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에 올라온 '얼라이브' 잡담

2022.11.04 21:20

thoma 조회 수:564

Alive, 1993

1649A74D4DD6255A16

1993년 작입니다. 프랭크 마샬 감독, 에단 호크, 조쉬 해밀턴. 124분. 

존 말코비치가 나오는 건 몰랐는데, 뜻밖의 즐거움이었어요. 생존 인물 중 한 명으로 20년 후에 회고 멘트를 하는 역할인데 짧은 시간 나오지만 장악력이 대단했네요. 

1972년 10월 13일, 우루과이 대학생 럭비팀이 탄 비행기가 안데스 산맥에 부딪히고 조난당한 실화죠. 72일만에 구조되고요, 45명 중 16명만 살아서 구조됩니다.


비행기가 잘못되기 시작해서 날개와 꼬리 부분이 파손되고 몸통만 눈밭에 내려앉는 과정이 현란하지 않고 단순하게 전개되지만 스릴이 충분히 느껴졌습니다.

이 장면만 그런 것이 아니고 영화가 전체적으로 그렇습니다. 기교를 부리지 않고 느끼함이 없어요. 단순하고 정직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영화의 주인공들이 20대 초반 대학생들인데 극한 상황이라 그렇겠지만 치기나 객기는 제거되고 자기 나이보다 더 성숙하게 행동하는 걸 봅니다. 실제로 이 비행기를 탄 사람들이 스포츠를 매개로 오래 알고 지낸 인물들과 그 가족들이라 상호 이해나 양해가 잘 이루어진 것 같고, 그것은 극한 시간을 버티는데도 큰 도움이 되었을 것 같아요. 아마 영화도 그 점을 염두에 두고 반영하지 않았을까 싶네요. 개개인의 특성을 잘 살린 극본도 괜찮고요. 


에단 호크가 연기하는 '난도'라는 인물이 은근 비범합니다. 조난 사고가 일어난 비행기가 하나의 작은 세계라면 '난도'는 세계를 한 발 움직이게 하는 개척자나 선구자 이미지를 가졌습니다. 실제 인물의 이후를 (나무**에서) 읽어보니 작은 사업을 하며 책을 여럿 썼다고 하네요.

아시겠지만 이 조난 사고가 유명한 데는 생존을 위해 식인을 한 것도 있지요. 그런데 끝내 먹기를 거부하고 아사한 인물이 한 명 있었다고 하네요. 영화에서는 이 인물을 다루지 않습니다. 인간의 다양한 선택지로서 다루어도 좋았을 터인데 왜 안 다루었을까, 아쉽네요. 

부실한 영양상태로 72일 동안 버틴 사람들 치고 마지막까지 외모가 꽤나 멀쩡합니다. 그리 더럽지도 않고 선글라스를 챙긴 이들은 심지어 멋지기까지.  

실화의 힘이 영화 감상에 영향을 주는 종류의 영화입니다. 그럴수록 가능한 자극적인 설정들을 덜 강조하며 담백한 게 좋다는 걸 생각하게 하는 영화였어요. 재미있게 봤습니다. 추천합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7074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5626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5543
121796 재벌집 막내아들 11회 [7] 라인하르트012 2022.12.12 717
121795 여론조사 전화...특정 장관을 차기 후계자로 간 보는 건 확실한 듯 [1] 스누피커피 2022.12.11 445
121794 프레임드 #275 [2] Lunagazer 2022.12.11 126
121793 권성동 "이태원 사고, 세월호처럼 횡령 수단 될 수 있어" [5] 도야지 2022.12.11 731
121792 Megadeth - Skin O' My Teeth [1] catgotmy 2022.12.11 105
121791 잉글랜드 졌군요 [6] daviddain 2022.12.11 504
121790 [티빙바낭] 이게 다 고윤하씨 때문입니다. '이벤트 호라이즌' 잡담 [14] 로이배티 2022.12.11 636
121789 재벌집 막내아들 + 환혼 파트2 라인하르트012 2022.12.11 487
121788 Aquarela do Brasil [11] theforce 2022.12.10 262
121787 바티스투타가 메시가 자기 월드컵 골 기록 깨길 바라네요 [4] daviddain 2022.12.10 336
121786 프래임드 #274 [2] Lunagazer 2022.12.10 93
121785 뤼팽 (프랑스 드라마) catgotmy 2022.12.10 194
121784 길예르모 델 토로도 역시 위대한 감독이네요. [11] LadyBird 2022.12.10 919
121783 [티빙바낭] 미국 작가들에겐 정신 교육이 필요합니다 - '프롬' 잡담 [6] 로이배티 2022.12.10 686
121782 다시 보기, 두 작가의 수다 [3] thoma 2022.12.10 345
121781 또? (이건 감사와 자랑의 글) [6] Kaffesaurus 2022.12.10 464
121780 lady chatterley's lover, 브로커 [3] Kaffesaurus 2022.12.10 366
121779 세상에서 가장 좋은 냄새. [6] 가봄 2022.12.09 552
121778 [왓챠바낭] 본격 사회 고발 영화에 액션 같은 걸 끼얹었습니다. '콜드 헬' 잡담 [2] 로이배티 2022.12.09 290
121777 여기, 그 곳 그리고 어디나 Lunagazer 2022.12.09 172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