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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의 카피 문구부터 아주 강렬하죠? 같은 속옷을 입는다니 제목만 보면 '뭐지? 동성애 여자커플 얘기인가?'하고 오해할 가능성도 있는데 모녀의 이야기입니다. 정말 그냥 영화 전체가 모녀의 이야기이구요. 인상적인 조연 캐릭터들이 두어명 정도 등장하지만 결국은 다 이 주인공 모녀의 관계를 얘기하는 것에 필요한 부품들에 가깝습니다.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어서 대체 어떤 사연이 있는 모녀인지는 딱히 설명드리지 않겠습니다. 그냥 도입부부터 아주 확실하게 보여주거든요. 지금 감상으로 얘기할 수 있는 건 그동안 영화사에서 부모와 자식의 갈등을 다룬 훌륭한 작품들은 시대와 트렌드를 가리지 않고 꾸준히 나왔었죠. 가부장적인 아버지와의 트러블이 가장 전형적이고 여성서사들이 더 많아지고 주목받게 된 최근 몇년 간에는 모녀의 얘기를 하는 영화들도 자연스럽게 늘어났습니다. 제가 너무나 좋아하는 <레이디 버드>도 그랬고 국내에서는 <벌새>라는 훌륭한 작품에서 잘 다룬 적이 있습니다. 작년만 해도 <로스트 도터>나 <쁘띠 마망> 등이 있었구요. 



그런데 이 한국의 독립영화 <같은 속옷을 입는 두 여자>는 위에 예로 든 작품들에서 부모와 자식간의 갈등들이 상대적으로 너무나도 귀여운 애들 장난에 지나지 않게 느껴질 정도로 어마무시하고 끔찍한 수준입니다. 가끔 쓰는 표현으로 타인은 지옥이지만 가족은 감옥이다라는 말이 생각날 정도로 지긋지긋하게 그려냈습니다. 정극장르의 독립영화치고 상당히 긴 2시간 20분의 러닝타임인데 엄청 천천히 감정 쌓아가는 그런 타입도 아니구요. 엄청난 텐션의 에너지들이 부딪히는 수많은 씬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다 보고나서 영화에 기가 빨린 것 같아서 찬물을 벌컥벌컥 들이마셨네요. 어휴...



즐겁거나 훈훈하고 편하게 볼 작품은 절대 아니고요. 다소 극단적인 관계설정이지만 충분히 현실적으로 볼 수도 있는 이 두 모녀를 보며 가족, 혈연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그리고 모성애 신화라는 것을 아주 날것으로 피 흩날려가며 파헤쳐보고 싶은 분들에게 조심히 추천해드립니다. 육체적 폭력씬이 간혹 나오며 언어적 폭력 수위도 상당히 높습니다. 쌍욕 이런 건 거의 없는데 말로 사람을 상처입히는 종류의 언어폭력입니다. 미리 주의를 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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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한국영화 여우주연상은 탕웨이가 죄다 휩쓸어야한다고 생각했지만 이 작품을 보고나니 이 두 분에게 공동여우주연상 드리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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