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89년작입니다. 런닝타임은 2시간 5분. 스포일러는 없을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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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렸을 때 참 간지 난다고 생각했던 포스터입니다. 사실 지금 봐도 괜찮아요. 요즘 갬성은 아닙니다만. ㅋㅋ)



 - 마이클 더글라스가 폭주족 놀이터에서 한 놈을 골라 잡아 내기 레이스를 하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잠입 근무 같은 건가? 했더니 걍 취미 활동이었다는 게 반전(...) 장면이 바뀌면 파트너 앤디 가르시아 형사와 함께 이 분의 일상이 조금 나와요. 뭔가 구린 데 연루 되어서 내사를 받는 중이구요. (또!? 라는 생각이 드는 건 '원초적 본능' 때문이겠죠 ㅋㅋ) 이혼에 자식들 사립학교 등록금 등등으로 돈이 쪼들리는 걸 보면 확실히 수상하긴 합니다.


 암튼 그 둘이 낮술 한 잔 하려고 들른 바에서 얼떨결에 흉악 범죄를 저지른 야쿠자놈들을 체포하면서 사건이 시작됩니다. 살인 사건 현행범이라 당연히 감방 보낼 줄 알았더니 일본 정치계 쪽이랑 뭐가 있어서 인계해줘야 한다네요. 그래서 담당 형사인 주인공 콤비가 일본 오사카까지 비행기로 날라 가는데, 도착하자마자 인계 받으러 온 일본인 형사들이 알고 보니 형사로 위장한 야쿠자 조직원들이었네요. 말도 안 되는 뻘짓에 자존심 상한 더글라스씨는 굳이 일본에 남아서 권한도 없는 수사를 하겠다며 현지인들에게 민폐를 끼치기 시작하는데. 과연 이게 제대로 풀릴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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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젊다 못해 앳되던 시절 앤디 가르시아가 반가웠습니다. 극중에서 28세 젊은이로 나와요.)



 - 리들리 스콧 영화들 중에서도 존재감이 흐릿한 편에 속하는 작품이죠. 흥행이 대박났던 것도 아니고 후대에 회자되는 뭔가 한 방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게다가 내내 일본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라 그 시절 대한민국에선 사랑 받긴 글렀던 작품이기도 하구요. 그런데 굳이 이게 제 숙제가 된 까닭은



 다 이것 때문입니다. 이선영의 영화 음악실이 잘못했죠. ㅋㅋㅋ 어쩌다 이 곡을 본의 아니게 녹음해 버렸는데, 몇 번 듣다 보니 꽂혀 버려서 계속 반복 청취하는 바람에 본 적도 없는 추억의 영화가 되어 버린 겁니다. 그래서 언젠간 봐야지... 봐야지... 했는데 OTT엔 안 올라오고. 올레티비에서 무려 1500원이라는 고가(...)에 있길래 외면하다가 명절 때 올레티비 뭔 이벤트로 받은 티비 포인트로 봤어요. 아마 당분간 이거랑 비슷한 시기 옛날 영화들 몇 편은 더 보게될 것 같네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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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터프하고 멋진 액션 히어로!! 여야 하는 구도와 그림인데 더글라스옹 눈 풀리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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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디'의 나머지 한 축을 맡으신 타카쿠라 켄. 한국에선 '철도원'으로 가장 유명했죠.)



 - 암튼 그래서 이 영화의 정체는 무엇이었는고 하니. 느와르 풍의 하드보일드 형사물을 빙자한 8090식 형사 버디 액션물입니다. 분명 비주얼상으로는, 그리고 형사들 차림새나 분위기상으로는 느와르, 하드보일드 이런 단어들이 막 떠오르긴 하거든요. 근데 제대로 된 하드보일드라고 봐 주기엔 내용이 좀 그 시절 평범한 헐리웃 형사 영화들 수준으로 허술해요. 사건과 액션은 있지만 딱히 음모가 있는 것도 아니고. 결말도 그 시절 평범한 형사물 수준으로 걍 시원하게 끝나 버리구요. 끝까지 '난 느와르다!'라고 열일 하는 비주얼이 있으니 느와르라고 불러도 별 문제는 없습니다만. 저는 별로 그렇단 생각은 안 들더라구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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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쨌든 코트 입은 형사와 섹시 금발 미녀가 한밤중에 만나니 느와르다!! 라고 한다면 반박하지 않겠습니다.)



 - 다만 차별 포인트라면 이 영화가 거의 런닝타임 내내 일본에서 진행되는 이야기이고. 그래서 '버디'를 구성하는 한 명이 일본인이라는 거겠죠. 게다가 우리의 마이클 더글라스 형사님은 그냥 대놓고 (딱히 악의 없이 그 시절 기준 평범하게) 인종 차별적 사고 방식을 가지신 분이고. 그래서 버디 영화 특유의 초반 갈등이 그런 떡밥을 소재로 전개된다는 겁니다. 어쩌다 생전 인연이 없던 일본 땅이 뚝 떨어진, 일본 말 한 마디도 못 하는 미국 마초 아저씨가 일본과, 일본 형사와 갈등하다 화해하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그리고 지금 보기에 살짝 재밌는 건, 이런 마이클 더글라스의 언행에 당시 일본을 바라보는 미국인들의 시각이 그대로 드러난다는 겁니다. 분명 무시하긴 하는데 그게 순수한 무시(?)가 아니라 위기감에서 나오는 간절한 무시라는 거. 1989년이면 일본이 2차 대전 이후로 최강 존재감을 뽐내던, 바로 그 유명한 버블버블한 시기 아니었겠습니까. 그래서 한편으론 일본 문화에 매력을 느끼면서도 동시에 강한 거부감을 갖던 당시 미국 사람들의 양면적인 감정이 이 영화에 꽤 잘 담겨 있더라... 는 느낌을 받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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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쿠자들이 뉴욕 한복판 대낮에 당당하게 총질, 칼질을 하고는 유유히 사라지는 뭐 그런 느낌?)



 - 그래서 영화의 포인트는 비주얼. 특히 당시 일본의 대도시를 담아내는 이미지 장인 리들리 스콧의 간지나는 비주얼입니다. 밤이고 낮이고 사람들이 북적대는 대도시 한복판의 풍경이 내내 펼쳐지는데, 버블 시절의 일본 사회는 정말 화려하고 호사스러웠구나... 라는 생각이 절로 들어요. 왜냐면 그런 데만 찍었으니까 그러면서 또 동시에 어쩔 수 없이 이방인 영화 감독이 찍어내는 풍경이니만큼 뭔가 비현실적이고 낯선 분위기가 영화 내내 이어져서 영화의 다소 비현실적인 전개를 그럴싸하게 덮어 주기도 합니다. 지금 올레티비에 있는 vod도 1989년 영화 치곤 화질이 좋은 편이긴 한데, 아주 고해상도에 좋은 화질로 리마스터된 버전을 보면 진짜 죽이겠단 생각이 들어서 좀 아쉽기도 했네요.


 아. 한스 짐머의 음악도 그 분위기 조성에 한 몫 한다는 얘기도 빼먹지 말아야할 듯.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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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데 사실 이거 그냥 블레이드 런너 아닙니까. 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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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맞잖아요 데커드!!)



 - 당연히 일본 배우들이 많이 나옵니다. 버디 형사 역의 타카쿠라 켄, 빌런 역의 마츠다 유사쿠. 그리고 단역이지만 이젠 한국 사람들 참 많이 아는 배우가 된 쿠니무라 준의 얼굴도 보이구요. 전통파 야쿠자(?) 보스로 나온 할배님도 유명한 배우라고 하더군요. 어쩐지 간지가 나시더라니. 하지만 뭐 특별히 '연기력' 같은 걸 보여주신 분은 거의 없다고 봐도 돼요. 그냥 다 '환상 속의 야쿠자'로 정리되는 캐릭터들이어서. ㅋㅋ


 마이클 더글라스는 걍 적절히 잘 해주는 정도인데. 제게 이 분 이미지란 '원초적 본능'과 '장미의 전쟁'에서 여자들에게 희롱당하고 두들겨 맞고 망가지고 뭐 그런 거라서 멋지게 볼 수 없게 되었다는 문제가 있었구요(...) 앤디 가르시아는 뭐 그냥 잘 생겼습니다. 네. 그렇죠. 거기에 형사 반장 전문 배우 존 스펜서나 요즘까지도 조폭 전문 외길을 가고 계신 루이스 구스만 같은 배우들이 (상대적으로) 젊을 때 모습을 보니 반갑고 뭐 그랬네요. 지금은 스감독님 사모님으로 가장 유명한 케이트 캡쇼가 느와르 속 여인 풍으로 폼나게 꾸미고 나오는 모습을 보는 것도 나름 즐거웠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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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짜 일생 외길 가시는 루이스 구스만님. 오죽하면 대부분 단역으로 나오시는데도 제가 이름을 외웠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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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분도 외길 인생으론 만만치 않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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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데... 쿠니무라 할배 너무 젊으신. ㅋㅋㅋㅋㅋㅋ)



 - 어쨌든 뭐... 추천 포인트가 좀 애매합니다. ㅋㅋ 차라리 각본에 조금 더 힘을 줘서 본격 느와르로 만들었다면 훨씬 폼 났을 것 같은데. 느와르치곤 버디 액션물 느낌이 강하고, 걍 버디 액션물로 보기엔 내용이 많이 어두침침해서 신이 안 나고. 컨셉이 좀 아리송한 느낌이었어요.

 그래도 리들리 스콧과 한스 짐머가 만들어낸 간지 나는 풍경과 분위기, 특히 버블 시절 일본의 대도시 풍경은 나름 신기하고도 폼나는 볼거리였구요. 전 이렇게 '간지나는' 영화들에 약한 편이라 결국 재밌게 잘 봤습니다. 

 저보단 요즘 일본인들이 이 영화를 다시 보면 어떤 생각이 들지 좀 궁금했어요. 아무래도 한국은 이런 '리즈 시절'을 구가해 본 적이 없는지라. 엊그제 '손톱'을 보며 imf 전, 1994년의 풍요(?)로움 생각을 조금 하긴 했지만 이거랑은 급이 완전히 다르잖아요. ㅋㅋ

 암튼... 그랬습니다. 끄읕.




 + 다 보고 이것저것 검색하다 보니 이 영화에 나온 제철소는 터미네이터, 야쿠자 보스네 집은 블레이드 런너에 나온 곳이라고 하네요. 허허.

 그리고 막판 액션씬들은 일본에서 못 찍게 돼서 미국에서 찍었다는데. 정말 티 안 나게 잘 찍었네요. 영화의 마법이란!



 ++ 근데 생각해보니 정말 80년대의 일본이 대단하긴 했네요. 제가 90년대 후반에 보던 서울 풍경이랑 비슷한 수준에 좀 더 럭셔리한 느낌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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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 매우 친숙한 울긋불긋 네온도 결국 일본에서 온 거였구나... 싶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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