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할로윈 사태와 논쟁에 대해

2022.10.31 15:16

Sonny 조회 수:1189

사실은 아직도 이번 참사가 피부로 정확히 와닿지 않습니다. 현장에 있던 당사자들의 사망과 부상 소식을 포함해 유족들의 그 상실감을 제3자로서도 온전히 감각하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기도 합니다. 할로윈이라는 축제 현장과, 대규모 압사라는 이질적 형태의 사고가 공감하는 것을 방해하는 것 같습니다. 

저는 다른 곳에서 할로윈을 즐겼고 올해 할로윈은 좋았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집에 늦게 와서야 해당 뉴스를 확인했고 저의 개인적 감상과 너무나 상반되는 사건에 마음이 복잡해졌습니다. 이태원은 사람이 너무 몰리니까 다른 곳을 가야겠다고 계획을 꾸리던 순간들이 조금 섬뜩하기도 했습니다. 잠깐이나마 많은 인파 속에서 할로윈을 즐겨보겠다는 사람들이 저와 별로 다르지 않더군요. 다음날 가족들과 친구들에게 연락이 와서 깜짝 놀랐습니다. 그 누구도 확실한 예외는 될 수 없었던, 개인의 선택으로 비켜나갈 수 없던 문제라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그 누구라도 피해를 입을 수 있던 일입니다.

그렇기에 이태원 사태의 책임이 무작위의 시민들에게 있지 않을 것입니다. 모든 시민들이 거시적인 안전문제를 다 꿰뚫어보면서 참여여부를 결정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그런 시민들을 보다 안전하게 통제하고 현장의 소요를 최대한 잠재우는 국가와 지역단체의 책임을 당연히 물을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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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죽어야했냐, 는 질문에 전임 대통령인 문재인을 이야기하는 것인지 잘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설령 그 "반문"대로 문재인도 재임 시절 이태원 할로윈에 별다른 관리를 하지 않았다고 칩시다. 그러면 문재인도 안한 걸 윤석열도 똑같이 안했으니까, 괜히 대통령에게 책임을 묻지 말라는 이야기말고 무슨 결론이 나올까요. 양비론은 언제나 논의를 묵살하는 결론만이 나옵니다. 그런 결론 속에서 유가족들, 혹은 해당 사건과 떨어져있었으나 불안에 시달리는 다른 시민들은 어떻게 해야할까요? 

이런 방향의 논의가 심화될수록 문재인 정부의 변별점을 굳이 증명하는 것도 정확한 대답은 아닌 것 같습니다. 지금은 윤석열 대통령이 재임중이고 현재진행형의 사건은 일차적으로 윤석열에게 책임이 있습니다. 문재인이 이태원 할로윈 안전관리를 허술하게 했다고 칩시다. 그럼 윤석열은 그 후임자로서 전임의 미비한 정책을 더 보완해서 이런 사고를 안나게 했어야하는 것 아닐까요? 문재인을 어떤 식으로 언급하든 현재 대통령인 윤석열의 책임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이번 사태는 문재인과 무관한, 윤석열 본인의 실패입니다.

윤석열이 대통령에 취임한지 벌써 5개월째입니다. 그런제도 문재인 이야기가 계속 나오는 건 어리석은 대중들이 선동하는 게 아니라 윤석열 자신이 문재인과의 비교우위를 주장한 결과이자 사람들이 전임자를 자꾸 찾게 만드는 윤석열 자신의 실패 때문입니다. 회사에 신입이 들어왔는데 자꾸 대형사고들이 터지고 해명하는 태도도 쿷성실하다면 그 전임자를 그리워하는 건 자연스러운 반응 아닌가요. 그걸 두고 한사코 전임자의 무능을 새로 대두시키려한들 그게 어떤 긍정적 효과를 내는지 저는 도저히 모르겠습니다.

어떤 논쟁은 그 자체로 소모적이며 논쟁의 정확한 방향틀 찾지 못하게 만듭니다. 그렇게 길을 잃은 논쟁 속에서재해의 당사자들에 대한 추모와, 우리 자신의 안전권을 요구하는 가장 본질적인 일들이 도외시되는 것만큼은 피해야할 일이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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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좀 궁금합니다. 제가 이번 할로윈 때 이태원을 들리지 않기로 한 이유는 '코로나가 끝나고 제대로 된 할로윈을 즐겨보자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으니 이번 이태원에은 기존 인파들보다 훨씬 더 많은 인파가 몰릴 것이다'라는 예상을 했기 때문입니다. 일개 시민인 저도 이런 예상은 했는데 경찰서나 행정부에서는 하지 못했던 것일까요. 

역사적으로 보면 이런 일들이 생기고 있습니다. 성수대교가 붕괴되면서 출근과 등교가 순식간에 불안해졌고 삼풍백화점이 무너지면서 쇼핑이 불안해졌습니다. 21세기에 들어서는 수학여행과 할로윈 축제에 가는 게 위태로운 행위가 되었습니다. 이런 사회에 대해 책임을 져야하고 질 수 있는 사람들이 과연 충분한 몫을 하고 있는니 모르겠습니다.

국가가 무책임하고 무능력한 사태의 주기는 갈 수록 더 짧아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너무 많은 것들이 더 이상 불안하게 여겨지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렇기 위해서는 이런 대형재난들을 단순한 운의 영역이나 정쟁으로만 여기고 금기시하는 것보다 시스템적인 문제들을 더 고칠 수 있도록 우리가 일단은 질문들을 던져야 할 것 같습니다. 안그래도 시스템적인 불안을 너무 많이 일으키는 대통령에게 지금 국민들의 회의와 분노는 정확한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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