌이었습니다. 손잡이를 쥔 손에 조금만 힘을 풀면 내동댕이 쳐질 것 같은 그런 느낌? 나중에는 너무 힘들어서 바닥 앞쪽을 제 발바닥으로 고정하고 있었습니다. 온 몸을 이용해서 좌석에 제 몸을 밀착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더라고요. 일행과 함께 고개를 쳐박고 터뷸런스를 겪는 것처럼 그냥 기도만 하고 있었습니다. 1회 운행시간이 너무 길어서 이건 가성비가 아니라 死성비인줄;;;


정말정말 마지막으로 몸만 풀자면서 공중그네? 그런 걸 탔는데 이것도 무섭더라고요. 회전 속도가 왜 이렇게 빠른지? 거기다가 월미도 특유의 약간 낡은 재래식 느낌이 계속해서 안전에 대한 불안을 증폭시키는 바람에 사고 걱정을 멈출 수가 없었습니다. 결론적으로 안 무서운 게 없었습니다. 회전목마조차도 갑자기 미친 듯한 속도로 갑자기 빨라질 것 같은 그런 느낌... 이건 진짜 롯데월드랑 비교조차 할 수 없습니다. 순수한 공포로만 따지면 월미도 놀이공원은 본전의 한 세배를 건지고도 남습니다. 너무 무서우니까...!!!


그동안 티비에서 놀이기구에 타서 무섭다는 연예인들을 보고 좀 비웃었드랬습니다. 특히 유재석이 막 진절낼때마다 아이구 또 우리 국민엠씨 호들갑 떠는구나 했는데, 월미도를 떠나면서 제가 정말 마음깊이 사죄의 말씀을 올렸습니다... 제가 나이가 들어서 이제 공포를 스릴로 더 이상 착각할 수 없게 된 탓일까요. 놀이기구가 즐겁지 않고 너무 무섭기만 합니다. 스트레스 받아요. 인간이 땅에 발을 붙일 정도로만 중력을 누리는 것도 복입니다... 일반인인 저도 이 정도인데 특히나 겁이 많은 사람들은 놀이기구 타는 게 너무너무 무서울 것 같네요. 이걸 방송 때문에 기어이 해내는 유재석의 프로페셔널리즘에 그저 박수를 보내며... 일반인인 저는 이제 놀이기구 손절을 선언하겠습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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