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자백] 보고 왔습니다

2022.11.08 00:05

Sonny 조회 수:3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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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백]은 그 단단한 연출에도 불구하고 중간부터 조금씩 힘이 딸린다고 느껴지는 작품이었습니다. 일단 이 작품의 서술 자체가 그런 함정을 품고 있습니다. 이 영화는 일단 가장 의심스러운 용의자 자신의 증언을 플래시백으로 재구성하는 방식의 이야기입니다. 이런 류의 이야기를 조금이라도 봤던 사람들은 바로 의심을 품을 겁니다. 지금 당장 서술하는 저 서술자는 어떻게 믿을 수 있나? 그리고 영화는 그것을 반전으로 채용해나갑니다. 이미 [유주얼 서스펙트]에서 해왔던 익숙한 장르공식입니다. 물론 이 영화가 아주 새로운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듯이 굴지는 않습니다만, 용의자를 의심의 구석에 소외시켜놓는대신 한복판에 갖다놓는다고 해서 그 의심을 버리게 되지는 않죠. 자기가 진짜 범인인데 설마 증언을 통째로 지어내서 저렇게 할까? 네 맞습니다. 그걸 들키지 않기 위해 영화는 빙 둘러가지만 그조차도 그렇게 치밀하지는 않았습니다. 이 영화는 가끔 씨씨티비나 블랙박스가 아예 없는 것처럼 굴더군요. 인물들이 당연히 체크해볼만한데 아예 말을 하질 않습니다.


[자백]을 보면서 큰 흥미를 느끼지 못했던 또 다른 이유는 이 영화의 정치적 구조 때문이라고 할까요. 예전에 [침묵]을 볼 때와 비슷한 느낌이었습니다. [자백]을 보면서 관객은 젊고 잘나가는 재벌(사위)가 뺑소니를 저지르고 유일한 목격자이자 공범인 불륜상대를 살인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그런데 그게 무슨 큰 충격이 있겠습니까. 그런 건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 아니라, 상상의 범주 안에 충분히 들어가있는 뻔한 사건이죠. 이를테면 음주운전 후에 운전자까지 바꾸려고 했던 장제원 아드님이라거나... 그래서 영화는 현실의 비루한 악을 굉장히 고급스럽게 포장한다는 느낌이 듭니다. 소지섭이라는 배우부터 어딘가 지능적인 범죄수법까지 지나치게 미화되어있죠. 비록 영화가 권선징악의 방향으로 흘러가기는 하나, 결국 이 영화가 묘사하는 것은 치밀하고 교활한 악입니다. 특히나 마지막에 살아있었다는 희생자를 수장시켜버렸다는 반전은 좀 불쾌하기까지 했습니다. 어떤 인간의 악행에 그렇게까지 미학적인 포인트를 줘야하는 것인지. 


영화가 막판에 여성의 신체적 약함을 활용하는 것도 치사하게 느껴졌습니다. 그건 좀 페어하지가 않은 묘사죠. 결국에는 폐쇄된 공간에서 남자가 여자를 육체적으로 밀어붙이는 위기를 만든다면 여태까지 진술을 따져보고 머리싸움을 하는 건 다 무슨 재미가 있겠습니까? 살인용의자가 또다시 살인혐의를 쓰는데도 그걸 너무 자신의 승리로 여기는 묘사도 조금 이상하긴 했습니다. 다음번에는 소지섭과 나나에게 더 억울하고 신비로운 비밀을 줬으면 하는 바람이 들었습니다. 영화가 조금만 더 드라이했으면 어떘을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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