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와 함께 산책을 했어요.   

바람에 살랑거리는 발갛고 푸른 나무들이 저를 한없이 가볍게 해주는 것 같았어요. 

아차 싶어서 친구에게 실없는 질문을 했습니다. 


"내가 죽고 몇백년이 지나도 여기는 존재하고 있겠지?"


제 친구는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어요.


"그건 누구나 지니고 있는 근원적인 노스텔지어야." 


원래 말 번지르르하게 하는 배틀같은 걸 자주합니다만 이번 판은 제가 졌다는 걸 느꼈죠. ㅎㅎ

친구가 먼저 번지르하게 했으니 저도 한마디 해야했습니다. 


"응 맞아. 내가 존재하지 않는 세상을 상상하는 감각은 그리움이겠지. 절대로 가지 못할 길이니까." 


친구는 또 잠시 생각하다가 대답했어요. 


"그래도 그건 꽤 낙천적인 히스테리인 것 같아." 


응. 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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