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가 아퍼서 자살을 택한 것도 아니고 삶이 너무 지루해져 마감하였다는데

 그의 나이 91세에 이르도록 지루하지 않았다는 것이 무엇보다 부러웠습니다.  실제 그는 죽기 직전까지 계속 각본을 쓰고 작업을 했었어요.

 그리고 결국 스스로 자신의 죽을 날과 방식을 결정하고 실행 한 것이 참 부러워요.


 예전에  나는 듀게에 자살에 관하여 합법화, 제도화 하는 미래가 어서 왔으면 좋겠다는 글을 올린 적 있었어요. 

 그 당시 조롱하고 비난하는 악플들이 많았죠.   노인혐오라고 몰아가는 x도 있었구요.  요즘은 그들도 생각이 많이 바뀌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 이후 ‘존엄한 죽음’에 대한 여러 이야기들이 한국사회에서 많이 흘러 다녔었으니까요.

 

 프랑스에서는 고다르의 자살을 계기로  존엄하게 죽을 권리, 자살할 권리에 대한 대통령이 사회적 논쟁을 시작하겠다고 선언을 하였다고 합니다.

 

 사실 자살할 권리란 말은 성립하지 않아요.  누구나 자살할 자유가 있고 그 어떠한 권력과 규제도 개인의 자살 선택을 막을 수 없습니다.

 결국 자살할 권리나 자유가 아니라 자살에 대하여 사회적으로 인정하는 제도가 성립되어야 하는 문제가 본질입니다. 

 자살하려는 사람들은 자신의 자유를 누군가 구속해서 망설이거나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자살로 인하여 누군가 곤란해지는 상황 때문에 자살을 망설이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물론 자살이 사회적 제도권으로 들어오게  된다면 그로 인하여 사회적 약자 (극빈 노인, 장애인 등)에 대한 자살을 빙자한 사회적 타살을 조장하는 세태가 만들어진다는 우려는 타당합니다.

 그런 우려를 불식시키는 방지책은 모자람 없이 충분히 구축되어야죠. 


 나는 고다르처럼 91살까지 지루하지 않은 흥미로운 삶을 살기를 바라진 않아요.

 그는 그만큼 엄청난 에너지를 가지고 있던 매우 특별한 사람이었으니까요. 그런 사람은 백명 중에 하나가 있기도 어려울 거에요.

 나는 이미 삶에 딱히 큰 미련은 없습니다.  허무주의나 그런건 아니구요.  무언가 내 인생의 리미트를 흐릿하게 보고 느꼈을 뿐이에요.

 이제 나는 누구에게도 흔들림 없이 말할 수 있습니다. 절대 열심히 ‘일하고’ 살지 말아라. “‘일’ 따위에 네 인생을 낭비하지 말아라” 라구요.

 그러기에는 인생이 너무 짧고 시간은 너무 빠르게 지나간다구요. 

 일을 완전히 놓고 내가 하고 싶은 것만 하면서 일년 가까이 지내보니 절절히 느낍니다. 정말 시간이 부족해요. 하루 하루가 너무 짧아요.

 (참고로 나는 architect 라는 나의 진로를 중학교에 들어가기도 전에 결심했고 이루었고 최근까지도 그 캐리어를 주욱 이어오고 있었고 그 선택을 후회한적도 없었어요.)


 이렇게 살다가 어느날 아무도 내가 죽고 남겨진 슬픔이 내가 그를 먼저 보내는 슬픔보다 큰 그런 사람이 아무도 남지 않은 그런 어느날 

 고다르처럼 내 자신의 선택으로 어떤 참 좋은 날을 골라 남은 사람들에게 맑은 정신으로 인사를 전하고 떠나고 싶어요.


 한국사회의 진부함과 보수성이 내가 선택하는 그 어떤 날이 내가 죽고 싶은 날까지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큽니다만

 뭐 안되면 되는 나라로 떠나죠. 그렇게 떠나는 사람들이 많다면 효율성에 죽고 못사는 이 천박한 자본주의 국가도 ‘조력자살’을 제도화 하겠죠. 

 그것이 어쩌면 마지막 희망의 근거가 되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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