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톨이인 사토미가 다니는 학교에 시온이라는 여자아이가 전학옵니다. 시온은 처음 보는 사토미에게 아는 척을 하고 사토미를 위한 노래를 불러요. 황당하기 짝이 없는 상황인데 사토미는 저 아이가 왜 저렇게 이상한지 이유의 절반 정도는 알고 있습니다. 시온은 사토미의 엄마가 개발한 로봇이고 테스트를 위해 학교에 입학한 것이죠. 그래도 왜 사토미에게 행복하냐고 묻고 노래를 불러주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 사연은 영화 후반에나 밝혀져요.

요시우라 야스히로의 [아이의 노랫소리를 들려줘]는 전형적인 일본 청춘영화입니다. (1) 시골 마을이 배경이고, (2) 하복 입은 일본 고등학생들이 (3) 연애도 하고 우정도 쌓는다는 내용이에요. 단지 여기에 로봇이 들어가는 거죠. 그리고 그 로봇은 일본 미디어에 나오는 여자아이의 특성에서 많이 벗어나 있지 않습니다. '이 익숙한 장르 알고리즘에서 조금 벗어나면 더 재미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종종 해요.

아주 말이 되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예를 들어서 강인공지능을 테스트한다면서 로봇을 학교에 풀었다면 로봇이 아이들과 무슨 이야기를 나누고 무슨 관계를 맺느냐는 가장 중요한 데이터가 아니겠어요? 하지만 이 회사 사람들은 거기에 대해 별 관심이 없는 것 같습니다. 검증되지 않는 로봇을 감시자 없이 학교에 풀어놓고 테스트하는 건 당연히 위험하고요. 하지만 영화는 스토리 전개를 위해 이 당연한 사실들을 대충 무시하고 있습니다.

투덜거리긴 했는데, 그래도 전 이 영화를 재미있게 본 편입니다. 청춘물의 요소들은 아마 다른 관객들이 저보다 더 좋아했겠죠. 그런데 일단 영화의 타협을 받아들이고 본다면 로봇 시온과 아이들의 관계는 꽤 재미있고 영화가 [E.T.]의 경로를 따르는 것이 분명해진 뒤부터는 액션도 재미있어집니다. AI 기업이 지배하다시피하는 근미래 시골마을의 묘사도 훌륭하고요. 전 로봇 시온이 연애 이야기에 말려들까봐 걱정했는데, 다행스럽게도 그런 묘사는 아주 없거나 아주 가볍게 지나갈 뿐입니다. 단지 시온을 일본 대중문화의 '여자아이' 이미지에 맞추는 대신 기본 설정에 맞추어 조금 하드하게 설계했다면 더 좋았을 거라는 거죠. 적어도 저에겐요. (22/09/22)

★★★

기타등등
늘 생각하는 것이지만 인간과 구별되지 않는 로봇의 몸을 설계했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성취이고 그 기반 기술로 사회는 엄청난 발전을 할 수밖에 없는데, 사람들은 인공지능에만 집중하지요.


감독: Yasuhiro Yoshiura, 배우: Tao Tsuchiya, Haruka Fukuhara, Asuka Kudo, Kazuyuki Okitsu, Mikako Komatsu, Satoshi Hino, Sayaka Ohara, Kenji Hamada, Kenjiro Tsuda, Miyu Sakihi, Kazlaser, 다른 제목: Sing a Bit of Harmony

IMDb https://www.imdb.com/title/tt13064272/
Naver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aver?code=2170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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