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Not Your Negro, 2016

38197ad642e832881d850a266df946b32869e87a

왓챠에 보관했던 영화들을 나름 부지런히 보고 있습니다. 

라울 펙 감독의 2016년 다큐멘터리 '아이 엠 낫 유어 니그로'는 감독의 다음 영화 '청년 마르크스' 와 비슷한 시기에 소개된 것 같습니다. '청년 마르크스'는 극장에서 보았는데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주고 받은 편지를 바탕으로 '공산당 선언'이 나오기까지 5년 정도의 시기를 영화화한 것입니다. 기억이 많이 날아갔지만 열정적인 젊은 마르크스의 모습을 표현한 작품은 아니고 가난 속에서 공부하고 글써서 가정을 겨우 건사하는 모습이 많이 나왔었던, 차분한 영화였습니다. 극영화지만 여기도 다큐의 느낌이 있었던 것 같네요.


'아이 엠 낫 유어 니그로'도 '청년 마르크스'처럼 글이 바탕이 된 영화입니다. 작가 제임스 볼드윈(1924-1987)이 쓴 미완의 에세이가 주재료입니다. 에세이 내용에 볼드윈의 영상자료, 이 사람이 글 속에 언급하는 말콤 엑스, 마틴 루터 킹, 메드가 에버스 세 명을 포함한 50년대와 60년대 흑인민권운동 당시의 영상자료들, 볼드윈 사후 흑인들의 상황을 보여 주는 자료들을 조금 더 곁들여 전개시키고 있었습니다. 

영화는 6개의 소제목으로 진행됩니다. 미국의 역사 속에서 흑인의 수난과 대중문화를 통해 왜곡된 정체성 등이 숙고한 나레이션으로 제시됩니다. 볼드윈은 조직의 일선에서 활동한 사람은 아니고 대학이나 매체에서 강연하고 대담을 주로 했던 것 같아요. 민권운동의 최전선에 서 있지는 않았다는 점을 본인도 언급합니다. 작가로서 할 말을 다 해왔으나 교류했던 에버스와 말콤 엑스, 킹 같은 사람의 죽음을 차례로 지켜보며 슬픔과 고통은 당연하고 복잡한 심경이었음을 느끼게 합니다. 영화 속에 본인은 곧 55세가 된다고, 그들은 모두 40세가 되기 전에 죽었다는 서술이 나옵니다.  

볼드윈이 대담 형식의 티브이쇼에 나간 장면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다른 초대 손님으로 온 예일대 철학교수라는 백인이 하는 말을 옮겨 볼게요. 

  '인간은 개인이다. 흑인백인으로 나누어 생각하는 관점은 과장이 있을 수 있다. 구분되지 않아도 되는 집단으로 사람들을 분류하니까. 나는 학문을 반대하는 백인보다 흑인 학자와 공통점이 많다. 당신도 문학 문외한보다 백인 작가와 공통점이 많을 거다. 왜 항상 인종이나 종교에 집중하나. 사람들을 서로 연관지을 다른 것들도 많은데.'

이 교수가 하는 말 상당히 많이 듣던 말이지요. 왜 항상 여성과 남성을 구분해서 생각하느냐, 라는 말을 집어 넣어도 맞아들어갑니다. 차별당하지 않는 입장에서 마음 편하게 사는 사람들이 가르치려 들며 내놓는 말은 비슷하네요. 이에 대해 볼드윈의 다른 차원의 답이 이어지는데 궁금하시면 직접 보시는 걸로.


작가의 에세이를 원작 삼아 그런지 내용면에서 자기 성찰적인 면도 강하고 상황에 대한 예리한 인식이 말로 잘 표현되어 있어요. 생각보다 사색적인 다큐였습니다. 자료를 배열하고 말을 배치한 감독의 역량도 많이 느껴진 다큐멘터리였습니다. 감독이 아이티 출신으로 아이티 문화부 장관도 역임했었다는데요, 우리로 치면 이창동 감독 쯤 될까요.   

볼드윈의 에세이는 사무엘L 잭슨의 음성으로 화면에 깔리는데 다른 영화에서 상당히 튀는 스타일로 대사를 하는 것만 봐서인지 영화를 다 보고 이 배우인 것을 확인하고 놀라웠습니다. 무척 듣기 좋고 적절한 톤의 음성이었어요.   

아래 사진은 아시겠지만 말콤 엑스, 마틴 루터 킹, 제임스 볼드윈입니다.(사진 테두리가 커서 공백이 남네요)

4465bf600b3c39cff3fea26b5d196d65f850b15b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7588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6153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6211
121415 에단 호크, 이완 맥그리거 주연 애플TV+영화 레이먼드&레이(스포약간) [3] 예상수 2022.11.01 343
121414 이태원 참사에 대한 외신 [15] 으랏차 2022.11.01 1102
121413 1.5톤 soboo 2022.11.01 323
121412 sympathy for the devil [4] daviddain 2022.11.01 263
121411 [넷플릭스바낭] 이거슨 예능인가 드라마인가, '머더빌' 잡담입니다 [2] 로이배티 2022.11.01 341
121410 태양을 훔친 사나이 (1979) catgotmy 2022.11.01 171
121409 애도분위기에 편승해 뒤에서 몰래 도둑질 하는 윤씨정권 [4] soboo 2022.11.01 801
121408 그날 이태원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었나 2 [7] 타락씨 2022.11.01 852
121407 지나고 보니 호화 캐스팅이었던 작품들 [14] LadyBird 2022.11.01 762
121406 슬픔과 책임은 대립한다 [17] Sonny 2022.11.01 801
121405 프레임드 #235 [4] Lunagazer 2022.11.01 119
121404 빨갱이 그리고 catgotmy 2022.11.01 247
121403 돈 안들고 왠지 보안 걱정 없을거 같은 홈캠 필요하신 분 tip 혹은 광고 [1] soboo 2022.11.01 393
121402 정부에서 주최자 없는 행사라는 표현을 쓰던데 [10] 말러 2022.11.01 958
121401 잘만든 서부전선 이상 없다를 보면서 가끔영화 2022.10.31 259
121400 성범죄자의 주거 [1] 메피스토 2022.10.31 349
121399 "'밀어' 외친 남성, 문 잠근 상인 전부 조사"…경찰 이태원 CCTV 분석 [3] 도야지 2022.10.31 689
121398 26시간 후 달 크기 가끔영화 2022.10.31 220
121397 <아파트 이웃들이 수상해>/<Y 더 라스트 맨> [2] daviddain 2022.10.31 318
121396 그날 이태원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었나 타락씨 2022.10.31 520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