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1년작입니다. 이유 없이 꽂혀서 비슷한 시기 영화들을 보고 있네요. ㅋㅋ 스포일러랄 게 있을 수 없는 영화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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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흥행 성적 대비 유명하고 인기 많은 한국 영화 리스트를 만들면 거의 최상단에 있을 것이 분명한 영화죠. ㅋㅋ 이 포스터도 인기 많았던.)



 - 스포일러랄 게 있을 수 없다... 고 말한 이유는 특별한 스토리랄 게 없는 영화이기 때문입니다. 상고(요즘엔 '특성화고'라고 부르죠)를 갓 졸업한 스무살 동창 다섯이 각자 사정과 개성대로 세상을 겪으며 방황하고, 그러다 가끔씩 만나 서로 위로를 나누거나, 다투거나, 멀어지거나... 하는 이야기를 짤막짤막한 에피소드들의 나열로 보여주는 식입니다. 중심 스토리란 게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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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스터에 못 나오신 두 분 뤼스펙... ㅠㅠ)



 - 다섯이라고 했지만 포스터는 정직하죠. ㅋㅋ 파티 티오의 40%를 차지하는 일란성 쌍둥이 비류와 온조는 조연이자 분위기 메이커, 사실상 개그 담당 캐릭터 정도에 가깝습니다. 나머지 셋의 궁서체로 진지하고 우울한 얘기를 번갈아가며 한참 보고 있노라면 가끔씩 다 함께 모이는 장면이 나오면서 이 분들이 굳은 분위기를 살짝 풀어주는 식이죠. 다행히도 비현실적으로 과장된 드립도 없고 그냥 자연스럽고 현실적으로 발랄하게 '아 나도 저런 친구 있어!' 느낌을 잘 유지해주기 때문에 '얘넨 덜 중요한 애들이구나' 같이 섭섭한 느낌은 안 듭니다만. 어쨌든 주인공 셋과 달리 이 둘에겐 별도의 스토리도 고뇌도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는 건 사실이구요.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건 나머지 셋이라는 거.



 - 제게 가장 인상 깊었던 캐릭터는 이요원이 연기한 혜주였습니다. 일단 겁나게 예쁘구요. 또... 정말 예뻐요. 매우 대단히... (쿨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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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자 친구가 너무 말도 안 되게 호구 아닌가 싶다가도 이 분 얼굴 한 번 보면 납득. 인정. 공감. 뭐 이렇게 됩니다. ㅋㅋ)


 그러니까 뭐랄까. 이 영화에서 '독하게 열심히 사는 애'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데요.

 정말 극사실주의로 빚어진 캐릭터라는 느낌이에요. 캐릭터 자체도 그렇고 이 캐릭터가 극중에서 겪는 일들도 그렇구요. 담당 배우의 외모를 제외하면 (그만해;) 이 영화에서 가장 사실적인 캐릭터이고 또 그렇게 리얼한 경험들을 보여주는 캐릭터라는 거. 

 사실 많이 얄미운 애거든요. 티나게 예쁘고 본인도 자기 그런 거 알고 그걸 적극적으로 이용도 하구요. 직장 생활 첫 장면에서 요즘 기준으론 당연히 성희롱이 될 일을 상사에게 당하는데 그걸 오히려 이용하려 드는 모습으로 임팩트를 남기고. 이후에도 참 꾸준히 그래요. 친구들에게도 자꾸 '직설적으로 하는 맞는 소리'를 해대서 기분 상하게 만들구요. 그런데 이야기 속에서 얘가 왜 이러는지, 어째서 그게 얘 나름으론 최선이고 선의인지를 되게 자연스럽게 납득시켜 줘서 영화가 끝날 때쯤엔 가장 걱정되고 정이 가는 캐릭터가 되었습니다. 솔직히 나머지 녀석들은 막판에 살짝 환타지 느낌이 들어가서 걱정이 덜 되더라구요.



 - 그 다음은 옥지영(옥'고운'으로 개명한지 꽤 되셨더군요)이 맡은 '지영'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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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세기이니 파티원 중에 염색 캐릭터 한 명은 있어야!)


 이 분의 역할은 '능력 되는데 여건이 참 격하게 안 따라주는 애' 였죠. 등장 인물들 중 가장 격하게 불행한 가정사에 가장 심하게 가난한 역할인데요. 역시 기본적인 설정만 보면 현실에서 흔히 보게 되는 캐릭터입니다. 하고 싶은 일은 있고 소질도 있지만 거기에 매진할 여건이 안 되고. 어울리는 친구들 대비 격하게 힘든 사정이 있지만 친구들에게 털어놓기도 싫고, 자꾸 아쉬운 소리 하기도 싫으니 역으로 까칠해지면서 원래 친구들과 멀어지고. 터프한 척 하지만 사실은 가장 약하고 지친 아인 거죠.

 다 좋은데 막판에 이 분이 겪는 일들은 좀 많이 드라마틱하고, 또 그게 해결(?)되는 방식도 살짝 환타지스러워서 막판엔 이입이 살짝 깨지더라구요. 대체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 그렇다고해서 왜 저런 일을 당하게 되는지 이해가 안 가서...;



 - 배두나가 맡은 '태희'는 이런 친구들 모임에 한 명씩 필수적으로 필요한 총대 겸 접착제 역할인 동시에 '애는 참 좋은데 좀 많이 현실감 떨어지는 애' 캐릭터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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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서 그런지 작중에서 '팬시함'을 맡고 있기도 합니다.)


 경제 사정은 등장 인물들 중 가장 좋고 가족도 멀쩡히 다 채워져 있어서 남들 보기엔 인생 편안해 보이지만 (취업은 아예 고민도 안 하고 걍 부모님 운영하는 찜질방에서 일하니 다른 친구들 입장에선 ㅋㅋ) 나름의 고민이 있고 열심히 고민하며 사는 애. 그리고 속 깊고 친구들 잘 챙기는 애로 나와요. 그걸 연기하는 게 또 볼살 통통하니 한 번 꼬집어 보고 싶어지는 시절의 배두나이니 매력은 쩝니다만. 얘도 막판의 행동 때문에 살짝 팬시함이...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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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다! 교복!! 여고생!!!)


 - 캐릭터 말고 영화 얘기를 해보자면요.

 '이거 감독님 아무래도 오타쿠인 듯?' 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ㅋㅋ 오타쿠는 농담이고, 일본 영화나 애니메이션 많이 보신 분 같았어요.

 일단 영화의 스타트가 교복 입은 주인공들이 깔깔대며 '청춘'을 마구 뿜어내는 갬성 터지는 몽타주이구요. 배경이 인천이라 요기서 바다도 바로 보이고! 바로 이어지는 장면은 전철역! 움직이는 전철들과 함께 보여지는 어지럽게 얽힌 전선들!! 여자여자한 초미녀 & 카리스마 보이시 캐릭터 & 귀엽고 엉뚱한 몽상 캐릭터에 개그캐라는 멤버 조합에다가 영상미도 뭐, 아무리 칙칙하고 현실적인 배경을 보여줘도 다 예뻐요. 문자 그대로 다 '무너져가는' 지영의 집조차도 그림 참 예쁘게 잡죠. 거기에다가 결정타가 제목. ㅋㅋㅋㅋ 그때 한국에선 지금만큼 고양이가 인기가 아니었죠. 엄연히 개파의 나라인 한국에서 고양이라니 무엄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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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칙칙하지만 칙칙하지 아니합니다.)



 - 캐릭터들부터 이야기까지 계속해서 뭔가 리얼 다큐급의 현실성을 유지하는 가운데 영상은 참 희한하도록 예쁩니다. 위에서 말한 두 영화처럼 막 의도적으로 예쁘게 꾸민 티가 안 나게, 그냥 자연스럽게 찍은 것 같은데 예뻐요. 그래서 일본 영화 생각이 더 나고 그랬던 건데. 다만 그렇게 예쁜 와중에도 현실의 비루함과 고단함을 계속 직시한다는 게 신기했어요. 이러니 그 시절에 비평가들과 그 또래 젊은이들이 그렇게 좋아했구나... 싶었구요.


 여기 나온 배우들이 그 전에 어디서 연기력을 인정 받고 그랬던 분들은 아닌데. 다들 그냥 캐릭터에 딱 맞게 자연스럽습니다. 아마도 과장 없는 일상, 진짜 현실의 일상톤의 연기를 할 수 있도록 감독이 연기 지도를 잘 했던 거겠죠. 어떤 장면들에서는 '아 쟤네 진짜 웃겨서 웃고 있네 ㅋㅋㅋ' 이런 느낌도 들어서 저도 덩달아 웃었구요.


 개인적으론 주인공들을 특성화고 졸업생들로 설정한 게 또 신의 한 수였던 것 같아요. 사실 나이 스물에 바로 세상 쓴 맛을 보는 젊은애들 얘길 하려면 당연한 선택인데 의외로 이런 영화가 잘 없죠. 덕택에 '나이 스물의 고통' 이라는 테마도 잘 살아나고, 또 애들이 워낙 어리니까 어리버리 방황하는 것도 납득이 가구요. 얘들이 사회 생활에서 당하는 차별 같은 것도 훨씬 리얼하게 살아난 느낌이었습니다. 덧붙여서 뭔가 먹물스러움이랄까, 그런 것 없이 정말 생생한 삶의 현장 구경하는 느낌도 들었구요. 


 덤으로 제가 직업상 이 영화 주인공들처럼 사는 아이들을 많이 알고 연락도 가끔 하며 지내는데. 조금씩 전해듣는 것 뿐이지만 그래도 정말로 갸들 사는 모습이랑 많이 닮은 영화라는 생각이 들어서 좋았어요. 고통을 그렇게 크게 과장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막 나이브하게 가지도 않구요. 사회 생활부터 친구들 관계까지 상당히 현실과 닮게 잘 뽑아낸 이야기라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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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니 근데 직장인 친구에게 근무 중에 계속 전화 걸면서 바쁘니 끊자고 할 때마다 섭섭해하는 친구놈들이란! 사회 생활을 해라 이것들아!!)



 - 아쉬웠던 점이라면야.

 거의 없구요. 그냥 결말만 살짝 그랬죠. 결말의 내용 자체는 납득이 가는데, 거기까지 가는 과정이 좀 갑툭튀 느낌이었달까. 지영의 갑작스런 드라마틱 고난에 당황하는 와중에 갑자기 슈웅~ 끝!! 이래 버리니 마지막에 "GOOD BYE"가 뜨는 순간 살짝 벙 쪘습니다. ㅋㅋㅋ 가뜩이나 부자연스러웠던 막판 지영의 이야기가 다 이 장면을 위한 빌드업용이었던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것도 조금 별로였구요. 이 영화에서 거의 유일하게 '이건 가짜임' 이라는 생각이 드는 장면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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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은 이 관계도 살짝 사족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 대충 마무리하겠습니다.

 2000, 2001년이 참 재밌는 시기였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동감'과 '시월애' 같은 영화가 나오고 흥행하는 가운데 이런 영화가 또 툭 튀어나오고 말이죠.

 지금 봐도 촌스럽거나 구린 구석을 찾기 힘든 (마지막 GOOD BYE 빼고! ㅋㅋ) 깔끔한 영상과 만듦새에 자기가 다루는 소재와 대상에 대한 깊은 이해와 애정이 곁들어진 좋은 영화였습니다. 왜 그렇게 팬들이 많았는지도 이해 되구요. 쓸 데 없이 폼 잡거나 지나치게 암울하게 달리지 않는, 진짜 '현실 청춘'들을 위한 청춘 영화랄까요. 재밌게 잘 봤습니다.




 + 근데 사실 이 영화에서 고양이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은 것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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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고 우리 배두나님 귀여운 거 보십...)


 솔직히 그냥 감독님이 고양이를 좋아해서 넣은 게 아닌가. 하고 의심합니다. ㅋㅋㅋ

 2012년에는 단편 영화 '고양이를 돌려줘'. 올해 3월엔 다큐멘터리 '고양이들의 아파트' 이렇게 계속되는 고양이 무비의 길을 보고 있으면 뭐...



 ++ 영화 개봉 당시 22세였던 이요원은 이걸로 상도 받고 잘 나가던 와중에, 고작 2년 후에 전격 결혼을 해버리죠.

 뭐 이요원 본인 인생에 대해선 제가 할 말이 없겠습니다만. 영화팬으로선 많이 아쉬웠어요. 그 시절에 작품 더 많이, 활발히 해줬음 좋았을 걸. 결혼 후에 한참을 쉬어 버렸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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