닮아가는 사람들

2022.11.15 17:41

Kaffesaurus 조회 수:593

여름이 시작되기 바로 전 내 친구 카로, 카로의 딸 사라, 울로프, 선물이 나 이렇게 우리는 드디어 함께 오바카라 불리는 야외 카페를 갔습니다. 이렇게 쓰면 뭐 멀리 있는 곳 같이 들리지만 제가 사는 곳에서 다리 건너면 있는 곳이에요. 옛날 작은 오두막 그대로, 큰 정원 여러 배나무 그늘아래서 커피랑 와플 그리고 늘 주인 아저씨가 자랑스럽게 말하는 카페에서 직접 만드는 아이스크림을 먹을 수 있는 곳. 가끔 생각합니다. 도대체 우리는 어떻게 살고 있는가? 이렇게 가까운 곳에서 함께 커피마시는 게 이렇게 힘들다니.

이제 막 꽃은 지고, 배는 아직 형태를 갖추지 못하던 그때 그렇게 함께 피카를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우리 앞에서 저만치 먼저 걸어가던 선물이랑 울로프를 보더니 카로가 '어머 둘이 똑같이 걸어가네.' 시선을 움직여 앞에 걸어가는 두 사람의 뒷모습을 보니 정말 그렇습니다. 서 있는 모습, 5도 정도 기울인 머리, 보폭, 그리고 괴상한 뒷짐까지요. 온 마음에 특별한 만족감이 넘쳐납니다. 


저희 가족이 어디를 가면 가끔 그런 생각을 합니다. 다른 사람들 눈에는 그냥 우리가 한 가족으로 보이겠구나. 그건 뭐 다른 사람들 볼때 스웨덴 아빠, 한국 엄마 사이에서 저렇게 생긴 아이가 태어나다 보다 하는 것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아이랑 울로프의 행동이 그냥 아빠랑 아이 같아 보이거든요. 지난 번 밀라노 출장 울로프랑 아이도 따라갔습니다. 콘퍼란스 참가 였기에 많은 동료들이 함께 출장을 간거 였는데 제 발표가 있던 날, 저는 제 가족이 아닌 동료들과 아침을 먹었고 다른 동료이자 친구가 울로프랑 선물이랑 아침을 먹었는데 나중에 그러더군요. '선물이가 울로프 커피 챙기고 주스 챙기고 너무 예쁘더라. 둘이 정말 사이가 좋더라.'  


워낙 이름을 부르는 문화라 호칭에 대한 걱정이 없습니다. 아이가 울로프를 '새아빠' (여기서는 요즘 보너스아빠 엄마란 표현을 더 많이 쓰더군요) 라고 부를 이유도 안톤이 저를 그렇게 부를 이유도 없거든요.  그런데 아빠를 만나기로 한 어느 날 선물이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 엄마 이 남은 케익 내 첫번째 아빠한테 줄까? 두번째 아빠랑 우리는 어제 먹었잖아' 아이한테 이 사람이 이제 너의 아빠랑 같은 존재다 이런 말을 한 적이 없는 저는, 아이의 맘속에 그의 사랑의 행동으로, 그의 존재로 그가 아빠가 된 것에 감사했습니다. 


몇년 전만 해도 세상에 먹을 것은 다섯가지 밖에 없는 것 처럼 살던 선물이가 육회를 먹겠다고 하는 건 울로프와 안톤 덕분이죠. 


며칠 전 제가 무언가 물었더니 울로프가 '그건 참 좋은 질문이군' 이라고 답하더군요. 순간 거리인 것도 까먹고 까르르 웃었습니다. '당신 그건 선물이가 내 질문에 하는 답이잖아!' 그러자 아무 생각없이 그렇게 말한 그도 까르르 웃습니다. 사랑으로 가족입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7082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5629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5566
121900 오랜만에 듀게 예전 게시판을 갔다가. [6] utopiaphobia 2010.08.05 2872
121899 모토로이가 버스폰이 됐군요.. [4] Spitz 2010.08.05 3318
121898 영화를 찾습니다. [4] catgotmy 2010.08.05 1832
121897 모기 유인 퇴치기 좋을까요? [5] Jade 2010.08.05 2270
121896 등업인사 겸 폴라로이드 카메라 이야기... [2] 모그 2010.08.05 2278
121895 (질문) 한국이 과거에 중국의 속국이었다는 친구가 있는데요. [21] psyche 2010.08.05 4605
121894 [극단적 바이트낭비] 폐인 모드 3일차.. ^^ 이것도 참 쉽지 않은거네요. [4] 서리* 2010.08.05 1992
121893 크림소스 스파게티 도전기 [14] 메피스토 2010.08.05 3694
121892 닌텐도의 상술 [3] catgotmy 2010.08.05 2538
121891 핑클이 멤버들이 아주 키가 컸군요 [11] 가끔영화 2010.08.05 6352
121890 에바 그린 나오는 크랙 보신 분 있나요? [11] GREY 2010.08.05 4013
121889 마루 밑 아리에티 국내개봉일이 잡혔네요. [5] v 2010.08.05 2207
121888 오늘 있었던 일... [3] Apfel 2010.08.05 2100
121887 여기 어디 해수욕장 일까요 [6] 가끔영화 2010.08.05 2679
121886 [자삭하겠습니다] "탈경계성"이 영어로 뭔지 아시는 분 계세요? [4] 베지밀 2010.08.05 3765
121885 [듀나인]허벅지 굵은데 슬림핏 면바지 입으면 어떨까요? [7] Atreyu 2010.08.05 4085
121884 다음 달에 동원이 있는데 말이죠, [3] 최강검사 2010.08.05 2053
121883 현대판 연금술 - 약품에 담그면 먹지가 달러로! [7] 빠삐용 2010.08.05 2566
121882 (야식바낭)동네술친구, 보쌈VS족발. [4] Paul_ 2010.08.05 2906
121881 (질문)인터넷으로 공부하시는분 계신가요?ㅠ.ㅠ [4] 세상만세 2010.08.05 2219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